"러시아 강도질"… 벨라루스, 국가통합 논의 반발

머니투데이 임소연 기자 2019.12.09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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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국가' 조약 조인 20주년… 루카셴코는 "독립국 지위 유지", 푸틴은 "더 가까이"

7일(현지시간)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벨라루스와 러시아의 '국가통합' 강화에 반대하는 시민이 "러시아의 파시즘과 강도질을 멈추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하고 있다/사진=AFP7일(현지시간)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벨라루스와 러시아의 '국가통합' 강화에 반대하는 시민이 "러시아의 파시즘과 강도질을 멈추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하고 있다/사진=AFP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지난 7일(현지시간) 국가 통합 문제를 논의했다고 러시아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모스크바타임스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과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소치에서 만나 국가 통합 협정을 진전시키기 위해 5시간 동안 논의했다. 그러나 공동 발표나 선언이 나오지 않은 것으로 보아 구체적인 합의에 이르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막심 오레쉬킨 러시아 경제개발부 장관은 이날 "석유와 가스 문제를 포함한 여러 분야에서 중요한 진전이 이뤄졌다"고 밝혔다고 신문은 전했다.

8일은 러시아와 벨라루스 간 소위 ‘국가연합’을 창립한 지 20년이 되는 날이다. 벨라루스는 옛 소련 독립국 중 하나로 러시아를 공용어로 한다.



1999년 12월 8일 보리스 옐친 당시 러시아 대통령과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러시아-벨라루스 국가연합 창설 조약에 조인했다. 이에 따라 두 양국은 국경 점검 없는 자유로운 통행과 무관세 무역, 공동 통화 사용, 군사협력 등을 점차적 확대하기로 했다.

양국은 그러나 석유와 가스 공급 가격, 벨라루스 내 러시아 군사기지 건설 등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어와 통합 논의가 지지부진했다. 이날도 루카셴코 대통령은 벨라루스가 수입하는 석유와 가스 가격이 러시아 국내 가격과 같아야 한다고 요구했다고 BBC는 전했다

BBC에 따르면 루카셴코 대통령은 푸틴에게 “우리는 러시아와 같은 조건을 원할 뿐, 그 이상은 바라지 않는다”고 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우리는 미래의 전망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며 “양국은 전력을 다해서 두 정부와 국민이 서로 가깝게 느끼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벨라루스 시민들은 러시아의 야욕을 우려하는 시위에 나섰다. 2014년 러시아에 강제 병합된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처럼 주권을 잃고 흡수될 수 있다는 두려움에서다.

BBC에 따르면 시위대는 “벨라루스는 러시아가 아니다” “러시아와 통합을 반대한다”고 구호를 외치며 도심을 행진했다. 또 국가 통합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벨라루스 주재 러시아 대사관에 전달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벨라루스의 독립국 지위를 포기하는 일은 없다고 단언했으나, 벨라루스 야권과 시민들은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과 루카셴코 대통령은 20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다시 만나 이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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