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IPO 자금조달 순위. 아람코가 1위를 차지했다. /사진=머니투데이.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가 역대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에 나선다. 이를 앞두고 80년만에 처음 발표한 실적도 1위, 공모가를 기준으로 추산한 기업가치도 1조7000억달러(약 2022조원)로 세계에서 가장 비싼 기업이 됐다. 외신들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삼성 등 세계 최고 기업들의 이익과 시총 모두 가뿐히 따돌렸다”고 평가한다.
사우디 왕실의 돈줄이자 그 자체인 '주식회사 사우디’, 아람코가 오는 11일 리야드 주식시장(타다울 거래소)에서 첫 거래를 시작한다. 공모가는 32리얄(약 1만454원). 지분 단 1.5%(30억주)를 매각해 256억달러(약 30조5000억원)를 조달했다. 이는 2014년 알리바바가 상장하며 세운 기록(250억달러)을 넘는 수치다. 이를 토대로 계산한 아람코의 시가총액도 1조7000억달러 달러로 애플(1.2조달러)을 앞선다.
아람코는 상장에 앞서 지난 4월, 80년만에 첫 공개한 실적으로 시장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지난해 순이익은 1110억달러(약 132조원)을 기록, 애플(593억달러)보다 2배 많았고, 애플과 구글(300억달러)을 합쳐도 아람코의 순이익이 더 많았다. 삼성전자는 순이익 383억달러로 3위다. 아람코의 세전 영업이익은 2120억달러(약 252조원)로 유럽연합(EU)의 1년치 국방비와 맞먹는다.
각종 기록 양산에도 '동네잔치'에 머물렀다는 평가도 나온다. 사우디 왕실의 기대(2조달러)보다는 못미치는 상장 규모인 데다가 현재 기업가치도 너무 비싸 해외투자자들의 관심이 적었기 때문이다. 번스타인 리서치는 전세계 기관투자가 31곳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해 적정 기업가치가 1조2600억달러라는 의견을 내놨다. 아람코 상장 후 사우디가 바로 감산 압력을 넣기 시작한 것처럼 사우디 왕실의 입김이 너무 큰 데다가, 불투명한 기업 정보, 제한적 수익 전망도 발목을 잡은 요소다. 아람코를 움직이는 사우디 실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각종 인권 탄압 논란을 빚은 데다가, 이번 상장을 위해서도 걸프만 동맹국들과 사우디 시중 은행들, 사우디 부유층 등에 공모 참가 압박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람코 상장이 사우디의 미래를 더욱 한 회사에 의존케 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전망도 있다. 빈 살만 왕세자가 국가 경제구조 개혁을 위해 추진 중인 '비전2030'의 자금줄이 아람코인 데다가, 이번 공모에 사우디 중산층이 대거 참여한 만큼 아람코의 주가 하락은 사우디 중산층의 몰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우디가 아람코 주가 유지를 위해 국제 유가 조작에 적극 나설 가능성도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