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강다니엘이 AAA 참석차 2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베트남 하노이로 출국을 하고 있다. 2019.11.25/사진 = 뉴스 1
96년생 22살 청년은 모니터 너머 생면부지의 사람들에게 '살려달라'고 호소했다. 오디션 프로그램 1위로 데뷔해 SBS 연예대상 신인상·2018 브랜드 대상 등을 수상하며 빛나는 성공을 거뒀던 강다니엘의 뒷면에는 어리디어린 20대 청년의 모습이 있었다.
악의적인 비방들과 근거 없는 악플들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강다니엘을 두들겼고, 강다니엘의 소속사는 결국 "우울증과 공황장애로 강다니엘이 고통받고 있다"며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이날 강다니엘의 활동 중단 선언 시점은 고(故) 설리와 고(故) 구하라가 악플에 시달리다 세상을 뜬 지 두 달도 되기 전이다.
지난 3일 강다니엘은 공식 팬 카페를 통해 "내게 다는 악플의 내용을 다 알고 있다. 이젠 너무 힘들다"는 심경고백 글을 올렸다. 해당 글은 팬카페에 가입한 회원만 볼 수 있게 올라왔지만, 팬카페 회원들이 커뮤니티에 해당 글을 게재하면서 누리꾼들의 이목을 끌었다.
강다니엘은 11번이나 '힘들다'는 단어를 사용한 글에서 "콘서트 끝난 뒤의 사진이, 내 감정들과 모든 행동들이 무조건 안 좋은 쪽으로 끌고 가는 것이 너무 힘들다"면서 "내가 사랑하는 음악과 무대가 쓰레기 취급당하고, 내가 아끼는 팬들과 가족들이 욕을 먹는 게 정말 너무 힘들다. 내가 나라서 너무 힘들다"고 털어놨다.
지효와의 열애 사실을 공개하자 해당 기사에 달린 악플들. / 사진 = 네이버&네이트 기사 갈무리
"악플은 온 몸이 묶인 채 두들겨 맞는 느낌"…비방에 고통받는 스타들
악플 고통을 호소한 가수 솔비. / 사진 = tvn 예능 '김현정의 쎈터뷰'
강다니엘뿐만 아니라 동료 연예인들은 입을 모아 악플의 괴로움을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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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방송된 tvN 시사 교양 프로그램 '김현정의 쎈터:뷰(쎈터뷰)'에 출연한 가수 솔비는 "10년 전부터 '악플 연예인'하면 제가 많이 언급됐다. 그 때는 악플을 호소할 수 없는 시대도 아니어서 참을 수밖에 없었다"면서 "앞에서 욕하면 싸울 수라도 있지, 악플을 보면 두 손·두 발이 다 묶여서 얻어맞는 느낌이다. 입도 테이프로 틀어막힌 채로 '왜 내 욕을 하지'라는 생각밖에 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지난달 24일 KBS2TV의 시사 교양 프로그램 '거리의 만찬'에 출연한 원더걸스 출신의 가수 유빈도 "'피부가 까매서 더럽다' '목소리가 X같다'는 악플에 시달렸다"면서도 "이 정도면 악플이 많은 편은 아니다"고 말해 충격을 안겼다. 걸그룹 레인보우의 조현영도 SNS를 통해 "데뷔한 이후 10년 간 악플에 고통받았지만 꾹 참았다"며 "연예인이라고 이 모든 것을 감내해야 한다니…저희도 똑같은 사람이다"고 말했다.
빗발치는 악플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스타들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악성 댓글과 루머로 인해 활동 중단을 선언했던 설리가 '괴롭다'는 유서를 남기고 우리 곁을 떠났으며, 42일이 지난 11월의 어느 날에는 전 남자친구와의 법적 분쟁으로 무수한 악플에 고통받던 구하라가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악성 댓글 등에 고통받던 유니·정다빈과 '국민 배우'최진실이 악플을 견디다 못해 세상을 떠난 지 10년이 흘렀지만, 아직 우리 사회는 악플이 넘쳐난다.
고소해도, 댓글 폐지해도 끝없는 악플의 홍수…"모두 죽어야 끝날 건가"
/사진 = 뉴스 1
하지만 법적 대응에도 악플은 끊이지 않는다.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사이버 명예훼손·모욕죄로 검거된 인원은 2014년 8899명에 비해 74%가량 증가한 1만 5479명이지만, 경찰은 그 중 38%만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악플로 인한 모욕죄 자체가 피해자가 선처를 요청하면 죄를 묻지 않는 반의사불벌죄인데, 연예인들은 이미지·공인이라는 위치 등을 이유로 악플러를 훈방조치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논란이 일자 포털사이트 '다음'은 아예 연예기사 댓글면을 폐지했지만 그 보다 영향력이 더 큰 네이버와 네이트엔 여전히 연예인들의 기사가 올라올 때마다 수많은 악성 댓글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댓글 실명제를 도입해 악플을 근절하자는 주장도 제기됐지만, 지난 2012년 헌법재판소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위헌 결정을 내린데다가 이미 실명제를 실시하고 있는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에서도 악플이 끊이지 않는다는 '실효성 논란'까지 제기돼 실질적인 악플 대책은 전무한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