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은 웨스틴조선호텔 플라워부티크 파트장 /사진=김태현 기자
이색적인 야자나무 천장 트리를 만든 주인공은 최경은(38) 웨스틴조선호텔 플라워부티크 파트장이다. 2002년 웨스틴조선호텔에 입사해 올해로 17년차 베테랑 플로리스트인 최 파트장은 40여명의 직원들과 함께 웨스틴조선호텔은 물론 신세계백화점 전 점포의 '얼굴'을 꾸미는 일을 총괄하는 중책을 맡고 있다.
하지만 우연히 TV에서 국내 1호 플로리스트 방식 마이스터를 본 최 파트장은 플로리스트라는 직업에 빠져들었다. 무작정 방 마이스터를 수소문해서 찾아갔다고 한다. 최 파트장은 "방식 마이스터를 보면서 꽃 장식도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2000년 국내 첫 화훼 관련 학과인 천안 연암대학교 화훼장식과에서 뒤늦게 공부를 시작했고, 수원대학교에서도 화훼 관련 학위를 취득했다.
여러 작업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부산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이다. 최 파트장은 "잠실실내체육관의 2배에 가까운 매장을 꾸미긴 쉽지 않은 일이었다"며 "3박 4일 잠도 안 자며 작업에 매달렸던 기억이 아직도 또렷하다"고 말했다.
최 파트장은 플로리스트의 일이 생각만큼 우아하진 않다고 말했다. 그는 "백화점 천장 같은 경우 안전모, 안전띠를 차고 3m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작업한다"며 "또 천장을 보며 일 하다보니 목과 어깨에 근골격계 질환을 달고 산다"고 말했다. 최 파트장도 10년 전 손가락 마디마다 염증이 차오르는 '방아쇠수지증후군'으로 수술을 받았다. 하루 수천송이의 꽃을 다듬고 자르면서 생긴 일종의 '직업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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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과 백화점 운영 시간을 피해 작업해야 하다보니 야근도 잦다. 호텔은 밤 10시에서 새벽 6시 사이 주로 작업하고, 백화점은 오후 8시 30분 문 닫고 나서야 시작한다. 그럼에도 플로리스트라는 직업을 놓지 못하는 건 최종 결과물 봤을 때 성취감 때문이다.
그는 "24평(약 80㎡) 남짓한 작업실에서 수천송이의 꽃을 다듬고, 물이 가득 든 1m 짜리 화병이나 키만한 나무 원목을 옮길 때는 힘들지만, 작품 앞에서 방문객들이 사진을 찍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그동안의 수고가 눈 녹듯이 사라진다"고 말했다.
웨스틴조선호텔 서울 로비 전경 /사진=김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