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핫한 인스타 #천장트리, 누가 만들었나 했더니

머니투데이 김태현 기자 2019.12.05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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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최경은 웨스틴조선호텔 플라워부티크 파트장

최경은 웨스틴조선호텔 플라워부티크 파트장 /사진=김태현 기자최경은 웨스틴조선호텔 플라워부티크 파트장 /사진=김태현 기자


각종 모임이 몰려있는 연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는 인증샷이 넘쳐난다. 가장 인기있는 인증샷 장소 중 하나가 바로 호텔 로비. 화려한 크리스마스 장식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는 사람들이 줄을 잇는다. 웨스틴조선호텔은 전년에 비해 10일 가량 앞당겨 '크리스마스=구상나무 트리'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야자나무 천장 트리로 호텔 로비를 꾸며 주목을 받고 있다.

이색적인 야자나무 천장 트리를 만든 주인공은 최경은(38) 웨스틴조선호텔 플라워부티크 파트장이다. 2002년 웨스틴조선호텔에 입사해 올해로 17년차 베테랑 플로리스트인 최 파트장은 40여명의 직원들과 함께 웨스틴조선호텔은 물론 신세계백화점 전 점포의 '얼굴'을 꾸미는 일을 총괄하는 중책을 맡고 있다.



최 파트장은 꽃을 좋아하는 어머니 덕분에 어렸을 때부터 꽃과 친숙했다. 그러다 보니 학교에서 잡초 뽑기를 하면 선생님 대신 잡초와 꽃을 구분해주는 건 자연스레 그의 몫이었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플로리스트를 목표로 했던 건 아니다. 그는 "당시만 하더라도 플로리스트라는 직업이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며 "고등학교 졸업 이후 꽃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언젠가 '꽃집 사장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한 적이 있어도 전문적으로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연히 TV에서 국내 1호 플로리스트 방식 마이스터를 본 최 파트장은 플로리스트라는 직업에 빠져들었다. 무작정 방 마이스터를 수소문해서 찾아갔다고 한다. 최 파트장은 "방식 마이스터를 보면서 꽃 장식도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2000년 국내 첫 화훼 관련 학과인 천안 연암대학교 화훼장식과에서 뒤늦게 공부를 시작했고, 수원대학교에서도 화훼 관련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웨스틴조선호텔에 입사한 최 파트장은 다양한 이벤트에서 연출을 도맡았다. 버버리, 샤넬, LVMH, 오메가, BMW, 입생로랑 등 해외 럭셔리 브랜드 론칭 행사부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와 아웅산 수치 여사 방한 등 국제 행사까지 참여했다.

여러 작업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부산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이다. 최 파트장은 "잠실실내체육관의 2배에 가까운 매장을 꾸미긴 쉽지 않은 일이었다"며 "3박 4일 잠도 안 자며 작업에 매달렸던 기억이 아직도 또렷하다"고 말했다.

최 파트장은 플로리스트의 일이 생각만큼 우아하진 않다고 말했다. 그는 "백화점 천장 같은 경우 안전모, 안전띠를 차고 3m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작업한다"며 "또 천장을 보며 일 하다보니 목과 어깨에 근골격계 질환을 달고 산다"고 말했다. 최 파트장도 10년 전 손가락 마디마다 염증이 차오르는 '방아쇠수지증후군'으로 수술을 받았다. 하루 수천송이의 꽃을 다듬고 자르면서 생긴 일종의 '직업병'이다.


호텔과 백화점 운영 시간을 피해 작업해야 하다보니 야근도 잦다. 호텔은 밤 10시에서 새벽 6시 사이 주로 작업하고, 백화점은 오후 8시 30분 문 닫고 나서야 시작한다. 그럼에도 플로리스트라는 직업을 놓지 못하는 건 최종 결과물 봤을 때 성취감 때문이다.

그는 "24평(약 80㎡) 남짓한 작업실에서 수천송이의 꽃을 다듬고, 물이 가득 든 1m 짜리 화병이나 키만한 나무 원목을 옮길 때는 힘들지만, 작품 앞에서 방문객들이 사진을 찍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그동안의 수고가 눈 녹듯이 사라진다"고 말했다.

웨스틴조선호텔 서울 로비 전경 /사진=김태현 기자웨스틴조선호텔 서울 로비 전경 /사진=김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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