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비싸…병원 찾아 해외로 나가는 미국인들

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2019.12.04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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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서비스수지 흑자 10%↓… "무역전쟁·경쟁력 약화 등 때문"

/사진=로이터./사진=로이터.


미국의 제조업 경기가 부진한 가운데 세계 1위 자리를 유지했던 서비스 산업마저 흔들리고 있다. 무역전쟁이 길어지면서 미국의 서비스 수지 흑자폭이 축소되고 있다.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상무부를 인용, 미국이 올해 첫 9개월 동안 서비스 수지 흑자가 전년 대비 10% 감소한 1785억달러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2003년 이후 가장 급격히 하락한 수치다. 수출은 큰 변화가 없는데 수입은 전년보다 5.5% 늘었다.



경상수지는 한 국가의 핵심 산업을 파악할 수 있는 수치다. 미국은 지난 50여 년간 제조업 강국에서 세계 1위의 서비스 강국으로 거듭났다. 제조업에서는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교육, 기술, 금융, 컨설팅 등 서비스 산업에서는 흑자를 보고 있다.

2003년에서 2015년까지 12년 동안 미국의 서비스 수지 흑자는 6배 가까이 불어나는 등 가파르게 성장하기도 했다. 캐피탈 이코노믹스의 마이클 피어스 이코노미스트는 "(서비스 산업은) 미국이 세계를 주도하는 제일 잘하는 핵심 산업"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2015년 이후에는 상승세가 주춤하면서 미국의 주도권이 흔들리고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그 원인으로 강달러·글로벌 경기 둔화 등 경기적인 요소와 무역전쟁 및 미국의 경쟁력 약화 등 구조적인 요소를 꼽는다. 특히 미국에 대한 선호도가 줄면서 미국산 서비스 수요가 줄었고 동시에 미국의 경쟁력이 약화돼 이같은 현상이 발생했다고 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타국에 배타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중국이 미국 여행 및 유학에 신중하라고 권고하는 등 글로벌 인재들의 미국 선호도는 떨어지는 상황이다. 미 중남부 웨스턴 켄터키 대학에서는 유학생 수가 2015년 대비 절반 가까이 줄기도 했다.

실제로 미국의 최대 규모 수출 산업인 '관광 서비스'는 올해 들어 전년 대비 0.6% 감소했다. 이는 관광객·학생·환자들이 미국에서 소비하는 학비, 건보료, 음식료 값 등을 나타낸다.


미국인들마저 비싼 등록금과 의료비를 피해 해외로 나가는 상황이다. 지난해 미국인의 유학 관련 여행 지출은 1999년 대비 379%, 의료 관련 여행 지출은 1761% 올랐다.

이에 따라 미국의 기술 발전을 주도한 고등교육과 기초연구 부문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WSJ는 분석했다. 영국의 대학평가기관 QS의 세계대학랭킹에서 세계 상위 200위 내에 드는 미국 대학 숫자는 지난 2004년 62개에서 최근 46개로 감소했다. 반면 중국은 2016년 미국을 누르고 과학·기술 논문 최대 생산국이 됐으며 특허, 상표, 디자인 신청 건수에서도 선두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전쟁에서 농업과 제조업을 강조하고 서비스업을 등한시하는 것도 서비스 수지 흑자 감소의 원인이라고 WSJ는 분석했다. 중국 등 무역 분쟁 중인 국가와 공장 건설, 미국산 농산품 구매 등을 강조했지만 지적재산권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진전이 없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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