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디즈니 제국'의 이면

머니투데이 김수현 기자 2019.12.04 0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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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아침 8시마다 TV시리즈 '라이온 킹'을 보고 자란 어린이는 어느덧 20대 후반이 됐다. 영화관을 점령한 디즈니는 아이들은 물론이고 이제는 성인이 된 옛 팬들까지 끌어모으며 콘텐츠의 수명을 수직으로 확장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올해는 영화관에서 디즈니 돌풍이 유독 거셌다. '알라딘', '토이스토리4', '캡틴 마블', '어벤져스:엔드게임'이 한달 차이로 계속 개봉하면서 디즈니는 각 영화당 10억달러(약 1조2145억원)가 넘는 수입을 벌어들였다.



미국인들도 디즈니가 장악한 영화계 현실에 문제를 느끼기 시작했다. 올해 미국 영화시장에서 디즈니의 점유율은 40%에 다다랐다. 매달 개봉하는 영화 다섯 편 중 두 편은 디즈니 영화라는 얘기다.

그도 그럴 것이 디즈니는 잘나가는 영화제작사라면 모두 인수해 제국을 건설했다. 픽사(2006년)와 마블(2009년), 루커스필름(2012년)에 이어 지난해 폭스까지 쉼 없는 인수합병(M&A)으로 막강한 지식재산권을 확보한 상태다. 1923년 미키마우스의 탄생 때부터 축적된 지식재산권은 디즈니 수익의 원천이며 경영 전략의 중심이다.



문제는 이로 인해 저예산 영화의 극장상영 진입장벽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심지어 같은 시기에 디즈니 영화가 두세편씩 나오면서 미국에선 "이 영화도 디즈니, 저 영화도 디즈니, 극장 편성표가 '디즈니 영화'와 '그 외 영화'로 구분된다"는 말도 나온다. 포춘지는 이를 두고 "극장들이 거의 매달 영화를 쏟아내는 디즈니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고 전했다.

지난 1일 디즈니는 한국 시민단체에 독점금지법 위반으로 고발당했다. 한 영화의 스크린 점유율이 30%를 넘지 못하게 한 미국에서도 문제는 비슷했다. '겨울왕국2'가 관객수 신기록을 써내려갈 때, 그 이면에는 상영기회조차 갖지 못하고 사라지는 수많은 영화들이 있다. 건강한 영화계라면 예술영화, 독립영화, 다큐멘터리 영화 등 다양한 형태의 영화가 관객들과 쉽게 만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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