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초통계]페르미 추정과 통계

머니투데이 강신욱 통계청장 2019.12.03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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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초통계]페르미 추정과 통계


제주도에 전세계 인구를 모두 세워 놓을 수 있을까? 현재 세계 인구는 대략 77억명이다. 제주도의 면적은 1849㎢(대략 5억6000평)이다. 해수욕장의 인파나 집회에 모인 사람들의 숫자를 추산할 때 흔히 페르미 추정법이라 불리는 방식을 사용한다. 페르미 추정법에 따르면 보통 3.3㎡(1평)에 10명 정도가 서 있을 수 있다고 가정한다. 계산 결과 제주도가 수용할 수 있는 인구는 56억명이다. 부족하다. 다만 제주도 다음으로 면적이 큰 충청북도(7408㎢)에는 전세계 인구가 다 들어가고도 면적이 많이 남는다.

페르미 추정법은 이탈리아 출신 미국의 물리학자인 엔리코 페르미가 개발한, 기초적인 지식과 논리적 추론을 통해 짧은 시간에 대략적인 근사치를 추정하는 방식이다. 위의 예처럼 단위면적당 참가 인원수를 계산하는 것을 넘어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된다.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의 입사 면접문제로도 많이 알려졌다. ‘뉴욕시의 피아노 조율사는 몇 명일까?’, ‘오늘 점심에 짜장면을 먹은 사람의 숫자는?’과 같은 문제가 출제된다. 최근에는 한국기업이나 대학에서도 널리 활용하고 있다.



페르미 추정을 요하는 문제는 출제자도 정답을 원하지 않는다. 미적분이나 복잡한 수학기법도 필요하지 않다. 사칙연산 같은 간단한 산수와 기본적인 통계와 확률 상식이면 충분하다. 이를 이용해 짧은 시간에 논리적인 가설과 가정을 통해 대략적 추정치를 얻어 활용하는 데 의미가 있다. 알고 있는 정보가 많을수록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페르미 추정은 ‘아는 정보를 최대한 활용해서 새로운 정보를 생산’하는 것이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고, 불확실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페르미 추정에 익숙해지면 인구통계와 같은 누구나 알고 있고, 알 수 있는 정보를 가공해 불확실성을 줄여 유익한 추론을 빠르게 할 수 있다. 이렇게 도출한 추론은 다시 통계로 검증이 되어야 유용한 정보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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