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덥고, 덜 먹고, 덜 팔고 녹아내린 아이스크림 매출

머니투데이 김은령 기자 2019.12.0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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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Q 빙과시장 22% 줄어…실적 부진 이어져

지난 여름 덥지 않은 날씨와 소비 구조 변화로 아이스크림 시장이 얼어붙었다. 1년 실적을 결정하는 7~9월 성수기 매출이 급감한 것. 저출산 기조가 이어지고 식음료 쪽의 온라인 유통이 커지면서 아이스크림 시장이 구조적 위기란 지적이 나온다. 업계는 정찰제 확대, 사업구조 개편 등 활로를 모색하고 나섰다.

1일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아이스크림 소매판매 규모는 4821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22% 감소했다. 올 들어 3분기까지 누적 매출도 1조2000여억원으로 전년대비 13%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올 여름 전국 평균 최고기온은 28.9도로 지난해 30.5도보다 다소 덜 더웠던 날씨 영향을 받았다. 올 여름 폭염일도 13.3일로 작년의 41%수준에 그쳤다.

물론 지난해보다 덥지 않은 여름 날씨가 아이스크림 판매량 감소에 직격탄이었지만 구조적으로 아이스크림 시장이 역성장 추세에 진입한 것이 더 큰 문제다. 저출산 기조가 이어지면서 아이스크림 주 소비층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반면 대체재는 늘어나고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아이스크림 전문점이나 카페 프랜차이즈 등 디저트 시장이 다양화되면서 전통적인 아이스크림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대형마트와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유통구조도 아이스크림 시장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냉동식품인 아이스크림 특성상 유통구조 가운데 편의점, 일반식품점, 독립슈퍼 등에서의 판매 비중이 높은데 일반식품점(중소형 규모 슈퍼마켓)이나 독립슈퍼(중대형 슈퍼마켓)가 줄어드는 추세여서다. 지난 3분기 일반식품점, 독립슈퍼의 아이스크림 매출은 각각 32%, 31% 줄었다. 냉동 유통해야 하는 관계로 온라인 유통이 원활하게 늘어나기도 어렵다.

구조적인 위기 앞에 업계도 다양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해태제과는 만년 적자인 아이스크림 사업부를 100% 자회사로 분할하며 활로 모색에 나섰다. 신제품 개발이나 투자 등 경영 관련 의사 결정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다. 외부 투자 유치 등 지분 매각 가능성도 열어 뒀다.

빙그레는 가격정찰제를 확대하며 아이스크림 시장 정상화를 꾀하고 있다. 빙그레는 지난해 떠먹는 아이스크림인 투게더 제품에 대해 가격정찰제를 시행해 어느정도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이어 내년부터 빵또아, 붕어싸만코 등 제과형 아이스크림에 가격 정찰제를 도입키로 했다. 반값 아이스크림 등 지나친 할인 등으로 가격 신뢰도가 낮은 아이스크림 시장을 정상화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가격 정찰제가 구조적인 수요 감소를 상쇄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대부분의 업체들이 빙과 부문 매출 감소,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가격 경쟁력을 포기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도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정찰제가 자리잡을 경우 그동안 업체간 출혈경쟁이 사라질 수 있겠지만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경쟁사들에도 정찰제가 확산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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