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연평도 9주기날 포 쐈다…정부, 뒤늦게 항의(종합)

머니투데이 최태범 , 서동욱 기자 2019.11.26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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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軍, 23일 포착했지만 이틀 동안 묵혀둬…‘늑장대응·은폐의혹’ 논란

[서울=뉴시스]조선중앙TV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서부전선에 위치한 창린도방어대를 시찰했다고 25일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TV 영상 캡처) 2019.11.25.   photo@newsis.com[서울=뉴시스]조선중앙TV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서부전선에 위치한 창린도방어대를 시찰했다고 25일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TV 영상 캡처) 2019.11.25. [email protected]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부전선 접경지역 북방한계선(NLL) 인근 창린도 방어부대를 시찰하며 해안포 사격을 지시한 날짜가 ‘연평도 포격 도발 9주기’ 당일인 23일로 확인됐다.

2010년 11월 23일 연평도 포격을 지휘했던 김 위원장이 이날 해안포 사격을 지시하며 9.19 남북 군사합의를 깬 것은, 단순한 대남(對南) 압박 차원을 넘어 실제 보복에 나설 수 있음을 위협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26일 군 당국에 따르면 창린도 방어부대의 포사격은 지난 23일 오전에 실시됐다. 군은 미상의 음원을 포착해 분석 중이었으며, 25일 북한 매체의 김 위원장 공개 활동 보도를 통해 창린도 해안포 사격으로 최종 평가했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해안포 사격 시점에 대해 "23일 오전 중에 파악됐다"고 했다. 국방부는 전날 북한 매체를 통해 공개된 해안포 사격의 구체적인 시점을 공개하지 않아 ‘뒤늦게 파악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왔다.



군 당국은 지난 23일 창린도 인근에서 미상의 포 사격음을 파악하고 그동안 분석을 진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해안포 사격 방향이나 거리, 발사 수, 종류 등에 대해서는 정보 사항이라는 점을 들며 말을 아끼고 있다.

창린도는 황해도 남단, 우리 쪽에서는 서해 최북단인 백령도의 남동쪽에 위치한 섬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지난해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교환한 9.19 군사합의에 따라 ‘적대행위 금지’ 구역으로 설정됐다.

북한이 NLL 인근 무인 5도(함박도·갈도·장재도·무도·아리도)를 군사기지화한데 이어 ‘전선(戰線)의 섬’이라고 지칭하는 창린도에서, 그것도 연평도 9주기 당일 포사격을 실시한 것은 ‘연평도 보복’에 실제로 나설 수 있음을 경고했다는 분석이다.


앞서 북한은 이승도 해병대사령관이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에서 “함박도 초토화 계획을 세웠다”고 밝힌데 대해 “연평도를 벌써 잊었느냐. 무모한 군사적 적대행위는 기필코 파국적 후과를 초래하기 마련”이라며 위협한 바 있다.

◇국방부, 軍통신선 통해 북한에 군사합의 위반 항의

【평양=뉴시스】평양사진공동취재단 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9일 백화원 영빈관에서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노광철 인민무력상의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문을 교환을 지켜보며 박수를 치고 있다. 2018.09.19.   photo@newsis.com  【평양=뉴시스】평양사진공동취재단 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9일 백화원 영빈관에서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노광철 인민무력상의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문을 교환을 지켜보며 박수를 치고 있다. 2018.09.19. [email protected]
국방부는 북한의 군사합의 위반에 대해 전날 유감을 표시한데 이어 이날 서해지구 군통신선을 통해 항의문을 보냈다. 최현수 대변인은 "오늘 오전 북측에 해안포 사격 행위를 강하게 항의했다"며 "구두로 항의하고 항의문도 보냈다"고 밝혔다.

항의문은 남북 접경지역 일대에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는 군사적 행위를 중단하고, 유사한 사례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9.19 군사합의를 철저히 준수해나가자고 촉구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정부의 대응을 놓고 ‘연평도 포격일을 노린 의도적 도발에도 불구하고 늑장 대응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또 북한의 발사체 도발 사실을 즉각 공유해왔던 정부가 이번에는 북한 매체의 보도가 나온 뒤 이를 알렸다는 점에서 ‘은폐 의혹’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군 당국이 창린도 해안포의 발사 시간과 장소를 사전에 인지하고 있지 못 하다가 북측의 발표를 보고 그때서야 인지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 북한의 ‘군사합의 위반’ 인정에 소극적이었던 군의 입장이 반영된 것이란 시각도 있다.

군 당국은 북한의 해안포 발사 징후를 사전에 포착해 대비하고 있었지만, 대북 감청정보의 보안 문제를 우려해 발표하지 않았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우리 군의 능력을 섣불리 노출할 경우 북한에 역이용 당할 우려가 있다는 얘기다.

북한은 정부의 항의문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이 올해 남한 타격용 신형 단거리 무기체계를 고도화하고, 남북경협의 상징인 금강산 관광 문제를 크게 흔드는 등의 상황을 감안하면, 북한의 재발방지 약속이 이뤄지긴 어려워 보인다.

북한의 대남 라디오 ‘통일의 메아리’는 이날 방송에서 문 대통령의 ‘대화를 통한 한반도 질서 대전환’ 발언에 대해 “파렴치한 궤변”, “역겨운 자화자찬”, “치졸한 말장난” 등 맹비난을 쏟아냈다. 현재로선 남북관계 개선 여지가 나타나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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