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격차 줄이겠다고… 정규직 수당 깎는 日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2019.11.24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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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4월 '동일노동 동일임금법' 시행 앞두고 기업들 임금 개편… 정규직 불만 확산

/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일본에서 내년 4월 동일노동 동일임금법 시행을 앞두고 각 기업이 임금체제 개편에 돌입했다. 하지만 정작 격차 축소의 취지와는 다르게 정규직 수당이 크게 삭감돼 반발이 크다고 24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이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일본 우정그룹은 정규직의 주택수당과 가족수당, 연말수당을 단계적으로 축소키로 해 정규직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



정규직에는 그동안 월 최대 2만7000엔(약 29만3000원)의 주택수당을 지급해왔는데 앞으로 10년에 걸쳐 이를 없애고, 추운 곳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에게 지급하던 수당 역시 5년간 절반으로 줄일 예정이다. 연말에 지급하던 근무수당도 없어진다. 대신 비정규직과 무기 전환 사원 등은 연초 4000엔(약 4만3400원)의 수당을 지급한다.

동일노동 동일임금법이 시행되는 내년 4월부터는 정규직에 월 1만2000엔(약 13만원)씩 지급하던 가족수당을 단계적으로 줄이고, 대신 비정규직에 월 4800엔(약 5만2000원)의 가족수당을 지급한다.



우정그룹 노조 중앙집행위원회는 "불합리성을 제거한다는 목적이 있지만, 지난해부터 이러한 제도 개편을 놓고 정규직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했다.

닛케이는 우정그룹을 비롯해 전국에서 정규직의 불만이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미 일본 내 각 기업들이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 및 정규직의 수당·복리후생 협상을 벌이고 있는데, 정규직과 동일한 수당을 비정규직에 지급하는 게 기업엔 큰 부담이 돼 결국 정규직의 수당을 깎는 쪽으로 협상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도쿄에 있는 기업 레조나게토는 정규직에 지급하던 월 6만엔(약 65만원)의 보조금을 폐지하고 이를 시급에 반영했다. 또 유급 특별휴가 도입 등 계획도 취소했다. 당장 정규직에게 불리하게 변경되는 제도는 없지만,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염두에 두고 복지 혜택 확대를 일단 막는 선택을 한 것이다.


현재 일본 내 비정규직은 2100만명가량으로 전체 노동자의 40% 가까이를 차지한다. 이 때문에 일본에선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임금 격차 문제가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다. 지난해 일본 임금구조 기본통계 조사에 따르면 정규직의 평균 임금은 월 32만3900엔(351만5500원)인 반면, 비정규직은 20만9400엔(227만2700원)으로 36% 정도 차이(정규직 임금 기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닛케이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업들의 46.9%는 동일노동 동일임금법 시행으로 "인건비 부담이 증가할 것"이라고 답했다. 금융업계는 연간 24억엔(260억5000만원), 백화점 등 유통업체들은 연 4~5억엔(43~54억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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