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고립된 북한, 그나마 발 담근 국제무대는 아세안

머니투데이 최태범 기자 2019.11.21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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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MT리포트]한-아세안 특별 정상회의, 한반도평화 촉진 레버리지 기대

【서울=뉴시스】베트남 친선방문 일정을 시작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와 회담을 했다고 북한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일 보도했다. 2019.03.02. (출처=노동신문)   photo@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서울=뉴시스】베트남 친선방문 일정을 시작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와 회담을 했다고 북한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일 보도했다. 2019.03.02. (출처=노동신문) [email protected]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대를 모았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참석이 사실상 무산됐다.

21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참석을 초청하는 친서를 보냈지만, ‘지금은 남북정상이 만날 시점이 아니다’며 참석을 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위원장이 이번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해 첫 다자외교에 나설 것이란 전망은 불발에 그쳤지만, 북한과 아세안의 ‘특수관계’를 고려하면 김 위원장은 개별적인 외교경로를 통해 아세안 국가들과의 관계 강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아세안은 한국의 2위 무역 상대지역으로 떠오를 만큼 한국과 돈독한 관계를 갖고 있다. 한류(韓流) 확산으로 한국에 대한 호감도도 상당히 높다.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에 따라 향후 한-아세안 관계는 더욱 발전할 전망이다.

아세안은 북한을 등한시하지 않는다. 과거부터 외교관계를 두텁게 유지하고 있다. 북한이 70년 적대관계를 뛰어넘어 미국과 역사적인 1·2차 정상회담을 싱가포르와 베트남에서 각각 열 수 있었던 것도 아세안과 쌓아온 신뢰 덕분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분단 이후 남북 외교전의 주요 대상은 제3세계에 집중됐다. 북한은 1960년대 이후 중국과 소련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제3세계 외교에 힘을 쏟았다. 냉전시기 북한은 이념 공유를 통해 베트남·라오스·캄보디아 등 공산권 국가들과 밀착했다.

특히 1955년 인도네시아 반둥회의를 계기로 구체화된 ‘비동맹운동’은 반(反) 제국주의를 표방하며 제3세계 국가들의 연대체로 발전했다. 한국은 가입 신청이 거절됐지만 북한은 1975년 회원국 만장일치로 가입했다.

1994년 출범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은 북한이 유일하게 참여하는 지역 내 다자안보협의체다. 아세안 10개국과 한·미·일·중·러 10개국 등 총 27개국이 참여한다. 북한은 23번째 회원국으로 2000년부터 참가했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북한의 ARF 가입을 지지했다.


북한에게 있어서 아세안은 고위층 자녀들을 유학 보내는 스위스 등 유럽 중립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남과 북 사이에서 중립적인 지역으로 인식되고 있다. 아세안은 비동맹 원칙을 내세우며 다자외교 무대에서 항상 중립 입장을 견지해왔다.

전문가들은 한-아세안 관계를 강화하는 것이 한반도 평화를 촉진하는 레버리지(지렛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일본·러시아의 경우 한반도 문제에 이해 당사자로 개입하고 있어 촉진자 역할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북한이 최근 ‘북미협상 중재자’를 자임했던 스웨덴을 향해 ‘미국의 앞잡이’라는 식의 비난을 쏟아낸 만큼 향후 비핵화 협상의 촉진에 있어서 아세안 국가들의 역할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북미가 협상조건을 놓고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지만, 협상의 물꼬가 트이게 되면 싱가포르·베트남에 이어 또 다른 아세안 국가가 3차 북미정상회담의 장소를 제공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정부는 경제협력을 넘어 한반도 평화·번영의 공동체로서 아세안에 접근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2년 반 만에 아세안 10개국을 모두 방문했다. 이번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이후 문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신(新) 신남방정책’ 추진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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