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회 상임위·법제실 직원 50% ↑, 1년 월급에 300억

머니투데이 김평화, 한지연 , 김예나 인턴 기자 2019.11.20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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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국회 상임위·법제실 인력 16대比 50%↑

[단독] 국회 상임위·법제실 직원 50% ↑, 1년 월급에 300억


20대 국회 상임위원회·법제실 인력이 16대 국회 대비 50% 늘었다. 이들이 받는 총급여는 약 3배 증가했다. 공천 평가 등을 위해 의원들이 무더기 법안발의에 나선 부작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국회에 따르면 20대 국회 상임위 직원(입법조사관 등)은 총 329명이다. 16대 국회 233명보다 94명 많아졌다. 법제실 직원(법제관 등)은 86명으로 45명 증가했다. 상임위와 법제실 직원을 더하면 274명에서 415명으로 51.5% 늘었다.



올해 국회에서 상임위·법제실 직원이 받는 총급여는 300억원을 넘는다. 올 10월까지 상임위 직원 329명에게 204억8000만원이 지급됐다. 법제실 직원 86명은 10월까지 총 46억7000만원을 받았다. 이를 합치면 총 251억5000만원이 지급됐다.

올 12월까지 지출될 급여를 환산하면 총 301억8000만원이다. 16대 국회(2001년) 때 상임위·법제실 직원 274명에게 총 101억5600만원이 지급된 것에 비하면 국회 입법지원비용이 3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상임위와 법제실 업무 대부분은 입법 지원이다. 비용 증가 이유는 의원발의 법안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탓이다. 16대 국회 1651건이던 의원발의 법안 수는 △17대 5728건 △18대 1만1191건 △19대 1만5444건 △20대 2만669건(4일 기준)으로 급증세를 보였다.

더불어민주당 등 정당의 의원평가 기준에 법안 발의수가 포함되면서 무더기 법안 발의가 이어졌다. 법안 홍수를 감당해야하는 국회 상임위와 법제실 인력도 매년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여전히 인력난을 겪고 있다.

국회 사무처는 입법정책 지원인력 강화를 위해 상임위 인력 19명, 법제실 인력 4명 등 총 23명을 충원해줄 것을 요청했다. 국회 운영위원회는 이달중 이 안건을 심사할 예정이다.


20대 국회 상임위에 접수된 법안(위원회 발의, 정부 발의, 예·결산안 포함)은 이달 4일까지 총 2만2865건. 16대 국회 대비 약 9배 이상 늘었다. 법제실 상황은 더 심각하다. 20대 국회에서 의원이 법제실에 의뢰한 입안은 올 3월말까지만 3만5127건에 달했다. 16대 국회 대비 21배 증가한 수치다.

‘입안 병목 현상’도 국회의 인력난에 한몫을 했다. 공천 심사를 앞둔 의원들이 정량평가 점수를 올리기 위해 ‘막판 스퍼트’를 올리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20대 국회의원 최종평가 지표에 ‘대표발의 법안 수’를 포함시켰다. 이에따라 올 10월 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 수는 9월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법안 부실 심사도 우려된다. 쏟아지는 법안은 그대로 상임위·법제실 직원들의 책상에 쌓인다. 법제관 1명이 올해 처리해야할 법안은 약 200건에 달한다. 19대 국회 기준 입법조사관 1인당 검토보고서 건수는 117.2건이었다. 16대 국회 대비 5.3배 증가한 수치다.

국회 관계자는 “‘양(量)치기’와 ‘벼락치기’ 등 법안홍수가 내실있는 법안 행정에 지장을 주고 비용을 늘리는 원흉”이라며 “발의한 법안 개수로 공천 승부를 띄우는 의원들의 관습이 국회 몸집을 부풀리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천 주세요' 양치기 법안발의에 몸살앓는 국회
'법안 발의 수' 평가 기준에 포함, 입법지원비용 늘었는데도 인력난

483건.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일까지 5일간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 수다. 그 다음주에 접수된 152건의 3배 이상이다. 특히 지난달 31일 하루에만 법안 185건이 발의됐다. 이중 181건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했다.

이춘석 민주당 의원은 ‘막판 스퍼트’에 나섰다. 평가에 반영되는 마지막 주에만 법안 26건을 발의했다. 법안들이 특별한 것도 아녔다.

‘임원 임명 후 파산선고를 받거나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유예를 받은 임원의 당연퇴직에 관해서는 국가공무원법에 따른 당연퇴직 규정을 적용받도록 한다’는 문구를 넣은 수정안들을 발의했다. 공공기관 이름만 바꾼 법안 수정안 여러개를 만들어 숫자를 부풀렸다.

이 의원이 20대 국회 3년 7개월간 발의한 법안은 총 88건이다. 이 의원 외에도 지난달 28~31일 사이 발의한 법안 건수가 20대 국회 전체기간 발의한 법안 수의 5%를 넘는 의원은 31명에 달했다. 법 조항을 조금씩 바꿔 내는 ‘법안 쪼개기’ 사례도 다수 나왔다.

정당들이 현역의원 의정활동 평가에 법안 발의건수를 반영하면서 생긴 촌극이다. 특히 10월말에 민주당 의원들이 ‘법안폭탄’을 투척한 이유는 민주당이 2019년 10월까지의 법안 발의건수를 반영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민주당 최종평가는 4일부터 시작됐다. 지난달 31일까지 대표 발의한 법안 수가 입법수행실적(대표발의·입법완료·당론채택법안)으로 반영된다. 발의한 법안의 질과 상관없이 양만 많으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최종평가에서 입법수행실적 반영비율은 7%에 달한다. 더구나 민주당은 현역의원 최종평가 하위 20% 의원들에게 공천심사에서 불이익을 주겠다고 밝혔다.

법안 발의 수가 우수의원을 선정하는 기준 중 하나라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양보다 질에 초점을 맞췄던 의원들도 평가가 다가오면 어쩔 수 없이 법안 ‘양(量)치기’에 나선다는 지적이다.

법안의 ‘양’을 평가기준에 반영하는건 국회 몸집이 커진 근본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20대 국회 입법지원인력(상임위원회·법제실 직원)은 16대 국회 대비 50%이상 증가했다. 관련 인건비는 3배 가까이 늘었다.

국회 사무처는 국회의장상에서 정량기준을 없앴다. 의원연구단체 지원금에서 법안발의 건수를 반영하는 기준도 없애는 방향을 추진중이다.

국회 관계자는 “정량평가가 계속된다면 의미있는 법안에 공을 들이는 의원이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게 된다”며 “심지어 민주당이 공천 기준에 법안 발의수를 넣은 것은 말도안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영국 의회는 1년에 법안 개정안 30~40건만 심사하는 것으로 안다”며 “입법활동이 입법부의 기본 기능인데 보다 내실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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