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조합원이 식당에 모여 영상을 봤다. 4명의 지부장 후보자는 '단결·투쟁'이 쓰인 붉은 머리띠를 하고 '조합원 동지'를 외쳤다. 이들은 출퇴근 시간에도 기호가 적힌 조끼를 입고 선거 운동을 한다.
지난 18일부터 시작된 지부장 후보의 선거 운동으로 현대차만이 아니라 울산이 들썩이고 있다. 당선된 지부장은 2년 임기동안 노조와 회사 미래까지 좌우할 수 있는 막강한 힘을 얻는다. 웬만한 국회의원보다 힘이 세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현대차 노조원의 평균 연령은 47세, 근속 연수는 21년에 달한다. 이들은 연평균 8900만원을 번다. 국내 소득 상위 5% 수준이다. 노조에서 쓰는 조합비만 1년에 200억원 가까이 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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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베이비부머(1946~1965년생)로 현대차에 입사한 노동자들은 현대차 안에서 사회를 배웠다. 각종 계모임부터 축구, 등산 등 동호회, 입사동기회, 향우회, 동문회, 대의원선거구 등으로 끈끈히 뭉쳐있다. 개인의 능력만큼 학연, 지연과 각종 경조사를 챙기는 것도 이들에게는 중요하다.
50대는 현대차 노조의 주류다. 현대차 노조원의 절반가량이 50대이다. 이들 중 일부는 1987년 ‘노동자 대투쟁’을 겪었고, 노조가 설립된 것도 그때다. 특히 외환위기 직후 펼쳐진 1998년 현대차 정리해고 저지 투쟁을 거치면서 노동계의 중심에 섰다. 현대차 노사 협상은 자본과 노동의 대리전 양상을 띠었다. 친노동 환경을 조성하는데 현대차 노조의 역할이 매우 컸다.
국민의 지지를 받았던 현대차 노조지만 이제는 다르다. 소득이 높아졌고, 집단의 이익이 중요해지면서 ‘귀족노조’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올해 무파업 교섭을 끝낸 뒤 하부영 지부장이 "사회적 고립과 귀족노조 프레임을 없애는 단초를 마련했다"고 평가할 정도다.
고령화와 차세대 자동차 전환은 현대차 노조의 변신을 요구하고 있다. 2025년까지 은퇴자만 1만5800명에 이른다. 전 조합원의 30% 이상이 앞으로 5년 안에 회사를 떠나야 한다. 게다가 가솔린, 경유 등 기존 내연기관 차량을 급속히 대체하고 있는 전기차는 부품이 적고, 그만큼 조립인력도 덜 필요하다. 독일 폴크스바겐이 전기차 생산 증가에 맞춰 2023년까지 8000명 감원을 예고했다. 현대차라고 예외일수는 없다.
노조의 급격한 세력 축소가 예상되는 부문이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대차 노조가 자동차산업의 중요 구성원으로서 변신을 꾀해야 할 때"라며 "실제로 노조도 위기의식을 느끼고,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