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상경투쟁 버스비만 '억대'…현대차 노조 '파업 예산'

머니투데이 이건희 기자, 김남이 기자 2019.11.24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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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빼닮은 현대차 노조]한해 100억 넘는 예산 만지는 현대차 노조…올해 쟁의대책비 예산 '31억'

[MT리포트]상경투쟁 버스비만 '억대'…현대차 노조 '파업 예산'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의 권력은 '돈'에서도 나온다. 평균 연봉 8900만원인 조합원이 내는 조합비 규모가 만만치 않다. 노조의 올해 일반회계 기준 예산만 93억원이고, 이 밖에 별도회계 및 특별회계 계정을 따로 갖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두 종류의 조합비를 걷는다. '조합비1'은 산별노조인 금속노조 기준에 맞췄다. 기본급의 1% 정도를 걷어 상급 조직인 금속노조로 보낸다.



금속노조는 이 중에서 54%를 지부 교부금 명목으로 다시 내려보낸다. 이 금액이 일반회계로 잡히는데, 올해 규모는 93억원 정도다. 이와 함께 적립금 중심의 특별회계가 있다. 현대차 노조는 적립금만 100억원 이상 쌓아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조합비2'는 별도회계다. 조합비1의 60~80%를 걷는다. 무급인 노조 전임자 월급을 보장해주는 재원으로 보통 쓰인다. 현대차 노사가 합의한 노조 전임자 수는 96명이다.



별도회계에는 노조 활동의 안전망이 되는 '신분보장기금'도 포함된다. 신분보장기금은 조합원이 노조 활동을 하다가 해고 등 신분상 불이익을 당할 경우 일정 금액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되는 기금이다.

조합원이 많고, 걷히는 조합비도 많다 보니 교섭 쟁의(파업)에만 수십억이 경비로 쓰인다. 올해는 현대차 노조가 파업을 하지 않았지만 책정된 쟁의대책비 예산안으로 그 규모를 가늠해볼 수 있다.

노조는 올해 단체교섭이 결렬되자 파업에 대비한 '쟁의대책비'로 적립금에서 31억원을 전용했다. 지난해에도 25억원에 가까운 돈이 쟁의대책비로 배정됐다.


올해 예산안을 보면 쟁의집회 경비가 10억6700만원으로 가장 많이 책정됐다. 여기에는 머리띠, 모자, 우의 등 쟁의집회 소모품 구매를 위한 3억800만원이 포함됐다. 2만8000명 조합원 1인당 1만1000원의 금액이 책정됐다.

모자와 같은 소모품 구매를 두고 내부 비판도 나왔다. 노조는 올해 쟁의기간 중 조합원에게 줄 골프 브랜드 모자를 구매했다. 한 조합원은 "모자 구매를 추진할 당시 업체가 제대로 선정됐는지 파악하기 어려웠다"며 "쟁의대책비를 명분 있게 집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상경투쟁비에도 7억원이 책정됐다. 3000명이 서울 당일 집회로 2번, 1박2일 상경집회 1번을 하는데 버스대여비만 총 2억7000만원이 든다는 계산이 나왔다. 이밖에 포스터 배포 등 쟁의홍보비에 1억2044만원이 배정됐다.

이처럼 100억원이 넘는 조합비를 운영하는 만큼 노조 내부의 ‘돈 관리’도 엄격하다. 규칙에 따라 분기마다 감사가 진행되고, 노조의 금액 사용 보고도 철저히 이뤄진다. 지난 7대 집행부 노조 관계자는 “집행부 인수인계를 위해 지난달 이틀간 회계 관련 사업보고를 진행하는 등 투명한 예산집행에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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