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실리콘밸리 집값 오르자…애플이 '집 짓기' 시작했다

머니투데이 임소연 기자 2019.11.19 06:54
글자크기

유입 인구 6만 명 느는 동안 주택 수는 2만 개 증가…평균 집값이 우리 돈 15억원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도심에 아파트가 건설되고 있는 가운데 주민들이 길을 걷고 있다/사진=AFP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도심에 아파트가 건설되고 있는 가운데 주민들이 길을 걷고 있다/사진=AFP


샌프란시스코의 실리콘 밸리가 미국 IT 업계의 심장이 되면서 집값이 살인적으로 오르자 애플과 구글 등 대기업들이 ‘집 짓기’에 나섰다. 두 가지 이유에서다. 테크 붐으로 IT 기업이 이득을 보는 사이 집값이 천정부지로 뛰어 원주민들이 밀려난 데 대한 사회적 책임, 그리고 고용 비용 감축이다.

이달 초 애플은 샌프란시스코 내 신규 주택 건설에 25억 달러(2조5000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애플은 본사 소유 땅에 3600가구를 지어 시장가보다 낮은 가격에 사거나 임대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6월엔 구글과 페이스북도 각각 10억 달러(1조 원)씩을 투자해 회사 소유 땅에 주택 총 2만 가구를 지어 공급하겠다고 했다. 모두 샌프란시스코 실리콘 밸리에 본사를 둔 기업들이다.



현재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어리얼(대도시권) 주택가격과 임대료는 IT 기업 붐이 일기 시작한 10년 전보다 2배 이상 올랐다. 샌프란시스코 부동산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샌프란시스코 집값 중간치는 140만 달러다. 평균 임대료는 월 3200달러를 넘어섰다. 월세·임대료를 감당 못해 도시 외곽으로 밀려나는 사람이 늘고, 일자리 때문에 이사하고자 하는 이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 임금 상승률이 집값 상승세를 따라잡기는 역부족이다. BBC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에서 방 2개짜리 집에 살기 위해선 가구당 연봉이 12만7000달러 정도는 돼야 한다. 그나마도 연봉의 30%만 쓰고 모을 때 가능한 일이다.



이 때문에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주택 공급 계획을 발표하면서 “우리는 현재 우리가 지속할 수 없는 방향 위에 있다는 걸 알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 입장에서도 집값 상승으로 주거비용이 커지면 기업들도 직원을 고용할 때 더 많은 연봉을 줘야 하는 등 딜레마에 놓이게 된다.

캘리포니아주 산호세 지역의 실리콘 밸리 전경/사진=AFP캘리포니아주 산호세 지역의 실리콘 밸리 전경/사진=AFP
그러나 단순 ‘공급’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회의도 있다. 2012~2017년 사이 샌프란시스코 인구는 5만8000여 명, 일자리는 13만 개 늘어난 반면, 신규 주택 수는 2만1000여 개 느는 데 그쳤다.

스캇 비너 캘리포니아주 의원은 주택 건설 계획 규모가 ‘새 발의 피’ 격이라고 꼬집었다. 비너 의원은 BBC에 “애플, 페이스북, 구글의 계획을 반긴다”면서도 “그것이 (주택 등)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할 거란 점은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그 이유로 그는 건물 높이를 제한하는 등의 정책이 주택 수요와 공급을 맞추는 걸 방해하고 있다고 봤다. 그는 “문제는 늘어나는 일자리 수를 감당할 계획이 없다는 점이다”고 했다.


피터 코헨 지역사회주택협의회 위원은 "일자리는 저임금 노동 직종에서 폭증하는데, 기업들이 내놓은 주택 건설 계획은 고연봉 직종 노동자들을 겨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는 그저 주변부만 깎아내는 수준밖에 안 된다”며 “왜 IT 기업들이 샌프란시스코에만 몰려야 하는지, 왜 전국으로 흩어져 있으면 안 되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시스코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워싱턴에 본사를 둔 대기업들도 주택 공급에 1억 달러 투자 계획을 내놨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