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라, '1911년 이탈리아'로 시간여행 떠난 사연

머니투데이 양성희 기자 2019.11.1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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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승현 디자인기자그래픽=이승현 디자인기자


휠라코리아 (41,000원 ▼150 -0.36%)가 장기 성장성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브랜드 헤리티지(유산)를 강화하고 나섰다. 트렌드를 이끄는 몇몇 인기제품으로 반짝 승부를 보는 데 그치지 않고 108년의 브랜드 역사에 걸맞게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겠다는 의미에서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증권업계에 따르면 휠라코리아는 3분기 시장 기대치를 크게 웃도는 실적을 기록했다. 성장성 둔화를 우려하는 시각이 지배적이었지만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9%, 69% 증가한 8670억원, 1249억원으로 집계됐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향후 휠라코리아의 고성장세가 꺾일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기저 부담이 높은 데다 히트 아이템 '디스럽터2' 자리를 대체할 제품에 대한 기대가 낮다고 봤다. 주 소비자와 제품군이 1020세대, 어글리 스니커즈로 한정적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이에 휠라코리아는 브랜드 헤리티지를 강화하면서 미래 성장성에 대한 해답을 내놨다. '반짝 뜬 트렌디 브랜드'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서다. 내년 1월부터 운영되는 지주사 이름을 '휠라홀딩스'에서 '피에몬테'로 바꾼 것이 대표적이다. 피에몬테는 1911년 휠라가 탄생한 이탈리아 주(州) 이름이다.



또 108년의 휠라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 '휠라 뮤제오'로 전세계를 순회한다. 연내 중국에서 스타트를 끊을 예정이다. 1970년대 인기를 끌었던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신제품을 출시하는 등 헤리티지를 강조한 컬렉션도 잇따라 선보인다.

휠라는 2007년 휠라코리아가 글로벌 상표권, 사업권을 인수하면서 국내 브랜드가 됐지만 이 같이 과거의 전통도 잇고자 한다. 한국과 중국, 미국을 넘어 유럽 전역 등 글로벌 소비자를 두루 겨냥하려는 이유도 있다.

또 '넥스트 디스럽터2'를 만드는 일에도 분주하다. 휠라는 최근 몇년 사이 '디스럽터2'를 비롯한 어글리 스니커즈가 대박나며 급부상했지만 다른 카테고리도 두루 키워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갈 계획이다. 2017년 7월 출시된 '디스럽터2'는 지난 9월까지 국내에서만 300만족 판매됐다. 지난해 말까지 전세계적으로 1000만족의 판매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1월 출시된 또다른 어글리 스니커즈 '휠라레이'는 지난 9월까지 230만족 판매됐고 같은해 11월 첫선을 보인 '휠라바리케이드XT97'도 120만족 판매를 넘어섰다. 스테디셀러 코트화 '코트디럭스', 캔버스화 '클래식 킥스', 슬리퍼 '휠라 드리프터' 등도 각각 160만족, 130만족, 110만족 판매되며 밀리언셀러로 등극했다.

서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기저 부담으로 성장 둔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이번 실적이 시장의 우려를 불식하고 기업가치 재평가의 근거를 다시 한번 제공한 기회가 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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