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망명' 모랄레스 "정계 남아 투쟁 계속하겠다"

머니투데이 강민수 기자 2019.11.13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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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부의장, 임시 대통령 자처해…모랄레스 지지자들 시위 이어가

12일(현지시간) 대선부정 의혹으로 사퇴한 에보 모랄레스 전 볼리비아 대통령(가운데 파란 셔츠)이 망명지인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 국제공항에 도착해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외교장관과 마주하고 있다. /사진=모랄레스 전 대통령 트위터12일(현지시간) 대선부정 의혹으로 사퇴한 에보 모랄레스 전 볼리비아 대통령(가운데 파란 셔츠)이 망명지인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 국제공항에 도착해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외교장관과 마주하고 있다. /사진=모랄레스 전 대통령 트위터


대선 부정선거 의혹을 치르고 사퇴한 뒤 멕시코로 망명한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전 대통령이 "살아있는 한 투쟁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12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통신·BBC 등에 따르면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멕시코시티 국제공항에 착륙한 군용기에서 내려 기자들과 만나 "내가 살아있는 한 정계에 남아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을 향해 "내 목숨을 구했다"며 감사 인사를 표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이 정적들이 벌인 쿠데타로 인해 축출됐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전날 늦은 밤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멕시코로 향하는 기내에서 트위터를 통해 "더 많은 힘과 에너지로 돌아오겠다"라고 전한 바 있다.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2006년 볼리비아에서 남미 최초 원주민 출신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코카 재배 노조위원장 출신인 그는 집권 초기 에너지산업 국유화 등을 내세워 재정 수입을 확충, 복지 정책을 시행해 높은 지지를 받아왔다.

하지만 모랄레스 대통령은 연임만 가능한 볼리비아 헌법을 교묘하게 해석해 2014년 3선에 성공한 뒤 4연임을 위한 헌법개정안까지 발의했다. 개헌안이 2016년 국민투표에서 부결됐는데도 헌법재판소를 동원해 4선에 도전, 지난달 20일 치러진 대선투표로 당선됐다.

이를 두고 개표 과정이 석연찮다는 의혹이 나오며 거센 대선 불복 시위가 벌어졌다. 결국 선거부정이 있었다는 미주기구(OAS)의 감사 결과에 이어 군과 경찰까지 돌아서자 시위 3주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임시 대통령을 자처한 헤아니네 아녜스 볼리비아 상원 부의장(왼쪽 두번째). /사진=로이터임시 대통령을 자처한 헤아니네 아녜스 볼리비아 상원 부의장(왼쪽 두번째). /사진=로이터
갑작스러운 대통령 사퇴로 권력 공백을 맞은 볼리비아는 혼란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우파 야당 사회민주주의운동 소속 헤아니네 아녜스 상원 부의장은 대통령의 사퇴 이틀 만에 대통령 취임을 선언했다. 볼리비아에서는 사퇴·사고 등으로 대통령직이 공석일 경우 부통령, 상원의장, 하원의장 순으로 대통령 권한을 이어받게 돼 있는데 이들 모두가 모랄레스의 사퇴 전후로 물러났기 때문이다. 앞서 아녜스 부의장은 공석인 상원 의장직을 승계했다.

당초 의회는 원래 대통령직 승계를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여당 사회주의운동(MAS) 의원들이 의회 출석을 보이콧하며 의사정족수를 채우지 못했고, 아녜스 부의장은 여당 의원 없이 취임을 강행했다.

수도 라파스는 모랄레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군경과 충돌하며 도로 교통이 마비된 상태다. 전날인 볼리비아 최대 노동조합연맹은 국가 지도자들이 24시간 안에 헌정 질서를 회복하지 못할 경우 무기한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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