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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3년내 다 없애라"는 최태원…우버.구글 하청업체 전락할라 절박감

머니투데이 황시영 기자, 우경희 기자 2019.11.1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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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기존 자원 3년 내 전부 없애는 정도까지 생각 해야"…혁신 無성역 선언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홍봉진 기자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홍봉진 기자




"새로운 게임을 하려고 한다면,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하려고 한다면, 미안하지만 기존에 들어갔던 리소스(resource·자원)를 3년 안에 다 없애겠다, 거의 이정도 생각을 해야 한다."

지난달 제주도에서 열린 SK그룹 CEO(최고경영자) 세미나에서 나온 최태원 회장의 '3년' 발언은 '게임 체인지' 지시다.

섬유에서 정유화학-이동통신-반도체-배터리 등으로 체질을 바꿔 온 SK그룹의 새로운 엔진을 찾자는 것이다. 한 그룹 관계자는 "CEO들에게 '다 내다 팔더라도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 방법을 3년 안에 찾아오라'고 지시한 것으로 들렸다"고 말했다.



또 다른 SK그룹 관계자는 "혁신의 절박함과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3년이 어떤 시한으로서의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계는 최 회장의 발언을 1993년 이건희 삼성 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선언(신경영)에 겹쳐 본다.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는, 삼성을 바꿔놓은 일갈이었다.



"딥체인지"→"3년", 혁신에 성역없다


삼성은 신경영 선언 이후 품질혁신을 바탕으로 애니콜-갤럭시 신화를 썼다. 스마트폰과 TV 시장을 석권하고 반도체 왕좌에도 올랐다. 최 회장 역시 이정도 수준의 혁신과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의지의 크기는 높아지는 표현 수위에 비례한다. 최 회장은 수년 전부터 '딥체인지'를 강조해 왔다. '혁신하지 않으면 서든데스(갑작스런 죽음)를 맞을 수 있다'고도 했다. 이런 수사에 이어 나온 '3년' 발언은 직접적인 혁신 주문이다. 그룹 관계자는 "이제 팔 것은 팔라는 의미 아니겠느냐"고 해석했다.

최 회장의 최근 강조하는 발언 중 하나인 '자산 재분배(re-allocation)'에서는 그의 의중이 직접적으로 엿보인다. 최 회장은 CEO 세미나에서 "현재 자산가치가 큰 것이 미래에 작아질 수 있고, 현재는 자산가치가 작지만 미래에는 확 커질 수 있는 것도 있다"며 성역 없는 자산 재분배를 강조했다.

이미 자산 매각에서부터 성역이 사라진 신호가 감지된다. SK이노베이션은 페루 가스전을 1조2500억원에 매각했다. 정유사가 금싸라기 광구를 판 이례적 사건이다. SK네트웍스가 보유한 주유소 310여개는 현대오일뱅크에 매각했다. 역시 1조원대 딜이다. SKC 화학 부문 일부는 쿠웨이트 PIC에 지분이 팔렸다.

M&A 뿐 아니다. 그룹 차원에서 진행 중인 SK텔레콤의 AI(인공지능) 및 네트워크를 SK이노베이션의 에너지 사업과 결합시키는 시도 역시 자산재분배의 대표적인 예다. 미래 가치가 커지는 방향으로 자산을 집중 투입하겠다는 의미다. 돈뿐 아니라 계열사간 인력재분배도 포함된다.



"구글·우버의 하청업체 될까 두렵다"는 최태원


매각에 적극적인 SK지만 아시아나항공, 웅진코웨이처럼 탐날 법한 매물 앞에서는 오히려 돈주머니를 묶었다. 배터리 사업 등에 앞으로 많은 돈이 들어간다는 점을 감안해도 "SK가 뭔가 따로 큰 건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

그룹 내에서는 최 회장의 변화 의지를 '하청업체' 발언과 연결지어 해석한다. 최 회장은 수차례 "이대로 가면 유형자산이 없는 기업의 하청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고 강조해 왔다. 그가 말하는 유형자산이 없는 기업은 우버나 구글, 넷플릭스 등 IT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플랫폼 기업들이다.

SK그룹은 통신과 반도체, 배터리 등 차세대 성장동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여전히 정유화학 등 대규모 장치산업에 크게 의지한다. 반도체와 배터리도 결국 대규모 생산설비와 인력이 필요한 업종이다. 수요처의 정세나 원자재 수급 등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


SK텔레콤, SK인천석유화학, SK종합화학, SK루브리컨츠(윤활유) 등 업의 특성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계열사 이름은 바꾸라고 지시한 것 역시 최 회장의 의중을 잘 보여준다. 비즈니스모델을 사명에서 규정하지 말고 전방위로 혁신하라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정유화학 타격이나 한일 경제전쟁으로 인한 반도체 위기를 거치며 최 회장의 의지가 더 강해졌다"며 "CEO 세미나에서 나온 '3년 발언'의 의미를 가볍게 받아들여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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