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찬물'에도 뉴욕증시 또 '최고가' 전력질주

머니투데이 뉴욕=이상배 특파원 2019.11.13 08:35
글자크기

[월가시각] 트럼프 "좋은 합의만 수용, 결렬 땐 상당한 관세"…"미중 무역합의 기대, 벌써 주가에 반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는 법. 잔뜩 기대를 모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뉴욕 연설은 별다른 알맹이 없이 끝났다. 시장은 미중 무역협상 진전에 대한 언급은 기대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협상 결렬시 관세공격을 재개하겠다며 찬물을 끼얹었다.

그럼에도 뉴욕증시는 또 한번 장중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트럼프 대통령이 뭐라고 하든 시장은 미중 1단계 무역합의가 성사될 것이란 기대를 거두지 않고 있다.



◇트럼프 "미중 무역협상, 좋은 합의만 수용할 것"

12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대형주 위주의 S&P(스탠다드앤푸어스) 500 지수는 전날보다 4.83포인트(0.16%) 오른 3091.84에 거래를 마쳤다. S&P 500 지수는 이날 한때 3102.61까지 뛰며 장중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21.81포인트(0.26%) 상승한 8486.09에 마감했다. 장중 뿐 아니라 종가 기준으로도 사상 최고 기록이다.



블루칩(우량주) 클럽인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막판까지 등락을 거듭한 끝에 전날 종가와 똑같은 2만7691.49에 장을 끝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뉴욕경제클럽에서 연설을 통해 "우리는 중국과의 중대한 1단계 무역합의에 가까워졌다"면서도 "합의가 조만간 이뤄질 수 있지만 우리는 미국과 우리 노동자, 기업들에게 좋은 합의안만 받아들일 것"이란 원론적 입장을 확인했다.

또 그는 "우리가 합의를 하지 못한다면 (중국에 대한) 관세를 매우 상당한 수준으로 올릴 것"이라며 "이는 우리를 혹사시키는 다른 나라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이후 누구보다도 조작을 잘하며 미국을 이용해왔다"며 "중국 만큼 다른 나라를 잘 속이는 나라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국을 상대로 무역협상을 제대로 하지 않고 불공정 무역을 방치한 전직 대통령들에게 책임을 돌렸다.

그는 "많은 나라들이 우리에 대해 유별나게 높은 관세를 매기거나 난감한 무역장벽을 세운다"며 "EU(유럽연합)의 무역장벽 역시 끔찍하다. 많은 점에서 중국보다 심각하다"고 말했다.

전날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EU산 자동차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 여부 결정 시한을 추가로 6개월 연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수입 자동차가 미국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로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외국산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결정 시한은 당초 5월17일이었으나 이미 한차례 6개월 연장돼 이달 13일로 미뤄졌다.

TD아메리트레이드의 JJ 키너핸 수석전략가는 "시장에 매도 주문이 별로 없다"며 "미중 무역합의에 대한 기대가 여전히 살아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시장은 1단계 무역합의 서명을 통해 양국이 서로에게 부과해온 추가관세를 일부나마 철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7일 중국 상무부는 양국이 그동안 부과돼 온 관세를 단계적으로 철폐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지만, 이튿날 트럼프 대통령은 그런 합의를 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미중 무역합의 기대, 벌써 주가에 반영"

미중 고위급 협상단은 지난달 11일 미국 워싱턴 협상에서 1단계 무역합의, 이른바 '스몰딜'(부분합의)에 도달했지만 아직 합의문에 서명하진 못했다. 1단계 합의에 따라 미국은 2500억달러(약 300조원) 규모의 중국산 관세율을 25%에서 30%로 인상하는 계획을 연기했다. 또 중국은 연간 400억~50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농산물을 구매하기로 했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달 16~17일 칠레 산티아고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만나 1단계 무역협정에 서명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칠레가 국내 대규모 시위 사태를 이유로 회의 개최를 취소하면서 서명 일정이 사실상 연기됐다.

전문가들은 양국이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와 산업보조금, 환율 등 첨예한 문제는 우선 제쳐두고 농산물 구매 등 비교적 쉬운 현안부터 합의하는 방식으로 1단계 무역합의에 서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TS롬바르드의 일리노어 올콧 애널리스트는 "최근 미중 무역합의에 대한 전망이 밝아보이는 이유는 협상의 범위가 좁아진 데 있다"며 "양국은 민감한 이슈는 미뤄두는 방식으로 갈등을 봉합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미중 무역합의에 대한 기대가 이미 주가에 상당부분 반영된 만큼 실제 합의문 서명이 주가 상승의 촉매가 될지 의문이라는 신중론도 나온다.

RBC캐피탈증권의 로리 캘버시나 미국주식전략본부장은 "중국 관련주들의 실적과 주가는 이미 미중 무역전쟁이 벌어지기 전인 지난해 1/4분기 수준으로 회복됐다"며 "미중 무역합의에 대한 기대감은 벌써 주가에 반영됐고, 어닝시즌도 거의 끝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말까지 주식시장에 또 다른 호재가 나올 것으로 상상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