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 뛴 흑석동은 빼고 29% 오른 길동은 상한제라니…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2019.11.08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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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자의적 판단’ 지적…시장 불안시 추가 지정 예고했지만 풍선효과 우려

60% 뛴 흑석동은 빼고 29% 오른 길동은 상한제라니…


정부가 4년 7개월 만에 부활시킨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첫 타깃 지역을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분양가 통제를 받게 된 27개동(洞)보다 집값 상승률이 높은 지역이 제외돼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국토교통부가 밝힌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지역 선정 기준은 △2017년 8‧2대책 이후 서울 집값 상승을 선도한 지역 중 일반분양 예정 물량이 많은 지역 △자치구 안에 정비사업 일반분양 물량이 1000가구 이상인 지역 △분양가관리를 회피하는 지역 등이다.



집값 상승률부터 선정 기준에 문제가 있다.

7일 KB국민은행 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3.3㎡당 평균 시세는 2017년 9월 2036만원에서 올해 10월 2789만원으로 약 37% 상승했다. 정부 설명에 따르면 이보다 더 많이 올라야 분양가상한제 대상이 되는 게 합리적이다.



하지만 강동구 길동은 이 기간 3.3㎡당 아파트 시세가 1627만원에서 2067만원으로 약 29% 올랐는데 분양가상한제 지역에 포함됐다. 같은 기간 3.3㎡당 아파트 시세가 1541만원에서 2006만원으로 30% 오른 송파구 마천동도 규제 대상이다.

반면 동작구 흑석동은 3.3㎡당 아파트 시세가 2017년 9월 2132만원에서 2019년 10월 3462만원으로 약 60% 뛰었는데도 분양가상한제 지역이 아니다. 용산구 이촌동(3046만→4181만원) 성동구 성수동2가(2036만→3020만원) 등도 이 기간 아파트값 상승률이 40%에 육박하고 강동구 길동, 마천동보다 평균 시세도 높지만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는다.

물량 기준도 불확실하다. 분양가상한제 규제를 받는 길동 신동아 1,2차 단지는 일반분양 물량이 229가구이나 흑석동은 378가구 일반분양을 앞둔 흑석3구역을 비롯해 인근 9구역, 11구역까지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곳이 많아 실제 공급물량은 더 많다.


60% 뛴 흑석동은 빼고 29% 오른 길동은 상한제라니…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마포구 아현2구역은 재개발을 통해 1419가구 대단지로 탈바꿈할 예정이나 일반분양 물량은 48가구에 불과하다. 인접한 공덕1구역은 일반분양 물량이 500가구를 넘는데도 분양가상한제를 피해 희비가 엇갈린 상황이다.

“사업초기 단계는 제외했다”는 국토부의 설명도 지정 결과와 모순된다. 압구정동은 현재 재건축 조합이 한 곳이며, 아현동은 2구역을 빼면 정비사업지가 없다. 여의도는 아직 지구단위계획도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분양가 통제를 받게 됐다.

반면 목동은 안전진단과 조합설립을 추진하는 단지가 여러 곳이며 재건축을 통한 일반분양 물량도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인데 분양가상한제를 피했다. 수도권에서 집값 상승률이 높은 과천, 하남, 광명 등이 분양가상한제 1차 명단에서 빠진 것도 의외라는 평가가 많다.

이러다보니 업계 일각에선 정부가 내년 총선을 고려한 정치적 판단을 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보수성향 유권자가 많은 야권 우세 지역에만 규제를 집중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국토부는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며 선을 긋는다.

논란이 확산되자 박선호 국토부 차관은 이날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목동과 흑석동은 필요시 분양가 상한제를 추가 지정하겠다"고 밝히며 진화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이번 분양가상한제 핀셋 규제가 해당 재건축‧재개발 단지 시세를 단기간 떨어뜨릴 수 있어도 서울 집값을 안정화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중장기적으로 공급축소 우려에 따른 신축단지 급등, 비규제지역 풍선효과, 청약시장 과열 등 부작용을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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