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은 액상형 전자담배, 얼마나 나쁘길래…

머니투데이 김도엽 인턴 2019.11.06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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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쏙쏙] 액상형 전자담배를 둘러싼 유해성 논란 점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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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오후 서울의 한 편의점에 액상형 전자담배 쥴(JUUL)이 전시되어 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액상형 전자담배의 안전관리를 위한 2차 대책을 발표하며 유해성 검증이 완료되기 전까지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을 중단할 것을 강력히 권고했다.  정부는 연초 줄기·뿌리, 니코틴 제품도 담배 정의에 포함하고, 담배 제조·수입자는 담배 및 그 연기에 포함된 성분·첨가물 등 정보 제출을 의무화할 계획이다.  청소년·여성 등이 쉽게 담배에 접근하게 하는 박하·초콜릿 등 '가향담배'도 단계적으로 금지한다./사진=뉴스1지난달 23일 오후 서울의 한 편의점에 액상형 전자담배 쥴(JUUL)이 전시되어 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액상형 전자담배의 안전관리를 위한 2차 대책을 발표하며 유해성 검증이 완료되기 전까지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을 중단할 것을 강력히 권고했다. 정부는 연초 줄기·뿌리, 니코틴 제품도 담배 정의에 포함하고, 담배 제조·수입자는 담배 및 그 연기에 포함된 성분·첨가물 등 정보 제출을 의무화할 계획이다. 청소년·여성 등이 쉽게 담배에 접근하게 하는 박하·초콜릿 등 '가향담배'도 단계적으로 금지한다./사진=뉴스1


최근 액상형 전자담배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정부는 지난달 23일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중단 강력 권고'를 내렸다. 9월 20일 '사용자제' 권고에서 경고 수위를 더 높인 것이다. 미국에서 액상형 전자담배로 인한 것으로 의심되는 폐질환 환자 및 사망자가 발생했고, 우리나라에서도 의심환자가 나왔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이에 GS25, CU,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 국내 편의점 4사는 매장에서 KT&G, 쥴 등이 판매해온 액상형 전자담배 일부 제품에 대한 판매를 중지하거나, 추가 공급을 하지 않기로 했다. 한국전자담배산업협회는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액상형 전자담배 진상규명'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부의 이러한 조치에 반발했다.



CDC에서는 액상형 전자담배 관련 폐손상에 대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있다./사진=CDC 홈페이지CDC에서는 액상형 전자담배 관련 폐손상에 대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있다./사진=CDC 홈페이지


◇미국에서 발표한 공식적인 발병 사례

CDC(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에 의하면 10월 29일(현지시간) 기준 알래스카 주를 제외한 미(美) 전역에서 액상형 전자담배로 인한 폐손상자가 총 1888명, 그 중 사망자는 37명으로 보고됐다.

CDC 발표에 따르면 현재 FDA(미국 식품의약국·Food and Drug Administration)와 CDC에선 현재까지 발병의 원인이 되는 특정 성분을 구체적으로 밝혀내진 못했고 발병 원인이 여러 복합적인 물질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현재 많은 다른 물질과 제품 출처는 여전히 조사중이며 밝혀진 한 가지 사실은 모든 발병 환자들이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전력이 있다는 것이다.



현재 보고된 환자 중 대부분이 THC(tetrahydrocannabinol·대마 중 환각을 일으키는 주성분)가 함유된 액상형 전자담배를 사용한 전력이 있다고 한다. 조사에 따르면 10월15일 기준 증상 발병 전 3개월간 어떤 성분이 들어간 액상형 전자담배를 폈는지 밝혀진 867명의 환자 중 86%가 THC성분이 포함된 제품을 이용한 전력이 있다.

CDC는 THC가 함유된 제품, 특히 길거리나 비공식적 공급원(친구, 가족, 불법 판매자 등)을 통해 구입한 제품이 대부분의 사례와 연관돼 있다고 전했다.

이에 CDC는 THC 성분이 함유된 액상형 전자담배를 피지 말 것을 권고했다. 아울러 암시장에서 파는 인증받지 않은 액상형 전자담배류(특히 THC 포함)를 구입하거나 정식 판매제품에 임의로 다른 물질을 추가하지 말 것을 강하게 권고(should not)했다.


결론적으로 CDC가 피지 말 것을 권하는 건 액상형 전자담배 전체를 말하는 것이 아닌 'THC 성분이 함유된' 액상형 전자담배에 한한다. 미국 FDA와 CDC 측에서도 "담배를 끊기 위해 액상형 전자담배를 피는 성인의 경우 궐련형 담배로 돌아가지 말고 FDA에서 허가한 다른 니코틴 대체 요법을 고려해 볼 것"을 권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액상형 전자담배 관련 기자회견에서 이병준 한국전자담배산업협회장이 정부의 액상형 전자담배 관리 대책과 관련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사진=뉴스1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액상형 전자담배 관련 기자회견에서 이병준 한국전자담배산업협회장이 정부의 액상형 전자담배 관리 대책과 관련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사진=뉴스1
◇합법적 액상형 전자담배와의 연관성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워싱턴 이그재미너는 지난달 3일 "액상형 전자담배로 인한 폐질환, 사망은 합법적인 액상형 전자담배와는 연관성이 없다"는 내용의 기사를 냈다. 해당 기사에 따르면 메이오 클리닉의 의사들은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에 발표한 연구를 통해 액상형 전자담배 관련 17명의 환자들의 생체 검사 결과 폐 손상의 원인은 "하나 이상의 독성 물질"의 흡입이라고 밝혔다.

또한 환자 중 71%가 대마초나 의료용 대마 기름 성분이 들어간 제품을 흡입했다고 자진 고백했지만 연구진은 나머지 29%도 같은 행위를 했는지 소변이나 머리카락 검사를 하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 따르면 환자들의 증상은 '신비한 약물'이나 유독 화학가스에 의한 것으로 FDA에 의해 법적으로 규제되는 합법적 액상형 전자담배 제품이 이런 효과를 낼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한다.

연구진들은 암시장에서 구매한 액상형 전자담배가 폐손상에 압도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거라 말했다. 또한 아직까지 FDA가 승인한 합법적인 액상형 전자담배 제품과 관련된 사망이나 질병은 한 건도 발견되지 않았다.

한국전자담배협회는 미국에서 액상형 전자담배로 인해 발생한 폐질환 사태와 한국의 경우가 다르다고 강조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액상형 전자담배가 아닌, THC 성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반면 국내는 액상형 전자담배 자체를 유해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또한 "미국에서 THC가 불법인 주에서는 THC 사용을 진술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액상형 전자담배 안전관리 대책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액상형 전자담배 안전관리 대책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우리나라의 사례

한국에서는 액상형 전자담배 관련 폐손상 의심사례가 1건 있었다. 지난 9월28일 30세 남성이 기침, 호흡곤란, 가슴통증 등으로 입원을 했고 의료진은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관련 폐손상 의심사례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 환자의 경우 기존에는 일반 담배(1일 5개비~1갑)를 피우다 발병 2~3개월 전부터 국내에서 판매되는 액상형 전자담배(쥴, 릴베이퍼)를 사용했고 입원 5일 전부터는 정부의 사용자제 권고로 사용을 중단했다고 한다. 해당 환자는 치료 후 증상이 호전돼 10월4일 퇴원했고, 보건복지부 자료에서도 "해당 환자와의 증상과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과의 관련성은 추가 사례 수집을 통한 역학조사를 실시하여 검토가 필요"하다 표기돼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니코틴 함량 규제가 미국에 비해 더 엄격하다. 쥴(JUUL)의 경우 미국은 니코틴 함량 3%나 5%짜리가 대세인 반면 우리나라는 규정상 니코틴 함량이 1% 미만으로 제한돼 있다.

또한 THC 전자 대마 성분과 비타민 E 아세테이트 성분은 기본적으로 국내에서는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불법이기 때문에 보건 복지부에서 전수조사를 해도 해당 성분이 들어간 제품이 나올 확률은 희박하다.

현재 담배의 제세부담금은 일반 궐련형이 20개비 기준 2914원, 전자담배 궐련형은 20개비 기준 2595원인데 액상형의 경우 1mL당 1799원으로 낮은 편이다. 최근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제재가 세수를 올리기 위함이 아니냐는 주장도 일각에서 나온다.

◇미국이 모든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해 판매 금지령을 내렸다?

'미국에서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 금지를 시행 중이거나 할 예정이다'라고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액상형 전자담배'에 집중한 언론보도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금 큰 문제가 되고 있는 건 '가향' 액상형 전자담배다. 미국 FDA는 지난 9월 '담배향을 제외한' 가향 액상형 전자담배를 5월 재심사 전까지 판매 금지할 계획을 밝혔으나 아직 준비 중인 상태다.

현재 워싱턴·몬태나·로드아일랜드 등 일부 주에서의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 금지는 '주 정부' 차원의 조치이고, 이마저도 가향 액상형 전자담배가 아닌 모든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를 금지한 곳은 매사추세츠 주뿐이다.

가향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제재를 가하는 것은 가향 액상형이 몸에 더 유해해서가 아니라 담배에 대한 접근성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비흡연자들, 특히 청소년들이 가향물질이 첨가된 전자담배를 통해 흡연을 상대적으로 쉽게 시작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액상형 전자담배를 이용하는 청소년이 급증하면서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임종철 디자이너 / 사진=임종철 디자이너임종철 디자이너 /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모든 종류의 담배는 몸에 해롭다

현재 액상형 전자담배를 둘러싼 유해성 논란은 '비교대상'의 차이에서 비롯됐다는 주장도 있다. 액상형 전자담배가 유익하다는 의견에서 그 비교대상은 궐련형 담배다. 이들의 주장은 액상형 전자담배가 궐련형 담배보다는 '덜 해롭다'는 것이다. 반면 액상형 전자담배가 유해하다는 건 비교대상이 비흡연 상태다.

비교대상 자체가 다르니 제대로 된 논의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한국전자담배산업협회 측은 연초 담배와 액상형 전자담배의 유해성을 비교해야 한다고도 했다.

액상형 전자담배는 당연히 몸에 해롭다. 다만 그것이 다른 종류의 담배보다 얼마나 더 해로운지에 대해 국내에서 제대로 논의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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