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올라야 하는데…실탄 부족 국민연금, 코스피 발목잡나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19.11.05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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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코스피 추가 매수여력 1조원 안팎 추산…목표비중 넘으면 매도 가능성

@머니투데이 김지영 디자인기자@머니투데이 김지영 디자인기자


지난 8~9월 코스피 주식 5조원 가량을 순매수하며 지수를 방어했던 연기금의 매수 강도가 약해지고 있다. 연기금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민연금의 추가 매수 여력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코스피 수급에 큰 영향을 주는 국민연금의 매수세가 약해질 경우 코스피의 상승 탄력도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연기금은 코스피에서 5345억원 어치를 순매수 했다. 매수세는 이어졌지만 지난 8월 2조4908억원, 9월 2조5556억원 어치 순매수한 것과 비교하면 매수 강도는 급격히 약해졌다.



연기금은 지난 8~9월 코스피가 급락할 때 5조원 어치를 순매수하며 지수 방어에 큰 역할을 했다. 미·중 무역분쟁에 일본의 경제보복까지 더해지며 8월 6일에는 1900선이 깨지기도 했지만 연기금의 매수로 그나마 선방할 수 있었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최근에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미·중 무역분쟁 완화와 글로벌 경기 개선 기대감 등으로 코스피는 반등했지만, 그동안 코스피를 떠받쳤던 연기금의 매수 강도는 오히려 약해진 것이다. 이달 들어서도 지난 1일 20억원 어치를 순매도한데 이어 5일에도 오후 1시 기준 244억원 어치를 순매도 중이다.



이는 연기금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을 추가로 매수할 수 있는 여력이 사라지면서 매수 비중을 줄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가 지난 5월 발표한 '2020년도 국민연금기금운용계획'에 따르면 국민연금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국내 주식 비중은 18%로 설정됐다. 올해 말 기준 총 적립금 693조원 가운데 124조7000억원을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목표다.

국민연금이 8~9월 매수 강도가 강했던 이유는 주가 하락으로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국내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지난 8월 말 기준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보유금액은 114조3810억원, 비중은 16.15%까지 떨어졌다. 국내 주식 비중을 18%까지 늘리기 위해 적극적인 매수에 나선 것이다.


최근 자료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그동안 주가 상승률과 순매수 등을 감안하면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 목표치는 거의 달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8월말 대비 10월 말 코스피는 5.88% 상승했는데, 주가상승분만 고려해도 10월말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시장가치는 121조1000억원이다.

연기금은 9~10월 3조원 가량 순매수 했는데, 이중 국민연금 비중은 80~90%로 추산된다. 우정사업본부,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등 주요 연기금의 국내 주식 운용규모를 다 더해도 국민연금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주가 상승분과 9~10월 순매수 규모를 더하면 현재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보유금액은 대략 123조~124조원 수준으로 분석된다. 연말 목표치가 124조7000억원임을 감안하면 추가 매수 여력은 1조원 안팎인 셈이다.

현재 국내 주식 보유비중이 18%를 넘었다면 매도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국민연금 포트폴리오에서 약 50%를 차지하는 국내 채권 가격이 최근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상대적으로 국내 주식 비중이 높아졌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국민연금은 철저하게 미리 짜여진 포트폴리오 비중대로 투자한다"며 "국내 주식 비중이 18%를 넘었다면 비중을 맞추기 위해 매도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2월 국내 주식 비중이 18.05%를 기록하자 국민연금은 3월에 코스피 4000억원 어치를 순매도해 비중을 17.5%로 낮췄다.

코스피 '큰손'인 국민연금의 추가 매수 여력이 약해지면서 코스피의 상승을 제약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외국인 수급이 관건인데 원화 약세와 국내 기업들의 실적 악화로 외국인 자금을 끌어들인 유인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국민연금 포트폴리오 비중이 어떻게 되는지 알 수가 없어 향후 매수 강도를 판단하긴 어렵다"며 "국민연금은 코스피 밸류이에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을 중요 투자판단 기준으로 보기 때문에 향후 밸류에이션 추이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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