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중국산 걱정에…" 아시아 'RCEP' 미뤄진다

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2019.11.04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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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등 16개국 중 15개국 협상 끝
공동성명 "내년 전원 협정서명 목표"
인도, 대중 무역적자 574억달러 달해

/사진=로이터./사진=로이터.


중국 주도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무역협정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의 타결이 다시 해를 넘기게 됐다. 무역수지 적자에 시달리는 인도가 서명에 빠졌기 때문이다.

4일 인도 현지매체 뉴스18은 이날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RCEP 정상회의 뒤 발표될 공동성명 초안을 입수, "중국산 수입품이 쇄도할 것을 우려한 인도가 새로운 요구사항을 내걸었다"면서 "이에 따라 RCEP 체결이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공동성명 초안에 따르면 RCEP 협상 참가국 가운데 한 국가를 제외한 나머지 15개국이 관세 분야에서 실질적인 협상을 끝냈으며 내년에는 16개국 전원이 협정 서명을 목표로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외신들은 이 국가가 인도라고 추정하고 있다.

RCEP은 한중일 3국과 인도·호주·뉴질랜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10개 회원국 등 총 16개국이 참여하는 다자 무역협정이다. 2012년부터 중국 주도로 관련 논의가 시작됐으며 체결된다면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의 30%, 전 세계 인구 절반을 아우르는 거대 무역협정이 된다.



인도가 현행안대로 무역협정에 참여하면 아세안 국가의 수입 품목의 90%, 한중일 3국과 호주·뉴질랜드 수입 품목의 74%에 대해 관세를 면제해야 한다. 인도는 이에 따라 무역적자가 확대되고 자국의 영세업자들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전날 이같은 우려를 수차례 강조했다고 뉴스18은 전했다.

인도 내에서는 중국이 RCEP를 이용해 값싼 자국산 물품을 덤핑할 수 있다는 이유로 농가와 시민단체, 야당까지 반대에 나선 상황이다. 인도는 RCEP 회원국 16개국 중 14개국과 이미 별도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다.

인도 입장에서 RCEP는 사실상 중국과의 무역협정인 셈인데, 인도의 대중무역적자는 지난해 574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2012년 이후 두 배 가까이 오른 수치다. 이에 인도 측이 중국산 수입품에 충분한 관세 방어 조치를 요구하면서 협상이 결국 미뤄진 것으로 보인다. 인도는 RCEP 회원국 전체를 상대로는 900억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인도 매체 비즈니스라인은 "(협정 관련) 우려에 대한 근거가 있다"면서 "인도는 아세안, 한국, 일본과 FTA를 체결했지만 인도의 수출은 소폭 증가하거나 오히려 줄었다. 인도는 (FTA로) 이득을 보지 못했고, (수입에 의존하면서) 하드웨어 산업은 사실상 전멸했다"고 지적했다. FTA가 체결되면서 자국 산업을 육성하기 어려워 경쟁력이 떨어졌고, 수입 대비 수출도 적어 큰 이익을 보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인도가 2008년 아세안과 FTA를 체결한 이후 대아세안무역적자는 2009년 60억달러에서 지난해 210억달러로 크게 뛰었다. 반면 같은 기간 인도의 글로벌 수출은 1.6% 오르는 데 그쳤다.

영국 가디언은 "인도가 보호무역주의을 내세우고 있다"면서 "농산물 관세 인하가 자국의 농가를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에 빠졌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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