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크드인이 독보적인 비즈니스 플랫폼이 된 비결

머니투데이 배소진 기자, 김지현 기자 2019.11.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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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타임즈 BTS(Biz & Tech Story)]
구인구직과 비즈니스 네트워킹 위한 링크드인
왜 가입해야하고, 왜 돈을 써야 하는지 이유가 분명
뉴스룸 만들어 고품질 뉴스서비스도

왼쪽부터 제프 위너 링크드인 CEO, 사티아 나델라 MS CEO, 리드 호프만 링크드인 설립자 /사진=Linkedin왼쪽부터 제프 위너 링크드인 CEO, 사티아 나델라 MS CEO, 리드 호프만 링크드인 설립자 /사진=Linkedin


2016년 마이크로소프트가 262억 달러(30조5400억 원)에 링크드인을 인수하겠다는 발표를 했을 때만 해도 시장에선 회의적인 반응이 많았다. 비즈니스 네트워킹 겸 구인구직 플랫폼인 소셜미디어에 너무 많은 돈을 썼다는 것이었다.

페이스북이 왓츠앱을 인수했을 당시 사용자 1명 당 40달러로 가격을 책정했는데, 마이크로소프트는 링크드인 사용자 1명 당 무려 220달러로 계산했다. 일각에선 닷컴버블이라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 마이크로소프트의 링크드인 인수는 성공으로 평가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매출성장을 견인하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7년 23억 달러였던 링크드인 매출은 2018년 53억 달러로 증가했고, 2022년엔 100억 달러(11조62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혐오발언, 가짜뉴스 등으로 몸살을 앓을 때도 조용히 순항 중이다. 뉴욕타임스는 “링크드인은 그 규모나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소셜미디어의 위험성을 얘기하는 자리에서 거론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며 “소셜미디어 중에서도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칭찬하기도 했다.



링크드인 플랫폼 /사진=Linkedin링크드인 플랫폼 /사진=Linkedin
◇꼼꼼한 가입절차로 신뢰할만한 회원 확보

1997년 ‘소셜넷(SocialNet)’이라는 온라인 데이트 서비스를 만들기도 했던 창업자 리드 호프만은 사람들을 온라인으로 연결하는 데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그는 목적 없는 소셜미디어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게 비즈니스에 특화된 네트워크. 구인자 혹은 구직자들을 타깃으로 했다.

링크드인은 창업 초기부터 전문직이나 사업가들이 자신의 프로필을 올리고, 상대 프로필을 확인하고 이를 통해 네트워킹하며 동시에 비즈니스 콘텐츠를 공유하는 좁은 시장을 공략했다. 가입절차부터 꼼꼼하게 만들어 현재 직장과 직책, 과거 경력과 학력, 보유 기술이나 자격증, 외국어, 수상 실적, 학교 다닐 때 대외활동까지 기입하게 했다. 그러자 가입자들은 묻지 않은 정보까지 올렸는데 가입 목적부터가 ‘나, 이런 사람이니 스카우트하시라’였기 때문이다.


이 결과 6억6000만 명에 달하는 비즈니스 종사자들이 가입한 네트워크로 발전했다. 2018년 기준 링크드인의 사용자 구성을 보면 관리자급이 9000만 명, 칼럼니스트나 오피니언 리더가 1700만 명, 의사결정권자가 6300만 명이고 CEO급 고위임원과 백만장자도 각각 1000만 명, 4000만 명에 달한다. 기업에서는 미국 포춘 500대 회사 중 무려 92%가 가입해 있을 정도다.

링크드인의 유료회원 서비스 /사진=Linkedin링크드인의 유료회원 서비스 /사진=Linkedin
◇양질의 데이터로 수익 창출

링크드인은 가입자들이 올린 데이터들을 기반으로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했다. 먼저 소셜미디어 최초로 프리미엄 모델을 도입했다. 모든 기능을 무료로 제공하는 대신 횟수 제한을 뒀다. 유료요금제는 구직자, 채용담당자, 경영자, 영업사원 등으로 나뉘는데 월 30달러 요금제에 가입한 구직자라면 채용담당자에게 메시지를 보낼 수 있고 연봉 등 자세한 채용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 자신의 프로필을 조회한 사람도 확인할 수 있다. 사용자의 39%가 이런 유료요금제 중 하나에 가입한 상태다.

사용자들의 정보를 데이터화해서 구인을 하려는 회사에 추천해주는 채용 솔루션도 제공하고 있는데 링크드인 매출의 63%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광고플랫폼으로써도 강력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사용자들이 공개한 정보가 워낙 구체적이다 보니 직종, 전공, 경력까지 고려한 맞춤형 광고가 가능하고 의사결정을 하는 가입자들이 많아 납품, 제휴 등 파트너십을 맺을 업체를 찾는 광고를 할 때 효과가 좋기 때문이다. 미국 언론인의 94%가 사용하고 있어 회사 홍보효과도 높다. ‘링크드인은 21세기 가장 강력한 마케팅 도구’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링크드인의 소셜미디어 기능 /사진=Linkedin링크드인의 소셜미디어 기능 /사진=Linkedin
◇톤앤매너가 유지되는 소셜미디어

링크드인은 자신의 의견이나 생각 등 콘텐츠를 공유하는 소셜미디어 기능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포스트를 올리고, 사진을 공유하는 것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게시물에 댓글을 달고 공유할 수도 있는데 지난해 200만 건 이상의 동영상, 기사링크, 포스트가 게재됐다. 이는 전년대비 40%가량 증가한 것으로 댓글이나 공유 등의 참여도 역시 50%이상 늘었다.

링크드인에 올라오는 포스트와 댓글의 양은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페이스북, 트위터 등과 달리 과격하거나 정치적으로 민감한 내용 등의 부작용이 없다. 나중에 직장에서 만나게 될지도 모를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다는 생각이 회원들로 하여금 스스로 조심하게 만들었다.

그러다보니 공유되는 콘텐츠 대부분이 양질의 정보다. 각 기업 CEO들이 비전과 철학을 제시하기도 하고 버진그룹의 리처드 브랜슨 회장, 페이팔 마피아 피터 틸 같은 유명 인사들은 업계 뉴스를 공유하며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기도 한다. 이런 콘텐츠와 전문가들의 적극적 사용이 사용자들을 링크드인에 잡아두고 있다.

그러자 페이스북은 링크드인 베끼기에 나서기도 했다. 2018년 말 링크드인이 하고 있는 업무 관련 온라인교육 프로그램을 본 따 온라인 코스를 만들고 수료자에게 일자리를 알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회의적이다. 페이스북은 지극히 사적인 공간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구직, 구인 등을 끌어들이기 싫어한다는 것이다.

링크드인 뉴스 편집장 댄 로스 /사진=Linkedin링크드인 뉴스 편집장 댄 로스 /사진=Linkedin
◇뉴스 서비스까지 나서

2015년부터는 미국, 프랑스, 홍콩 등 13개국을 대상으로 비즈니스에 특화된 뉴스를 제공하고 있다. 포춘 출신의 댄 로스를 편집장으로 임명하고 ‘적절한 사람에게 적절한 뉴스(Right news to the Right people)’을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불특정 다수의 대중들을 상대로 수만 가지 뉴스를 공급하는 언론사들과 달리 접속자들에게 꼭 맞는 뉴스를 제공하고, 또 그 뉴스에 꼭 필요한 사람이 접속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링크드인은 직접 뉴스를 생산하는 대신 36개 언론사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뉴스를 공급받는 방식을 선택했다. 하지만 페이스북 공유기능처럼 클릭하면 해당 언론사로 연결되는 아웃링크 방식도, 네이버처럼 언론사 뉴스를 그대로 자사 페이지에 올리는 인링크 방식도 아니다. 대신 65명의 기자와 편집자를 채용해 뉴스를 고르고 가공하도록 했다.

이들은 매일 아침 자신이 담당한 분야의 기사를 훑고 회원들에게 유용할만한 기사를 추린 뒤 핵심을 정리한다. 기사에서 부족한 부분은 추가하거나 부연설명을 넣고, 비슷한 과거사례가 있으면 붙이고, 마지막엔 시사점도 추가한다. 기사 원문은 색깔이 입혀진 문장이나 단어를 클릭하면 이동하는 하이퍼링크 방식으로 연결되게 했다.

최근에는 자체 뉴스 콘텐츠들도 제작하기 시작했다. 링크드인에 가입된 기자를 활용해 기사에 담지 못한 취재후기를 올리게 하거나 현장에서 촬영한 영상을 공유하게 하는 식이다. 링크드인은 이런 게시물들이 가입한 기자들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포트폴리오를 쌓는 데 도움이 되고 다른 업계의 누군가가 주목하고 있다가 더 나은 일자리를 제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내 편집자들도 전문성을 이용해 다양한 콘텐츠 실험에 나서고 있다. 지난 3월 각 회사의 업무방식과 변화하는 업무 트렌드를 소개하는 팟캐스트 ‘헬로 먼데이’를 열었고, ‘더 허슬’이라는 플랫폼노동자와 프리랜서들을 위한 뉴스레터도 일주일에 한 번씩 발송하고 있다.

꼭 필요한 회원에게 꼭 필요한 뉴스를 공급하기 위해 링크드인은 두 가지 방식으로 뉴스를 큐레이션하고 있다. 모든 가입자들의 뉴스페이지에 똑같이 뜨는 그날의 주요 뉴스 4가지는 편집자들이 직접 고른 것들이다. 어떤 분야에서 일하든 꼭 알아야 할 뉴스들을 추려서 보여준다. 그 외 뉴스페이지엔 알고리즘이 고른 뉴스들이 뜨는데 가입자가 기입한 프로필을 바탕으로 맞춤형으로 뉴스를 제공했다.

링크드인에 연결된 지인이 공유하거나 보고 있는 뉴스, 동종업계에서 일하는 가입자들이 주목하는 뉴스, 다른 업종 회원들에게 인기 있는 뉴스 등을 보여주고 특정 회사나 특정 가입자를 선택하면 어떤 뉴스를 공유했는지도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사업자는 고객사나 경쟁기업이 어떤 정보에 주목하는지 알 수 있고, 이직을 희망하는 사람들은 그 회사 직원들이 어떤 이슈에 관심을 갖는지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이처럼 링크드인은 좁지만 수요가 충분한 시장을 파고들고, 부가가치가 높은 고객을 끌어들이고, 알토란같은 정보와 뉴스를 공급하며 사람들에게 왜 이 플랫폼을 써야하는지 정확한 이유를 제시했다. 덕분에 누구도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됐고, 다수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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