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인치 반도체 테스트베드 구축해 중소·중견업체 지원”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19.10.31 14:42
글자크기

이조원 나노종합기술원장 기자간담회…“대기업 유휴 핵심장비 기증해달라”

이조원 나노종합기술원(이하 기술원) 신임 원장은 31일 “12인치 반도체 테스트베드 구축을 위해 대기업의 관련 유휴 장비 기증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조원 나노종합기술원장/사진=나노종합기술원이조원 나노종합기술원장/사진=나노종합기술원


이조원 원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한 식당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국산화를 위해 중소·중견기업을 지원할 ‘12인치 테스트 베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반도체 제조 핵심장비인 ‘알프 이머전 스캐너’(Arf Immersion Scanner) 등을 구매해야 하는데 신규 장비 구매비가 1000억원에 가까워 확보한 예산만으로는 구축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응해 지난 8월 5일 발표한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대책’에서 카이스트(KAIST) 부설기관인 기술원에 ‘12인치 반도체 성능평가 테스트베드’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올해 정부 추가경정예산(115억원)을 포함, 2022년까지 총 450억원 예산(장비 385억원, 시설 43억원, 공정개발 22억원)을 투입키로 했다.



기술원은 올해부터 총 992㎡(300평) 규모의 청정실을 확보하고, 12인치 실리콘 반도체 전용장비 10여대를 우선적으로 구축한다. 또 20나노미터(nm) 패터닝 공정 기술 등 단위모듈, 특화공정기술을 확립하는 등 검증시스템도 함께 마련해 나갈 계획이다.

하지만 핵심장비가 대부분 고가라서 정부 지원금만으론 12인치 반도체 테스트베드 구축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알프 이머전 스캐너 등 초미세 반도체 제조 공정의 필수 장비들은 네덜란드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생산업체인 ASML이 독점 생산하고 있다. 대체제가 없는 실정이다. 이 원장은 “알프 이미전 스캐너를 중고로 구매한다고 해도 300~400억원 가량 든다”며 “대기업이 유휴 장비를 기증해줄 경우 정부 지원금은 다른 장비 구매나 서비스·운영비로 활용할 수 있어 예산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실효성 있는 한국형 테스트베드 구축을 위해서는 수요기업이 요구하는 검증 데이터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12인치 웨이퍼 장비에서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 최적화된 소재·부품·장비을 만들기 위해서는 12인치 테스트베드 구축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또 “국내 기업에서 개발한 제품의 성능을 검증하기 위해선 대기업의 검증 기준을 충족하는 12인치 테스트베드가 절실히 요구되나 이런 검증시설이 없어 많은 기업들이 해외에 나가 테스트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반도체 후방산업인 소재·부품·장비 산업을 육성하려면 양산화 수준의 장비와 부품소재 테스트 베드, 인증 시설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기술원에 따르면 반도체 핵심소재와 장비 국산화율은 2017년 기준으로 각각 50%, 20% 정도로 매우 취약한 상태다. 현재 국내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은 자체 평가팹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자체 개발한 제품의 인증·성능평가를 대만 TSMC, 벨기에 IMEC, 미국 알바니 나노팹 등 해외 시설에 의존하고 있다.

이 원장은 지난 9월 16일 취임했다. 펜실베니아주립대 재료공학과에서 석·박사 학위(1980~1986년)를 얻었고, 삼성종합기술원 신소재연구실장 및 PM(1992~2000년), 과학기술부 21세기프런티어사업단 테라급나노소자개발사업단장(2000~2010년), 한양대학교 나노융합과학과 교수(2010~현재)를 역임했다. 국가나노기술종합발전계획 수립에도 참여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