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앱 삭제 시대가 온다"…은행들, '무한경쟁'속으로

머니투데이 박광범 기자 2019.10.29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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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뱅킹시대 개막]주거래은행 개념 약해져…은행 오픈뱅킹 전략 마련 분주

편집자주 오픈뱅킹이 시작되면 은행의 전유물이었던 금융정보를 누구나 쓸 수 있다. 은행만 할 수 있었던 금융서비스를 핀테크기업, 비금융회사 등도 할 수 있다. 금융소비자는 언제 어디서나 자신이 원하는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은행앱 삭제 시대가 온다"…은행들, '무한경쟁'속으로


'오픈뱅킹' 시행에 따라 금융권의 '무한 경쟁시대'가 열렸다. 금리와 상품 등 은행 고유 영역에서 기존과 차원이 다른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은행들은 무한경쟁에서 살아남는 '최후의 1인'이 되기 위한 전략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은행은 겉으로는 오픈뱅킹 도입이 '위기이자 기회'라고 말하지만 속으론 '위기감'이 더 팽배하다. 금융권 일각에선 오픈뱅킹으로 '앱 삭제 시대'가 올 것이란 걱정도 한다. 하나의 앱에서 다른 은행 계좌의 금융거래도 할 수 있으므로 고객들은 가장 선호하는 앱 하나만 남기고 나머지 은행앱을 지워버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살아남는 앱이 은행앱이 아니라 핀테크앱이 될 수도 있다. 경쟁의 범위가 이전보다 훨씬 넓어진 셈이다. 오픈뱅킹으로 그때그때 자기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상품으로 옮겨타기도 쉬워지므로 주거래은행의 개념도 약해진다.

물론 오픈뱅킹 시행이 은행에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살아남는 은행앱을 시장에 내놓는다면 이미 확보한 고객뿐 아니라 전국민을 대상으로 결제와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종합 금융플랫폼으로 성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채널을 통해 고객을 얻거나 유지하고 새로운 서비스와 금융상품 개발, 유통 등을 통해 은행 전반의 경쟁력도 높일 수도 있다.



은행들의 오픈뱅킹 전략은 크게 '투트랙'으로 진행 중이다. 오픈뱅킹 시범 서비스 초기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각종 '이벤트'와 이를 통해 유입된 고객들을 붙잡을 수 있는 '은행앱 개편'이다.

신한은행은 오픈뱅킹 시행에 맞춰 'SOL(쏠) 오픈하면 오픈캐시 500만원' 이벤트를 연말까지 진행한다. 신한은행 오픈뱅킹 가입 후 타행계좌에서 출금이나 이체를 한 모든 고객을 대상으로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오픈캐시(최대 500만원)를 제공한다.

KB국민은행도 새로운 고객 유입을 위해 첫거래 고객을 대상으로 모바일계좌를 개설할 때 축하금 1만원을 주는 이벤트를 한다. KEB하나은행은 오픈뱅킹 등록 고객에게 추첨을 통해 현금처럼 사용 가능한 '하나머니'를 지급한다. NH농협은행도 4000명 이상 고객을 대상으로 한 이벤트를 준비 중이다.


은행앱 개편도 속도를 내고 있다. 신한은행은 이미 모바일뱅킹 앱인 '쏠'을 전면 개편했다. 타행 계좌 5개까지 한번에 자금을 가져오는 집금 서비스와 대출이자 납입, 공과금 납부 서비스도 넣었다. 은행, 카드, 증권, 보험, 연금, 부동산, 자동차, 현금영수증 등 흩어져 있는 고객의 자산을 한번에 조회하고 관리할 수 있는 'MY자산' 통합자산조회서비스도 도입했다.

우리은행은 기존 모바일뱅킹 앱 '원터치개인뱅킹'을 '우리WON뱅킹'으로 리뉴얼 했다. 여기에 핀테크 회사들과 협업을 통해 은행의 부족한 디지털 역량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하나은행 역시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와 생활금융서비스를 추진 중이다. 농협은행은 다음달 은행앱 고도화 사업을 통해 더치페이와 모임서비스 등 고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를 추가한다.

오픈뱅킹 초기 고객들의 혼란을 줄이기 위한 직원 교육도 강화하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영업점 전 직원을 대상으로 오픈뱅킹 서비스의 목적과 중요성, 마케팅 기법 등에 대한 교육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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