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연패에도 4연승 생각했다" 온갖 악재 속 모든 걸 쏟아부은 영웅들 [★취재석]

스타뉴스 이원희 기자 2019.10.28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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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서울고척스카이돔에서 2019 KBO 키움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한국시리즈 4차전 경기가 열렸다. 9회말 2사 만루서 서건창의 3루수 앞 땅볼 때 두산 허경민의 실책으로 동점을 만들자 키움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26일 서울고척스카이돔에서 2019 KBO 키움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한국시리즈 4차전 경기가 열렸다. 9회말 2사 만루서 서건창의 3루수 앞 땅볼 때 두산 허경민의 실책으로 동점을 만들자 키움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시리즈 4연패. 아쉬움은 있지만 키움 히어로즈는 뜨거운 박수를 받을 만한 시즌을 보냈다. 특히 경기 외부의 잡음 속에서도 모든 것을 쏟아냈다는 점에서 칭찬 받아 마땅하다.

키움이 한국시리즈에 오른 뒤 크고 작은 일들이 터져 나왔다. 시리즈 1차전 경기장 복도에서 팀 매니저의 휴대폰 사용 논란이 빚어졌고, 3차전에 앞서서는 구단 임직원의 지인이 한국시리즈 티켓을 되팔다 적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중 가장 큰 논쟁은 팀 내야수 송성문(23)의 막말 파문이었다.



송성문은 1차전 도중 더그아웃에서 상대 팀 두산 베어스 선수들을 향해 거친 말들을 쏟아냈다. 이 같은 행동이 고스란히 담긴 동영상이 포털사이트에 게재돼 문제가 됐다. 이와 관련해 송성문은 공식 사과했다. 하지만 두산 팬들은 시리즈 내내 송성문에게 거친 야유를 쏟아냈다. 타석에 들어서거나 안타를 치거나 더그아웃으로 들어갈 때도 "우~"라는 소리가 경기장 전체에 울려 퍼졌다.

송성문은 23세의 어린 선수다. 멘탈이 흔들리지 않는 것이 이상하게 보일 정도로 끊임없이 야유와 질타가 이어졌다. 이를 지켜보는 키움 선수들도 마음이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팀 주장 김상수(31), 언제나 붙어 다니는 김혜성(20) 등 많은 팀 동료들이 송성문의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걱정스럽고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하루가 멀다 하고 구단과 관련해 나쁜 소식이 쏟아졌고, 상대 팬들의 야유도 계속됐다. 여기에 점점 벼랑 끝으로 몰고 가는 팀 연패까지. 하지만 키움 선수들은 온갖 악재 속에서도 집중력과 투지, 승리를 향한 열정을 잃지 않고 두산을 상대했다.

팀 좌완 불펜 이영준(28)은 "안 좋은 사건이 있었지만, 선수들은 우리 할 일이 있으니 '최선을 다하자'고 각오를 다져왔다. 야구 할 때만큼은 열심히 하자고 (김)상수 형이 애기했고, 다른 선수들도 그라운드에 나설 때면 '후회 없이 하자'는 목소리를 냈다"고 전했다.

팀 내야수 김혜성(20)도 "선수들은 언제나 '끝까지 최선을 다하자'는 말을 해왔다. 이런저런 일이 있을 때도 신경 쓰지 말고 평소처럼 하자고 얘기했다"며 "경기 중 (김)하성(24)이 형이 말을 많이 하는 편이다. 하성이 형도 어리지만 팀에 더 어린 선수들이 많이 있다. (이)정후(21)도 내가 실수했을 때 ‘아직 안 끝났다. 괜찮다’고 독려했다"고 설명했다.


키움 히어로즈 선수들. /사진=뉴시스키움 히어로즈 선수들. /사진=뉴시스
또 히어로즈 선수들은 상당히 지쳐 있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LG 트윈스, 플레이오프에서 SK 와이번스를 꺾어 기세가 올라왔다고 해도, 경기를 치르다 보면 피로가 쌓이게 마련이다.

여기에 포스트시즌에 앞서 외야수 임병욱(24)이 오른 무릎 수술을 받았고, 박동원(29)도 오른 무릎 부상 여파로 포수 포지션을 소화하지 못했다. 김규민(26)과 박정음(30)이 임병욱의 빈자리를 메웠고, 이지영(33)이 포스트시즌 대부분 포수 마스크를 썼지만, 선수단 뎁스가 얇아진 탓에 체력 부담은 지울 수 없었다.

하지만 김규민은 "한국시리즈 3연패를 했을 때도 우리 선수들은 4연승할 생각을 갖고 있었다. 선수들이 지쳐 하는 모습도 보였지만, (김)상수, (이)지영 선배님 등 형들이 분위기를 밝게 하려고 노력해 다른 선수들도 이를 따라갔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선수단 전체가 매 경기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히어로즈 선수들은 이렇듯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결과는 4연패, 하지만 내용을 보면 대부분 초접전이었다. 1~2차전에서 한 치의 양보 없는 승부를 펼치다가 끝내기 안타를 맞았고, 4차전에선 연장 10회까지 가는 혈투를 벌였다. 불리한 상황 속에서도 첫 우승을 향해 온몸을 던졌다. 결과는 아쉽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한 키움 선수들에게는 박수를 보낼 만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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