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마노=AP/뉴시스】12일 일본 미에현 구마노 해변에 제19호 태풍 하기비스의 영향으로 거센 파도가 방파제를 덮치는 모습을 한 남성이 스쿠터에 앉아 바라보고 있다. 기상청은 하기비스가 오후 3시경 도쿄 남서쪽 270km 부근까지 접근한 뒤 밤사이 일본 도쿄를 강타한 후 13일 오전 3시경에 일본을 빠져나가 태평양으로 향한 뒤 소멸할 것으로 내다봤다. 2019.10.12.
일본 지자체들이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사망자 대부분의 이름을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국가적 자연재해로 인한 인적 피해 사실은 전국적으로 공유해 효율적인 방재 대책 마련에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일본 방재기본계획에는 인적 피해는 '도도부현이 일원적으로 수집한다'고 돼 있다. 피해 사실 공표는 '도도부현이 시정촌과 연계해 행한다'고 정하고 있다. 그러나 수집해 공표하는 것은 '사망자·행방불명자의 수'이며 이름이나 주소의 취급은 명기돼 있지 않다.
이번에는 많은 지자체들이 각각의 개인정보보호조례에 근거해 검토, 유·가족의 사생활 보호를 중시해 비공표를 택했다. 군마현은 "이름이 알려지면, 사기 등의 피해가 일어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유족의 동의를 얻지 못한 사망자에 대해서는 연령조차 밝히지 않았다. 후쿠오카현은 "유족의 사생활을 존중"했다고 설명했고 치바현은 "현은 이름을 파악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바라키현은 독자적인 기준을 들며 공표하지 않는 것으로 정했다. 사망자의 이름을 공표하려면 '유족의 동의'가 필요하며, 행방불명자의 경우에도 '생명보호를 위해 긴급하고 부득이하거나', '구조를 위해 소재 정보를 입수할 필요가 있다'는 요건을 만족했을 때 이름을 밝히기로 했다. 이번에는 모두 요건을 만족하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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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자의 이름을 공표한 이와테현도 '가족의 동의'를 조건으로 하고 있다. 나가노현도 유족이 승인한 3명의 사망자를 공표했다.
그러나 국가가 재해 피해 사실을 수집해 재발 방지에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호쿠대학 재해과학국제연구소의 사토 쇼스케 준교수는 "사망자, 안부가 명확하지 않은 자의 이름이나 주소, 사망 장소는 원칙적으로 공표해야 한다"며 "피해자의 기록을 누적해 분석해야 정부나 지자체가 유효한 방재 대책을 세울 수 있다"고 말했다.
스즈키 아사토모 니가타대 정보학 교수도 지자체가 언론에 사망자, 행방불명자의 정보를 제공하는 데 대해 "법적인 문제는 없다"고 판단했다. 일본의 개인정보보호법은 보도기관이 정보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다룰 경우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나 '보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예외로 해석되고 있다.
지자체가 정한 개인정보보호조례는 내용이 각각 다르고, 보도 목적의 '예외규정'이 없는 경우가 많다. 스즈키 교수는 "유족이 비공개를 바라는 사례가 많지만, 재해 사망자나 행방불명자에 관한 정보는 사회가 공유해야 한다"며 "국가가 지자체에 대응을 맡기지 말고, 법률로 이름 등을 공표하는 기준을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그러나 지난해 7월 서일본 호우 이후 "통일적인 기준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답변서를 각의결정했다. 많은 지자체의 개인정보보호조례는 '생명, 신체 또는 재산의 보호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피해자 이름을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돼 있어 재해의 상황이나 피해자의 사정에 따라 지자체가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이러한 정부의 자세에 대해 전국 지사회는 올해 7월, 방침 전환을 요구하는 제언을 정리했다. 전국적으로 통일된 기준을 만들 것을 요구한 것이다. 다케다 료타 방재담당상은 이러한 제언을 받아들여 지난 18일 회견에서 '(통일 기준이) 가능한지, 어떤 형태가 가장 좋을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 지사회에서는 정보 공개 시 어떠한 문제점이 있었는지 사례를 정리해 내각부와 협의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