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미국, 무역전쟁 치명상은 중국보다 EU

머니투데이 임소연 기자 2019.10.24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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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유럽 수출이 대중국 3배…"양측 간 관세, 다국적기업 비용만 초래" 지적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항구에 컨테이너를 실은 화물선이 정박하고 있다/사진=로이터미국 워싱턴주 시애틀항구에 컨테이너를 실은 화물선이 정박하고 있다/사진=로이터


무역전쟁으로 미국에 더 큰 치명상을 입히고 있는 건 중국보다 유럽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왔다.

22일(현지시간) CNBC는 국제경제전문가들을 인용해 미국 경제가 중국과의 무역전쟁보다 유럽과의 갈등으로 더 큰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미국의 대유럽 수출 규모가 대중국규모보다 3배 더 크기 때문이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 자료에 따르면 2018년 미국은 유럽연합(EU)과 중국에 각각 5억745억 달러, 1억7922억 달러어치를 수출했다. 수입 규모는 EU와 중국에서 각각 6839억 달러, 5579억 달러 수준으로 차이가 크지 않았다. 결국에 EU와 중국 어느 쪽이든 무역전쟁을 벌여서 좋을 건 없으나, 특히 EU와의 갈등이 미국에 좀 더 치명적일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미국과 유럽은 관세 폭탄을 주고받고 있다. 지난해 미국이 유럽산 알루미늄과 철강에 고율 관세를 매긴 뒤, EU가 미국산 청바지 등 28억 달러어치에 25% 보복 관세를 부과하면서 양측 갈등이 본격화했다.

USTR은 2일 EU에서 수입하는 항공기에 10%, 스카치위스키 치즈 등 농산물과 공산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다. EU 자동차와 부품에도 관세를 부과할지 말지 논의 중이다. 세계무역기구(WTO)가 항공기 보조금을 두고 미국과 EU가 벌인 분쟁에서 미국 손을 들어주며 연 75억 달러 징벌적 관세를 허용한 데 따른 조치다. EU도 보잉에 미국이 보조금을 지급했다며 WTO에 제소한 상태다. 내년 제소 결과에 따라 EU도 미국에 징벌 관세를 물리게 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줄곧 ”EU가 미국을 상대로 일방적인 경제적 이득을 취하고 있다“며 공격해왔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무역 전선을 EU로까지 확대할수록 미국에 ‘제 살 깎아 먹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플로리안 헨스 베렌버그 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단일 무역인 미국-EU 교역은 가장 중요하다“며 ”지난해 미국이 중국보다 유럽에 3배 이상 수출한 걸 보면, EU가 미국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에릭 존스 존스홉킨스대학 국제경제학 교수는 미국-EU 간 관세 확대가 양측 다국적기업들에 피해를 준다고 꼬집었다. 존스 교수는 ”양측이 주고받는 관세는 각 기업 사이가 아니라 같은 기업 내에서 발생한다“며 ”이는 제품 소비자 가격을 끌어올리고 제품 생산 과정을 복잡하게 만든다“고 분석했다. 무역전쟁으로 인해 각국에 진출한 다국적기업들의 수익성이 떨어지고 서로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 미국과 EU 경제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다. 7월 말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2분기 유로존 성장률은 0.2%에 불과하다. 1분기 0.4%에서 더 하락했다. 미국도 같은 기간 2.1% 성장해 전분기 3.1%에서 1% 떨어졌다. 유럽중앙은행(ECB)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각각 무역 긴장과 세계적 성장 둔화에 대응하기 위한 부양책을 마련하는 데 안간힘 쓰고 있다.

프레드릭 에릭슨 싱크탱크 ECIPE 대표는 ”미국-EU 간 관세가 심각하게 오를 경우, 양쪽 경제는 둔화할 것“이라며 ”그 관세가 일으키는 순환 효과는 상당히 큰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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