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뉴스1) 유승관 기자 = 일본을 방문중인 이낙연 국무총리가 23일 일본 도쿄 게이오대학교 미타캠퍼스를 방문, '일본 학생들과의 대화'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9.10.23/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만 양국 총리 사이의 단독 회담은 짧으면 10분에서 길어도 20분을 채 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이 한국을 무시하거나 이낙연 총리 일행을 하대하는 것이 아니라 일왕 즉위식에 참석한 각국 사절단이 쇄도해서다.
10분 단독면담의 의미…빙점 깨트리는 훈풍
한일관계는 강제징용 배상과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지소미아(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GSOMIA) 파기 등으로 지난 2년여 간 악화했다. 이런 복잡한 현안을 단숨에 혹은 단번에 양국 총리가 한 자리에서 해결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이낙연 총리도 22일 "마치 드라마틱하게 단 말 몇 마디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지 않겠냐"며 "최대한 (양국) 대화가 더 촉진되도록 세게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이번 (방일) 목표"라고 말했다.
다만 두 총리가 만났다는 것은 돌아섰던 양국 정부가 한 테이블을 두고 다소 멀어보이던 대화의 물꼬를 튼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한일 양국 실무진은 물밑에서 서로의 이견을 좁히기 위한 실무 협상 제안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로 개인적인 친분이 있던 두 총리가 웃으며 만나는 자리가 마련됐다는 것만으로도 관계개선에 있어 어느 정도 긍정적인 변곡점이 생긴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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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 제안은 친서로…이낙연 "심부름꾼" 몸 낮춘 이유
일본은 최근 일부에서 지소미아 조차 필요없다는 강경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속내로는 하루빨리 관계를 호전시키는 것을 바라는 것으로 파악된다. 일본 국방에서 지소미아가 있는 것이 실익이 크고, 야당이나 경제산업성, 여행 산업을 주로 하는 지방자치단체의 관계개선 주장이 여론으로 드러나고 있어서다.
일본 내에서도 한국에 대한 대응은 주전·주화파 목소리가 엇갈린다. 이낙연 총리의 방일 행보는 일본 내 지한파와 양국 관계 개선을 바라는 이들에게 한국의 진정성을 보이고, 주화파들에게도 양국 우호협력의 역사를 되새기는데 집중되고 있다. 고(故) 이수현 의인 추모비를 찾아 헌화하면서 인류애(愛)를 발휘한 의인에게는 국경이 없다며 1500여년 양국 우호 역사를 상기한 것이 그런 발현이다.
복잡하게 얽힌 양국 관계의 실타래를 풀기 위한 변곡점에서 정부가 구상한 전략은 '친서(親書)'를 활용하는 것이다. 번번이 깨진 강제징용 배상 관련 실무협상 제안도 친서를 통해 구체적인 제안으로 다시 테이블에 올려놓을 수 있다. 양국 총리가 짧은 회담에서 자세한 대화를 나눌 시간이 없고, 굳이 예민한 문제를 거론하는 것도 어울리지 않는 자리이기에 한국 대통령이 보낸 친서로 사안을 갈음해 관계호전의 미래를 열어둘 수 있는 것이다.
이낙연 총리로서도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전달은 본인에게 과중히 집중된 정치적 부담을 낮출 열쇠다. 이 총리가 방일 전 인터뷰를 통해 자신은 양국 정상이 필담으로 나눌 대화를 전달할 '심부름꾼'이라고 몸을 낮춘 것은 이런 맥락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