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12년만에 캔 금맥, "힘들 땐 나를 믿었죠"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2019.10.22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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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기능올림픽 배관 부문서 한국에 12년만에 금메달 안긴 조우의 현대重 기사

'제45회 국제기능올림픽'에서 배관부문 금메달을 딴 조우의 현대중공업 기사/사진제공=조우의 현대중공업 기사'제45회 국제기능올림픽'에서 배관부문 금메달을 딴 조우의 현대중공업 기사/사진제공=조우의 현대중공업 기사


"쉴 때가 가장 힘들었습니다."

금메달까지의 과정이 힘들지 않았냐는 질문에 답하는 목소리에서 '약관'(弱冠)의 패기가 묻어났다. 꿈을 위해 무서워질 수 있는 '90년대생'이었다. 지난 8월 '제45회 국제기능올림픽'에 국가대표로 출전해 12년 만에 한국에 금메달을 안겨준 조우의(20) 현대중공업 기사는 하루 12시간, 4년의 훈련이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국제기능올림픽은 만 22세 이하의 청년들이 2년마다 직업기능을 겨루는 대회다. 우리나라는 1967년 스페인 대회에 처음 참가한 이후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둬 지금까지 19차례 종합우승을 달성했다. 다만, 배관 부문에서만큼은 2007년 이후 금맥이 끊겼다.



조 기사가 출전한 배관 부문은 난방과 가스, 물 등을 공급하는 파이프를 설계하고 도면을 따라 제작하는 방식으로 시합이 치러졌다. 선박이나 건축물의 '혈관'을 짜는 작업이다. 작업 과제와 자재는 시합 당일 공개되는데, 특히 자재는 우리가 상대적으로 익숙지 않은 유럽산이어서 번번이 금메달 문턱에서 고배를 마셨다고 한다.

조 기사는 12년 만의 쾌거를 선배 덕으로 돌렸다. 그는 "12년간 선배들이 겪은 시행착오를 분석하고 보완해 생소한 과제와 자재가 나오는 상황에도 당황하지 않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패기에 겸손이 한 스푼 추가됐다.



그의 말대로 '선배 찬스'가 있었지만, 그래도 올림픽은 올림픽이었다. 18시간 동안 진행된 시합은 '마라톤'이었다. 작은 실수에 위축되면 시합을 그르치는 지구전에 '나에 대한 믿음'은 필수였다. 실제로 시합 도중 배관에서 물이 새는 아찔한 상황도 발생했지만 "나는 할 수 있다"는 확신으로 버텨냈다.

믿음의 원동력은 아버지였다고 한다. 아버지는 그가 고등학교 1학년부터 올림픽의 꿈을 꿀 수 있는 물꼬를 터 줬다. 중간 정도인 성적을 타박하는 대신 아들이 타고난 손재주를 칭찬했다. 무뚝뚝하지만, 항상 무한한 신뢰와 응원을 보낸 아버지와 올림픽을 함께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는 아버지도 조선업에 몸담고 계셔 이 역시 '선배 찬스'라며 웃었다.

조 기사의 다음 목표는 '좋은 선배'가 되는 것이다. 그는 "12년 만에 찾아온 금메달을 놓치지 않을 것"이라며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후배들을 지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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