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에 홍위병이 있다면 홍콩엔 흑위병이 있다

뉴스1 제공 2019.10.21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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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옷 입은 홍콩 시위대 홍위병에 대비해 흑위병으로 불려

(서울=뉴스1) 박형기 기자
20일 홍콩 시위대가 경찰이 쳐 놓은 바리케이드에 방화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박형기 기자20일 홍콩 시위대가 경찰이 쳐 놓은 바리케이드에 방화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박형기 기자


(서울=뉴스1) 박형기 기자 = 20주째 반송환법 시위도 폭력으로 얼룩졌다. 홍콩 시위대는 샤오미 등 중국 기업 매장과 지하철을 방화하는 등 또 다시 과격시위를 벌였다.

이 와중에 홍콩의 대표적 언론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침묵하는 다수는 홍콩 시위의 폭력화에 반대하고 있으나 시위대가 두려워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21일 보도했다.



SCMP는 익명을 요구한 독자편지가 편집국에 쇄도하고 있으며, 이들은 시위대의 보복이 두려워 표현하지 않을 뿐 최근 격화하고 있는 폭력시위를 반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SCMP는 독자의 편지를 인용, 현재 홍콩의 시위를 좌우하는 것은 '흑위병(黑衛兵)'이라고 보도했다. 흑위병이라는 뜻은 검을 옷을 입고 있는 위병(경비병)이라는 뜻이다. 홍콩 시위대는 중국에 항의하는 의미에서 검을 옷을 입고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이는 홍위병(紅衛兵)에 대비되는 말이다. 홍위병은 문화혁명 당시 마오쩌둥의 친위부대로 반혁명 분자를 색출하는데 앞장섰다. 홍색 사회주의 지키는 위병이라는 뜻으로 홍위병이라고 불렸다.

한 독자는 “카페에서 아내와 대화를 하던 중 시위대의 폭력이 심각하다고 말하자 건너편에 있던 시위 지지자가 노려봤다. 부인과 함께 빨리 자리를 떴다”고 밝혔다.

다른 독자는 “온라인 토론방에서 비폭력을 주장하고 있지만 민주와 인권을 쟁취하기 위해서 어느 정도 폭력은 용인해야 한다는 주장에 밀리고 있다. 민주와 인권이라는 명분이 폭력을 정당화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독자는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서 폭력을 용인하는 일종의 ‘파시즘’이 시위대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 같다. 나는 그들을 문화혁명 당시 중국을 들쑤셨던 홍위병에 대비해 흑위병이라고 부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반송환법 시위 이전보다 표현의 자유가 크게 위축됐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침묵하는 다수가 적극적으로 그들의 의견을 개진하지 않고 있는 것은 홍콩 정부에 대한 믿음이 없기 때문이다.

홍콩 시민들은 베이징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고 있는 캐리 람 행정부보다는 시위대를 아직까지는 더 믿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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