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M, ‘빌보드 200’ 1위, 그 다음이 궁금하다

서성덕(대중음악 평론가) ize 기자 2019.10.18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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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M, ‘빌보드 200’ 1위, 그 다음이 궁금하다


지난 13일 공개된, 10월 19일자 ‘빌보드 200’ 1위는 슈퍼M의 ‘SuperM: The 1st Mini Album’이다. 샤이니, 엑소,NCT127, WayV가 각각 ‘빌보드 200’에서 성적을 낸 바는 있다. 하지만 ‘NCT #127 We Are Superhuman: The4th Mini Album’이 11위에 올랐던 것을 감안하면 이른바 ‘슈퍼 그룹’을 만들어낸 보람이 있다. 앨범 발매로 이어지는 활동이나 싱글을 공개한 적이 없는 상태에서 ‘빌보드 200’ 1위에 오른 것 자체가 진기록이다. K-POP의 특이한 시장 상황과 최근 ‘빌보드 200’ 전략이 합쳐지면서 재미있는 일이 생겼다.

성적을 좀 더 자세히 보자. ‘빌보드 200’은 앨범판매 차트이고, 앨범만이 아니라 스트리밍과 음원판매 성적도 환산하여 반영한다. ‘SuperM: The 1st Mini Album’의 성적은 16만 8천장 단위이고, 그 중 실물앨범 판매량은 11만 3천장, 디지털 음원은 5만 1천장이다. 스트리밍 성적은 앨범 단위로 4천장, 약 5백만회 정도가 된다. 슈퍼M의 앨범은 미국 시장 외에는 발매되지 않았고, 한국을 포함한 미국 이외 지역의 팬들은 미국에서 직구를 할 수밖에 없었다. 아마존등의 쇼핑몰에서 한국으로 직배송을 받으면 차트 성적에 반영이 되는가 여부는 확실하지 않다. 어쨌든 많은 이들은 위험을 무릎 쓰지 않고 직배송이 아닌 배송대행을 이용했다.

앨범은 멤버별 7가지 버전과 ‘united’ 버전, 총 8개 버전으로 발매되었다. 공식 사이트에서는 60종 이상의 MD, 공연티켓 번들을 판매했다. 미국 시장에서 MD나 공연 티켓을 음반을 묶어 파는 것은 흔히 있는 일들이다. 특히, 음반/공연 번들은 지난 수년간 특별한 최신 히트곡이 없는 유명 아티스트의 이름을 유지하기 위하여 ‘빌보드 200’을 공략하거나, 최근의 인기 아티스트라도 앨범 발매 첫 주 성적을 확실히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인기가 높았다. 확실한 실물앨범 구매층을 공략하기 위하여 패키지를 다양화하는 것도 더 이상 낯설지 않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최근 앨범 ‘Lover’의 디럭스 버전을 4가지 만들었다. 얼마전 컴백한 전설적인 밴드 툴은 음반/공연 번들을 하지 않고, 독점 동영상이 재생되는 4인치 화면이 달린 45달러찌리 앨범 패키지를 팔아서 ‘빌보드 200’ 1위에 올랐다. 정도의 차이는 따질수 있을지라도 없는 상술을 부린 것은 아니다.

요컨대 슈퍼M의 전략에 의문을 가질 필요는 없다. 슈퍼M은 미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데뷔했고,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는 미국 시장에서 역대 가장 큰 성과를 거두었다. 다만 다른 질문을 해보자. SM엔터테인먼트는 이제 미국 시장에서 통하는 대형 그룹을 갖게 되었는가? 질문을 좀 더 구체적으로 바꾸면 슈퍼M은 고정적인 케이팝 수요층을 넘어서 대중적인 기반을 갖게 될 것인가? K-POP 그룹이 ‘빌보드 200’ 1위를 하는 것도 주목할만한 성과다. 하지만 그것이 지금의 SM엔터테인먼트, 또는 전세계에서 스타디움 투어를 하는 방탄소년단을 제외한 K-POP 아티스트들이일반적으로 미국 및 서구권에서 가진 시장의 파이를 넘어서는 성공을 약속하는 증표가 될 수 있는가? ‘빌보드 200’ 1위는 ‘슈퍼 그룹’을 증명하는 결과인가, 아니면 그것으로 가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 된 것인가?

이는 결국 K-POP에서 ‘슈퍼 그룹’이란 무엇인지 묻는 질문이 될 것이다. 다시 말해, 슈퍼M을 K-POP의 ‘어벤저스’라고 부르는 것은 합당한 일인가? ‘어벤저스’는 개별 캐릭터의 서사와 성격을 한 자리에 모아 놓고 충돌과 시너지를즐기는 작업이다. 그 안에서 맥락은 더욱 풍부해지고, 각 캐릭터는 선명해진다. 하지만 슈퍼M의 모든 멤버는 각자의 팀 안에서 이미 수년간 그 일을 해왔다. 그들은 ‘문자 그대로’ 각자의 유니버스를 만들어 나가는 중이다. 이 의문에 ‘슈퍼M’은 기존 팀의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고, 일종의 크로스오버이고, 멤버조차 유동적이라고 답변한다면, 최초의 질문으로 돌아가자. SM엔터테인먼트는 이제 미국 시장에서 통하는 대형 그룹을 갖게 되었는가? 아니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해서 ‘빌보드 200’ 1위 앨범 하나를 갖게 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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