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분양가상한제보다 시급한 건 전세제도 개편

머니투데이 홍정표 부장 2019.10.16 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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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택지 아파트 분양가를 통제하기 위해 분양가상한제 적용 기준을 완화한 주택법 시행령이 규제개혁위원회를 통과했다.
 
법제처 심사, 국무회의 등 나머지 절차가 마무리되면 이달 하순 개정안이 시행될 예정이다. 실제 적용을 위해선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야 하지만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 등 정부부처 인사와 이들이 위촉한 민간위원이 과반수에 달해 정부가 원하는 시기와 지역을 선택하는 데 제한이 없다.
 
이달 1일 정부가 적용을 6개월 유예한다고 밝혔지만 현재 철거작업이 진행되는 곳을 제외하곤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무주택자들이 시세보다 저렴하게 내집 장만을 할 수 있다는 기대도 있지만 공급부족으로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가팔라질 것이란 우려가 더 크다. 분양가상한제 확대 적용이 언급된 후 서울 등 주요 부동산시장에 소재한 신축아파트값이 오르고 재건축을 비롯한 구축아파트 가격도 상승세로 돌아선 것이 방증이다.
 
사업성이 크게 떨어지면 정비사업조합이나 건설사 등이 분양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청약 당첨만 되면 최소 수억 원에서 최대 수십억 원의 시세차익을 볼 수도 있겠지만 공급물량 급감으로 대다수 무주택자는 청약만 반복하는 ‘희망고문’이 될 뿐이다.
 
문재인정부도 여느 정부와 마찬가지로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부동산정책 목표로 내세웠다. 10여년 전 실패 경험에서 배운 인사들이 관련 정책을 만들고 이끌어 이번에는 부동산시장 안정을 이뤄낼 것이란 바람도 컸다.
 
하지만 역대 가장 강력한 규제정책에도 불구하고 집값 상승세는 멈추지 않았고 서울 등 주요 부동산가격 상승률은 평균 수치를 크게 웃돈다. 부동산시장 안정화로 주거부담을 줄이겠다는 말은 공염불이 됐고 서울을 떠나면 다신 돌아올 수 없게 됐다는 얘기가 들린다.
 
성급하고 어설픈 정책개입이 부동산시장을 왜곡해 빚어진 결과다. 실체도 모호한 ‘투기세력’을 내세우고, 다주택자들에게 집중포화를 가했지만 원하는 결과는 얻지 못했다. 지금이라도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아야 할 터지만 요원하다.
 
현재 부동산시장 왜곡현상은 매물이 잠겨 1~2건의 거래가 전체 시세를 끌어올리는 현상이 반복되면서 생겼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선 세금 및 전세제도에 변화가 필요하다.
 
먼저 양도소득세 중과제를 폐지해 거래를 활성화해야 한다. 과세표준에 따라 0.5%까지 부과할 수 있는 재산세, 최대 3.2%를 매기는 종합부동산세 강화도 검토해야 한다. 일부에선 ‘세금폭탄’이라고 주장하지만 연간 집값 상승률을 고려하면 사는 곳이 계급이 된 사회에서 부러움을 받는 대가치곤 낮다.
 
전세계적으로 유일한 전세제도는 꼭 손봐야 한다. 정부가 임대주택 공급 확대 등으로 대응하지만 대대적인 수술 없인 국내 부동산시장의 장기적인 안정화는 불가능하다.
 
새로 출범하는 정부마다 주거안정을 이유로 전세자금 대출을 확대하는데 이 때문에 집주인들이 전세금을 마음 놓고 올린다. 전세금이 오르면 소유한 집을 유지하는 부담이 줄고 경기 등과 맞물려 집값이 오르면 시세차익을 얻는다.
 
집값의 절반 이상을 무이자인 전세로 채우니 집값이 연간 물가상승률만큼 올라도 수익률은 배가된다. 저금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부동산투자를 안 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월세는 없어지는 돈인 데 반해 전세는 그렇지 않다고 하는 이들도 있으나 소득공제 등을 활용해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분양가상한제 확대 적용 같은 부작용이 예견된 정책은 시장만 더 왜곡할 뿐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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