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스코어보드-법사위]조국 퇴장 '돌발 상황'에 법원만 '싱긋'

머니투데이 백지수 기자 2019.10.14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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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14일 서울고등법원·중앙지법 등 수도권 법원 국정감사

[300스코어보드-법사위]조국 퇴장 '돌발 상황'에 법원만 '싱긋'


1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서울고등법원·중앙지법 등 수도권 법원 국정감사 대상 의원 - 금태섭(민) 김종민(민) 박주민(민) 오신환(바) 주광덕(한) 김도읍(한) 이철희(민) 정성호(민) 송기헌(민) 백혜련(민) 표창원(민) 이은재(한) 채이배(바) 박지원(대) 정갑윤(한) 장제원(한) 정점식(한) 여상규(한-위원장) 민중기(서울중앙지방법원장)

지난 2일 약 2주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의 주인공은 조국 법무부장관이었다. 법무부 국감(15일)이 실시되기 전이었는데도 '조국 국감'이 모든 것을 지배했다. 그런 조국 장관이 14일 돌연 무대에서 퇴장했다.



주인공이 사라진 무대는 힘이 빠졌다. 갑작스런 상황 속 뒤에서 웃은 이들은 이달 피감기관이었던 서울고등·지방법원 등 수도권 법원의 법원장들이었다.

이날 오후 조국 장관의 전격 사퇴 후 법사위는 당황, 당혹해 했다. '조국'이라는 이름이 국감장에서 완전히 퇴장하진 않았다. 조 장관의 동생 조모씨에 대한 검찰의 영장 재청구, 조 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 등에 대한 수사 등은 '현재 진행형'이었다.



이 과정속 여야 의원들은 아전인수격 법원의 중립성을 강조했다. 이날 법원에서 의미 있는 답을 받아낸 의원들은 드물었다. 한 마디로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말만 하면 된다) 국감'이었다. 여든 야든 자기 주장만 쏟아내고 질의를 마쳤다.

긴장했던 법원장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분위기였다. 여야 공방의 화살을 가장 많이 맞은 민중기 서울중앙지방법원장도 오전 중 야당의 공세에 검찰의 추가 영장 청구 가능성을 이유로 "난처한 입장을 양해해 달라"는 답변을 내놓은 이후로 비슷한 답만 반복했다. 오후 중에도 법원의 '편향성'을 지적하는 질의가 나왔지만 답을 아꼈다.

조국에 매몰되다보니 오히려 양승태 전 대법원장 관련 사건 등 '사법농단'은 뒷전으로 밀렸다. '사법농단' 공방이 이어졌던 작년 국감과 달랐다. 법원에서 가장 '아픈 손가락'을 지적한 의원이 눈에 띄지 않았던 탓에 법원은 어부지리격으로 무난히 국감을 마쳤다.


다만 어수선한 분위기 속 어쨌든 '국정감사'의 본질을 찾으려는 노력이 보였던 의원들도 있었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경우 김명수 대법원장의 오는 11월 홍콩 출장 계획을 두고 주의를 주며 혹시 모를 '구설수'를 예방했다.

금 의원이 지적한 것은 김 대법원장 부부가 다음달 아시아태평양 대법원장 회의 참석을 위해 홍콩을 방문해 가이드와 의전을 요구했다는 내용이었다. 스쳐가듯 언급한 데다 이미 야당에서 비판이 나오기도 했던 법원의 '실수'를 금 의원은 여당 의원으로서 유일하게 지적했다.

금 의원은 이뿐 아니라 그동안 주장해 온 판결문 일반 공개 제도 입법에 대해 실제 1심 재판을 담당하는 지방법원장들에게 직접 의견을 물어 적절한 답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이미 대법원에서 질의했던 내용이지만 대법원보다도 재판 현장에 가까운 서울남부지법 등의 지방법원장들에게 의견을 물으며 입법을 향한 '퍼즐'을 맞춰갔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정치적 공방전에서도 '각개전투'에 해당되는 본질의에서도 자기 몫을 충분히 챙겼다. 조 장관 동생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명재권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를 놓고 벌어진 공방에서는 야당의 공세에 순발력 있게 나섰다.

김 의원은 공방 이후 다가온 자신의 질의 차례에서는 정형식 서울회생법원장을 향해 기업 회생 관련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일침했다. 이를 통해 정 법원장으로부터도 기업회생사건 재판 현장의 고민과 입법 노력에 대한 답을 받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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