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를 보면 美차기 대통령이 보인다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2019.10.15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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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따라 유권자 투표도 달라지는 경향
"2008년 금융위기 없었다면 오바마 낙선"

/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될지 궁금하다면 일단 증시 추이를 참고해보자. 현 정권 임기 막판의 증시 흐름이 대선 득표율에 영향이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고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만큼 증시를 성공의 바로미터로 삼는 대통령은 없었는데, 트럼프의 이같은 증시 집착이 실제 재선 여부를 가를 수도 있다는 근거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말 피츠버그대학과 라이스대학 경영대 연구진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1992~2016년간 증시 배당수익 수준에 따라 대선에서 집권당의 득표율도 상당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1990년대 들어 주식 투자에 참여하는 인구가 크게 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중립에 가깝거나, 민주당을 지지하는 계층은 증시 흐름에 따라 투표하는 당이 바뀔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주식 투자에 관심있는 유권자가 적은 지역에서는 증시 추이가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다.



연구에 따르면 배당금 수익이 1%포인트 높아지면, 집권당 득표율은 평균 2.4%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2000년 미 대선 당시 유권자들의 주식 투자율이 높은 지역에선 민주당 득표율이 평균 2%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1996년 빌 클린턴 대통령 집권 이후 4년간 증시가 2배가량 치솟은 영향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당시 앨 고어 민주당 후보는 전체 득표에선 부시 후보를 앞질렀지만 선거인단 수에서 밀리며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에게 패배했다.

반대로 2008년 대선에선 금융위기 여파로 증시가 폭락하자, 집권당인 공화당 지지율이 평균 5%포인트 하락하면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되는 데 영향을 줬다. 연구는 만약 당시 대선 직전 주가가 상승세를 기록했다면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가 플로리다와 오하이오 등지에서 승리를 거두며 대통령에 당선될 수도 있었다고 했다.


대통령 재임기간 4년 중에는 당선 첫해와 재선 직전해의 배당수익률이 투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 집권 초기엔 법인세 인하 덕에 증시가 랠리를 펼쳤지만, 지난해부터 무역전쟁으로 증시가 횡보하면서 대선까지 남은 13개월간의 증시 흐름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여부에 중요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설명했다.

블룸버그는 S&P500지수의 헬스케어 관련주 급락세가 트럼프의 재선가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신호 중 하나라고도 해석했다. 전국민 의료보장을 공약하는 민주당의 엘리자베스 워런 의원이 지난 8월 이래 지지율이 상승하고, 급기야 민주당 후보 중 지지율 1위로 올라서자 헬스케어 관련주 주가가 15%가량 급락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미중 무역협상 불확실성과 경기침체 우려 등 여러 리스크로 인해 증시가 전반적인 하락세를 기록하기 시작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장담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제프리스의 애널리스트 데이비드 윌들리는 "시장은 이미 트럼프가 재선에 실패할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고, 연구에 참여한 라이스대학 알렌 크레인 금융학 교수는 "그동안 경제가 좋으면 집권당에게 유리하다는 인식은 널리 퍼져있었지만, 실제로 이를 증명하긴 매우 어려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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