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실 세계여성이사協 회장 "CEO가 의지갖고 여성인재 발탁해야"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2019.10.15 08:00
글자크기

15일 '세계여성이사협회' 창립 3주년 기념 국제포럼 개최…마사히코 우오타니 시세이도 회장 등 기조 강연

이복실 세계여성이사협회 회장/사진=세계여성이사협회 제공이복실 세계여성이사협회 회장/사진=세계여성이사협회 제공


"한국 기업들에서 여성 인재 활용은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저조하다. 최고경영자들이 강력한 의지를 갖고 여성 인재 발탁과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기업 문화 형성의 중심에 서야만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이복실 세계여성이사협회 회장은 1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여성의 경영참여 확대·기업의 도전과 과제'를 주제로 열린 '창립 3주년 기념 국제포럼'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세계여성이사협회는 '기업 이사회 여성 이사 확대 및 육성'을 목표로 창립된 비영리 글로벌 회원 단체다. 한국 지부는 지난 2016년 9월, 전세계 74번째로 창립됐으며 현재 국내 주요 기업의 여성 등기이사 및 사외이사 70여명이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이날 포럼은 여성 임원 확대를 위한 기업의 도전 사례를 살펴보고 향후 과제들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회장은 "한국 사회가 처한 저출산 고령화, 장기 디플레이션 가능성 등 경제적 악조건들을 극복하는 것은 여성 인력의 적극적 활용에 달려 있다"며 "현 정부에서도 여성 장관 30%, 공공기관 여성 임원 의무화, 3년 내 여성 고위공무원 10% 달성 등 다양한 촉진책을 펴고 있는데 기업들도 이같은 시대흐름을 잘 읽고 여성 인재 육성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 하버드대 비즈니스스쿨 연구결과에 따르면 여성 고위직이 많을수록 기업 실적이 더 좋고 여성비율이 높은 기업일수록 성공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여성의 경영참여 확대를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 뿐 아니라 최고 경영자의 의지, 일과 가정의 양립과 같은 사회 제도적 변화 등 3박자가 잘 맞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포럼에서 마사히코 우오타니 시세이도 그룹 회장은 '변혁의 여정'을 주제로 기조 강연에 나서 "기업 문화의 다양성 확보와 우수한 인재 활용을 위한 핵심과제는 여성 인재의 발굴과 등용"이라고 말했다.

우오타니 회장은 코카콜라 사장을 거쳐 2014년 시세이도 회장에 취임했으며 △인재우선 △영어 공용어 사용 △근무조건 혁신 △다양성 추구 △여성역량 강화 등을 내세웠다. 그가 취임한 이후 그룹 내 여성 이사 및 감사는 45%, 글로벌 여성 간부는 38%에 이르는 수준으로 급성장했다.


지난 7월 발표된 여성가족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매출 500대 기업 기준, 전체 임원 1만4460명 중 여성 임원은 518명으로 전체의 3.6%에 불과했다.

이밖에 토론자로 참석한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는 "2004년 롯데 그룹 신입사원 중 여성은 5%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42%, 2005년 그룹 간부 사원 중 여성 간부는 1% 수준이었지만 현재 14% 수준으로 크게 증가했다"며 "여성들이 경력단절 위험에 처하지 않고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근무환경을 만들어주는 회사차원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강혜진 맥킨지 한국사무소 파트너도 "기업 내 여성인력 활용 증가는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상 상당한 규모 성장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그 규모는 최대 잠재력 발휘시 28조달러에 달한다"고 밝혔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전 국제통화기금(IMF)는 지난해 한국을 방문해 "노동시장의 성차별을 해소하면 한국의 GDP가 10%는 증가할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국내 증권사 최초로 여성 CEO가 된 박정림 KB증권 사장도 "한국 기업에는 여성의 고위직 진출을 막는 유리천장 뿐 아니라 핵심 포지션이나 주요 업무는 여성에게 맡기지 않는 유리벽 같은 보이지 않는 차별이 적지 않다"며 "여성 스스로 그런 천장을 뚫고 전진하려는 치열한 노력을 얼마나 전개했는지 역시 반성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신진영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원장은 "여성 이사들이 이사회에 많이 포진해 있을수록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 수준이 높고 주주 관리보호 수준이 높은 경향이 조사에서 나타난다"며 "한국은 83.5%의 이사회가 남성으로만 구성돼 다양성, 공정성면에서 현저히 뒤처진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포럼에는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 등 정부 관계자와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 김교태 삼정 KPMG 대표,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 김광일 MBK 파트너스 대표, 존 리 메리츠 자산운용대표 등 재계 주요 인사 및 기업의 여성임원, 법조계, 언론계, 학계 여성 리더 등 170여명이 참석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