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서 싸우는 미·중·러... 그들의 진짜 속내는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2019.10.13 16:17
글자크기

북극 빙하 녹으면서 항로·에너지 개발 기회 늘자 미중러 다툼..."북극해는 21세기 화약고"

/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16세 '환경소녀' 그레타 툰베리의 일침에도 미국·중국·러시아가 사라지는 북극 빙하에 대한 걱정 대신 에너지 패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사라지는 빙하로 새로운 항로와 에너지 채굴 기회가 늘어나면서다. 미중 갈등이 북극에서 새롭게 번질 조짐도 보인다.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11~13일 아이슬란드 수도 레이캬비크에서 열린 북극권의회(Arctic Circle Assembly)에서 세 나라의 지정학적 갈등이 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올해 7회째를 맞은 북극권의회는 '북극의 다보스'로 불리는 회의로 전세계 정치, 과학, 환경 전문가들이 모여 에너지를 비롯한 환경 문제 등을 논하는 자리다.



하지만 이번 회의는 시작부터 미국의 중국·러시아 견제로 시작됐다. 릭 페리 미 에너지 장관은 개막 연설에서 "외부에서 북극해를 장악하려는 시도가 있고, 에너지 판매에 있어서도 똑같은 행위를 하는 나라가 있다"면서 중국과 러시아를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중국은 러시아와 손잡고 북극 에너지 채굴을, 러시아는 중국에 쇄빙선 등을 판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러시아와 중국도 미국을 견제했다. 러시아측은 "우리의 천연가스 자원에 각국의 참여가 늘고 있다"면서 자연스러운 투자 행위임을 강조했고, 중국 역시 북극해 영향력 확보를 굽힐 생각이 없음을 확인했다.



블룸버그는 북극 빙하가 예상보다 빨리 녹으면서 장기적으론 환경 재앙이 닥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단기적으론 각국이 에너지 개발 속도를 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중러는 각각 북극해를 차기 에너지 패권을 장악하는 요충지로 보고 있다. 러시아는 북극해 자원 개발 덕에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전세계 액화천연가스(LNG) 점유율을 2%에서 8%까지 4배 늘렸다. 2016년 기준 연간 LNG생산량이 1100만톤이었던 러시아는 2035년까지 이를 1억4000만톤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중국은 지난해 아예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하나로 '북극 실크로드' 구축을 공식 선언했다. 북극 얼음이 줄어들면서 태평양과 대서양을 잇는 북극항로가 개척돼 운항일수를 크게 줄일 수 있는 데다가, 천연가스 등 에너지 자원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북극해 연안에 원양해군을 파견해 자국 시설과 상선을 보호하겠다는 계획도 세워놨다.


북극권의회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국은 중국의 이러한 행보를 심각한 위협으로 여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월 그린란드를 구입하겠다고 제안을 한 것도 중국의 북극 진출을 차단하고 자국 우위를 지키겠다는 노림수다. 그린란드는 석유, 석탄, 희토류 등 천연자원 매장량이 풍부한 데다가 군사 전략기지의 역할도 가능하다. 중국이 이 그린란드에 인프라 투자 제의 등을 하며 깃발을 꽂으려 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아예 통째로 그린란드를 사버리겠다고 제안한 것이다.

게다가 미국은 2024년까지 LNG 1억톤 생산을 달성해 러시아를 제치고 LNG 수출국 1위를 차지하겠다는 계획이다.

블룸버그는 미중러 북극 패권 다툼의 하나로 지난달 30일 미국이 대이란 제재 위반을 이유로 중국 국영선사인 코스코시핑(Cosco Shipping)을 제재한 것을 예로 들었다. 이로인해 중국이 러시아와 함께 북극에서 진행 중인 야말 프로젝트도 타격을 입게 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20세기에 수에즈 운하가 지정학적 화약고로 떠올랐다면 21세기엔 북극해가 새로운 화약고로 떠오르고 있다"고 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