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제치고 노벨상 받은 '배터리'…"배터리 시대 왔다"

머니투데이 우경희 기자 2019.10.13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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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전지 '태동·성장' 기술에 노벨 화학상…전기차 급성장, 산업 패러다임이 바뀐다

'바이오' 제치고 노벨상 받은 '배터리'…"배터리 시대 왔다"


2차전지(리튬이온배터리) '탄생과 성장'을 이끈 연구자들이 올해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최근 수년간 DNA(유전자) 등 바이오 연구에 손을 내밀었던 노벨 화학상이 배터리로 관심을 돌렸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내연기관에서 벗어나는 산업패러다임 대전환의 중심에 배터리가 있다는 증거다.

일본, 중국 등과 치열한 배터리 전쟁을 벌이고 있는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3사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원천기술 확보와 정부 지원을 촉구했다.



두석광 삼성SDI 연구소 상무는 "배터리가 모든 변화의 중심이 되는 BoT(Battey of Things)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 배터리를 중심으로 다양한 산업이 분화하는 '배터리와 아이들' 시대가 왔다는 것이다.

김석구 LG화학 연구위원은 "순수 과학에 대한 집중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고, 선희영 SK이노베이션 선행연구실장(상무)은 "실패한 과제도 후속 연구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터리 연구, 노벨상 받을 때 됐다 =올해 노벨 화학상을 공동 수상한 존 구디너프 텍사스대 교수, 스탠리 휘팅엄 빙햄튼대 교수, 요시노 아키라 메이조대 교수는 2차전지 핵심 기술에 공헌했다. 건전지 수준의 납축전지를 지금의 2차전지로 바꿔놨다.

선 연구실장은 "3명의 수상자가 오래전부터 노벨상 후보로 거론됐다"며 "휘팅엄 교수가 리튬이온배터리 핵심 원리인 인터칼레이션(intercalation·층상구조에 원자와 이온이 삽입되는 현상)을 도입했고, 구디너프 교수가 핵심 소재인 산화물계 양극물질을 발명했으며, 요시노 교수는 상용화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은 "세 사람 중 어느 한 사람의 성과라도 없었다면 지금의 배터리 산업은 없었다고 봐야 한다"며 "세 사람 모두 대단한 병목(바틀넥)을 해결한 분들"이라고 말했다.


핵심은 에너지밀도다. 과거 납축전지 시대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고속, 고용량, 고효율의 배터리 충전이 가능해졌다. 두 상무는 "노벨상 수상자들이 독창적인 전지구조를 처음으로 제안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가볍고 오래가며 안전한 리튬이온전지는 탄생이 어려웠다"고 평가했다.

'바이오' 제치고 노벨상 받은 '배터리'…"배터리 시대 왔다"
◇산업구조 핵심으로 부상한 배터리=미래 산업의 중심축 중 하나가 배터리가 될 거라는 전망에는 이제 이의가 없다.

두 상무는 "배터리가 이전에는 단순히 무선 에너지를 공급하는 보조수단이었다"며 "이번 노벨상 수상을 계기로 모든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배터리가 중심에 서는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은 올해 25조원에서 2023년 95조8000억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더 중요한건 배터리가 영향을 미칠 산업영역이 무궁무진하다는 점이다.

선 연구실장은 "이번 노벨화학상은 전기차 시장의 성장과 무관하지 않다"며 "전기차는 환경 개선뿐 아니라 인류의 삶의 방식까지 변화시킬 수 있는 기술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오히려 너무 상업화가 진전돼 노벨상과 멀어진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있었다"며 "배터리 산업에 몸담은 사람으로서 하나의 전환점이 왔다고 본다"고 말했다.

선 연구실장은 "배터리는 전기차뿐 아니라 미래 산업에서 필수 기술"이라며 "한국이 상용화 기술에 강점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경쟁상대 중 일본은 테슬라와 창업 초기부터 협업한 파나소닉을 제외하고 거의 퇴장했다. 중국 기업은 보조금으로 전기차 내수시장을 보호하며 성장하고 있을 뿐 기술력 면에서 한국 기업들의 적수를 찾기 어렵다.

◇민간도 순수과학 연구…노벨 화학상 받은 日 배워야=중화학공업과 반도체를 이을 성장동력으로 배터리를 주목하고 있는 한국 산업계는 이번 노벨상에서 어떤 교훈을 얻어야 할까.

전문가들은 요시노 교수의 사례에 주목했다. 요시노 교수는 일본 아사히의 명예 연구원을 겸하고 있다. 아사히는 그의 이름을 딴 '요시노연구소'를 운영 중이다.

김 연구위원은 "과거 요시노 교수의 세미나를 들으면서 '민간기업 소속이면서 저렇게 순수과학에 집중해 연구할 수 있구나'를 느끼며 감탄했었다"며 "국내 기업도 순수과학 투자에 집중하고 있지만 이 기조를 이어가고 투자 규모도 늘려야 국내에서도 노벨상에 근접하는 원천기술이 개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 연구실장은 "요시노 교수 사례처럼 단기 과제로는 상용화 기술에 집중하고 중장기로는 에너지 저장-소모에 대한 새로운 구조를 발견할 수 있는 재료 등에 대한 원천기술 연구개발이 병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원천기술 연구 분야에서 '혁신적 패자부활전'이 가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 연구실장은 "단기 성과에 연연하지 말고 실패한 과제도 후속 연구를 통해 원인을 분석하고 개선을 지속 추진하게 해야 한다"며 "그래야 그 과정에서 기술 혁신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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