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수사 '효자' CCTV…안면인식은 못해

머니투데이 이동우 기자, 정경훈 기자 2019.10.07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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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 활용 범인 검거 2014년 비해 20배 상승, 사생활 침해 등 인권 문제 맞물려

편집자주 넉달째 시위가 이어지는 홍콩의 시위대에겐 마스크가 필수다. 당국은 5일부터 복면금지법까지 시행했다. 감시카메라만 2억대가 넘는 중국의 안면인식 기술에 대한 두려움이 시위대에겐 더 크다. AI가 읽어들여 토해내는 빅브라더의 그림자, 홍콩만의 이야기일까.

임종철 디자이너 / 사진=임종철 디자이너임종철 디자이너 /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홍콩 '복면 금지법' 반대 시위에서 보듯이 중국은 수사에 안면인식 CCTV(폐쇄회로화면) 영상을 적극 활용한다. 국가가 국민을 감시하는 이른바 현실판 '빅 브라더'다. 우리나라는 사정이 좀 다르다. CCTV 도입 초기부터 사생활 침해 우려를 빚었던 만큼 관련 논의는 수면 아래 머물러 있다.

7일 경찰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범죄 수사에 안면인식 기술이 도입된 CCTV를 활용하지 않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 내부적으로 안면인식 CCTV를 수사에 활용하려는 논의는 아직 없다"고 말했다.



안면인식 여부를 떠나 CCTV는 사생활 등 인권과 밀접하게 맞닿은 예민한 소재다. CCTV가 본격 도입되기 시작한 2000년대 초반부터 사생활 침해에 대한 우려가 꾸준히 나왔다. 정보·수사기관의 불법적 민간인 사찰에 악용될 여지가 있어서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도 범죄 예방 및 수사에 필요한 경우로 한정해 공공장소에서의 CCTV 운영을 허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범죄 예방 등을 위한 안면인식 CCTV 도입 논의는 좀처럼 이뤄지지 않았다. 이웅혁 건국대학교 경찰학과 교수는 "안면인식 기술을 CCTV 등에 실용화하지 못하는 이유는 사회적 신뢰가 낮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비슷한 이유로 지난 5월부터 미국의 샌프란시스코에서도 경찰 등 행정기관의 안면인식 기술 사용을 금지했다. 유례없는 추적 권한이 국민의 일상을 침범하며 건전한 민주주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신 경찰은 동선, 옷차림 등 CCTV에서 확인 가능한 정보를 적극활용해 범죄에 맞서고 있다. 2014년 이후 CCTV를 활용한 실시간 범인 검거 건수는 지난해 3만1142건으로 20배 이상 증가했다. 수배자 2286명을 검거하고, 도난차량 353대도 회수했다.

4일 홍콩 도심에서 한 시위자가 '가이 포크스' 가면을 쓰고 거리 시위에 동참하고 있다. 앞서 이날 오후 홍콩 정부는 시위대의 마스크 착용을 금지하는 '복면금지법'을 5일 0시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 사진=뉴시스(AP)4일 홍콩 도심에서 한 시위자가 '가이 포크스' 가면을 쓰고 거리 시위에 동참하고 있다. 앞서 이날 오후 홍콩 정부는 시위대의 마스크 착용을 금지하는 '복면금지법'을 5일 0시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 사진=뉴시스(AP)

일상에서도 지갑이나 휴대폰을 카페 테이블에 올려둔 채 화장실에 다녀오는 등 안전한 사회 분위기 형성에 일조했다. 일선 형사는 "사건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주변 CCTV를 확보해 옷차림, 걸음걸이, 동선 등을 분석한다"며 "거미줄처럼 얽힌 CCTV를 따라가다 보면 용의자는 대부분 수일 내에 잡힌다"고 말했다.

이어 "CCTV 때문에 편의점 털이 같은 단순 강도는 멸종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수사 외 분야에서는 안면인식 기술을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경찰은 관계부처와 함께 실종 아동이나 치매환자, 지적장애인 등의 안전 귀가를 위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안면인식은 물론 이동 경로 예측, 나이 변화 인지 등 종합적으로 정보를 인식해 신원을 확인하는 기술이다.

전문가들은 발전된 기술의 효과적인 통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안면인식 CCTV는 '상황적 범죄 예방 모델' 역할을 하며 범행 통제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며 "사생활 침해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개인정보법 등을 개정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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