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중국의 안면인식기술, 왜 세계 최고인가

머니투데이 김수현 기자 2019.10.07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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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2022년까지 감시카메라 6억2600만대로 늘릴 예정…시민들도 사생활 침해 악용 우려 그리 높지 않아

편집자주 넉달째 시위가 이어지는 홍콩의 시위대에겐 마스크가 필수다. 당국은 5일부터 복면금지법까지 시행했다. 감시카메라만 2억대가 넘는 중국의 안면인식 기술에 대한 두려움이 시위대에겐 더 크다. AI가 읽어들여 토해내는 빅브라더의 그림자, 홍콩만의 이야기일까.

중국에서는 무단횡단 등 교통법규 위반을 단속하기 위해 안면인식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사진=AFP중국에서는 무단횡단 등 교통법규 위반을 단속하기 위해 안면인식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사진=AFP


무단횡단을 한 후 5분 정도 지나자 주머니 속 휴대전화에선 알림음이 울린다. 교통법규 위반으로 벌금 30위안(약 5000원)이 부과될 것이라는 문자메시지다. 도로 위에 설치된 LED 전광판에는 무단횡단을 한 사람의 이름과 신분증 번호 일부가 노출된다. 24시간 작동하는 카메라로 얼굴을 인식해 법규 위반자의 신분을 확인하는 것이다.

중국의 안면인식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중국에서 안면인식 기술은 무단횡단뿐 아니라 불법 주차, 안전벨트 미착용 등 교통법규 위반을 잡아내는 일부터 공공장소에서 웃통을 벗고 돌아다니는 이른바 '베이징 비키니' 단속에까지 사용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이를 위해 중국 내 설치된 감시카메라의 개수는 현재 2억대가 넘는다.



중국 정부는 세계 최대의 감시 네트워크인 '스카이넷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2020년까지 중국 전역에는 4억대 이상의 감시카메라가 실시간으로 돌아가면서 신원을 파악하고 범죄자를 추적할 예정이다. 이 때문에 영국 IT 전문 컨설팅 업체 컴패리테크는 2022년까지 중국 내 감시카메라가 총 6억2600만대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중국 인구 2명당 1대 꼴이다.

/사진=AFP/사진=AFP
지금도 세계에서 감시카메라가 가장 많은 도시 10곳 중 8곳은 이미 중국에 있다. 1위에 오른 중국 충칭은 인구 1000명당 168.03대로, 서울보다 감시카메라 밀도가 44배 이상 높다. 기술도 선두에 서 있다. 막대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세계 최대 감시카메라 제조업체로 부상한 하이크비전은 "얼굴이나 신체 특징, 걸음걸이로 어디서나 사람들을 추적하는 것이 가능하며 갑자기 뛰는 사람이나 군중집회처럼 비정상적인 활동도 감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시민들은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다. 중국은 개인정보 유출이나 사생활 침해에 대한 문제의식이 아직 그리 높지 않다. 충칭에서 택시를 모는 우푸춘씨(33)는 SCMP에 "거리에 감시카메라가 많은 게 더 좋다. 사람들에게 안정감을 주고 교통사고나 범죄도 줄어든다"고 밝혔다. 그는 "승객이 가방을 택시에 놓고 가도 감시카메라 영상을 통해 몇 시간 안에 다시 가방을 찾을 수 있다"며 "여러모로 유용하다"고 말했다. 송환법 반대, 복면금지법, 사실상의 계엄령으로 연일 시위가 격화되는 홍콩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중국 한 KFC 매장에 있는 안면인식 결제기기. /사진=AFP중국 한 KFC 매장에 있는 안면인식 결제기기. /사진=AFP
안면인식 결제 방식도 이미 보편화한 편이다. 알리바바의 전자결제 어플리케이션인 알리페이에 들어가 얼굴 사진을 등록하면 편의점이나 마트 등에서 기기 앞에 서 있기만 해도 10초만에 자동으로 결제가 된다. 지난달 베이징에 있는 모든 KFC 매장에도 안면인식 결제 방식이 도입됐다. 업체 입장에선 고객 흐름을 분석할 수 있고 실제 판매 전환율 등도 분석할 수 있다.

지난달 말 베이징 남부에 문을 연 다싱 국제공항은 안면인식 탑승 수속을 통해 신분 확인 과정을 간소화했다. 지난달 15일부터 중국 공항 200여 곳에서 승객들은 신분증 없이 안면 인식만으로 체크인할 수 있다. 광둥성 선전과 광저우에서는 지하철 출입구에도 안면인식 시스템을 도입했다.


하지만 중국에서도 안면인식 시스템에 대한 사생활 침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중국 교육부의 '스마트캠퍼스' 사업의 일환으로 감시카메라가 대학에까지 들어오자 학생들은 반발했다. 장쑤성 난징 중국약과대 측은 지난달 강의실에 감시카메라를 도입하면서 "출석 체크는 물론이고 학생이 제대로 수업을 듣는지, 머리를 드는지 숙이는지, 스마트폰 게임을 하는지, 눈 감고 조는지 모두 이 시스템의 눈을 피해갈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학생들은 "학교가 아니라 지옥이 됐다"며 항의했다.

한편 국제사회는 중국 당국이 안면인식 기술로 신장 위구르 지역에 있는 이슬람 신도 1130만명에 대한 감시 수위를 높이고 있다며 인권 탄압 문제를 지적해왔다.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우루무치는 세계에서 14번째로 감시카메라가 많은 도시다. 국제앰네스티 동아시아지부 연구원 패트릭 푼은 "신장이나 티벳의 도시들은 훨씬 더 엄격한 감시를 받고 있지만 당국이 아닌 독립적인 연구원들은 그 정보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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