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인민해방군, 홍콩 시위대에 "해산하라" 첫 경고신호

머니투데이 김수현 기자 2019.10.07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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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인민해방군과의 첫 접촉엔 큰 충돌 없어…일부 시위대 중국공상은행·샤오미에 방화

홍콩 정부가 시위대의 마스크 착용을 금지하는 '복면금지법'에 반발하는 대규모 시위가 사흘째 이어졌다. /사진=AFP홍콩 정부가 시위대의 마스크 착용을 금지하는 '복면금지법'에 반발하는 대규모 시위가 사흘째 이어졌다. /사진=AFP


홍콩에서 시위대의 마스크 착용을 금지하는 '복면금지법'에 반발하는 대규모 시위가 사흘째 이어졌다. 격화하는 반(反)중 시위 속에 중국 인민 해방군이 처음으로 시위대에 해산하라며 경고 신호를 보내기도 했다.

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복면을 쓴 수천명의 시위대는 전날 코즈베이만과 까우룽만 등 홍콩 도심 곳곳에서 행진과 점거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홍콩 정부의 '복면금지법'에 반발했다. 이들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희화할 때 쓰이는 '곰돌이 푸' 복면을 쓰고 나오기도 하고, 복면 대신 손수건과 챙이 긴 모자를 써 얼굴을 가리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복면 금지법을 준수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날 시위에 참가한 찬씨(61)는 "홍콩 정부는 분위기를 탐색하고 있다"면서 "만약 아무도 복면금지법에 반응하지 않는다면 홍콩 정부는 다가오는 지방 선거에 간섭하는 것을 포함한 어떤 것도 할 수 있게 하는 긴급법을 활용할 것"이라면서 "정부가 그렇게 한다면 홍콩은 끝장이다"라고 말했다.



5일 자정부터 공식 발효된 복면금지법을 위반하면 최고 2만5000홍콩달러(약 380만원)의 벌금과 최대 1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경찰은 토요일 자정까지 발효 하루 만에 복면금지법 위반 혐의로 13명을 체포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위대는 진압을 시도하는 경찰에 화염병을 던지며 저항했다. 일부는 지하철(MTR) 역사 등 공공건물 기물을 파괴하기도 했다. 중국 공상은행과 중국 스마트폰업체 샤오미의 상점에 불을 지르고 3명의 친중파 의원 사무실에 난입하는 등 사건도 벌어졌다.

중국 인민해방군이 막사 내에서 노란 깃발을 들고 시위대에 경고를 보내고 있다. 깃발에는 "당신은 법을 어기고 있으며 기소될 수 있다"고 번체자와 영어로 쓰여 있다. /사진=로이터중국 인민해방군이 막사 내에서 노란 깃발을 들고 시위대에 경고를 보내고 있다. 깃발에는 "당신은 법을 어기고 있으며 기소될 수 있다"고 번체자와 영어로 쓰여 있다. /사진=로이터
특히 일부 시위대는 까우룽퉁에 위치한 인민해방군 주홍콩부대 병영 근처까지 접근했다. 이들은 항의의 표시로 건물에 레이저와 강한 불빛 등을 비췄다. 홍콩 공영방송 RTHK는 "홍콩 시위대와 해방군 간 직접 접촉이 이뤄진 건 처음"이라고 전했다.


이에 해방군은 막사 내에서 노란 깃발을 들고 경고 신호를 보냈다. 이 깃발에는 중국어 번체자와 영어 등으로 '당신은 법을 어기고 있으며 기소될 수 있다'는 경고문이 적혔다. 아울러 광둥어로 "이후 발생하는 결과는 모두 자기 자신이 져야 한다"고 육성 경고도 이뤄졌다. SCMP는 "해방군이 전례없는 조치로 시위대에게 경고를 보냈다"고 전했다. 시위대는 큰 충돌 없이 병영 주변을 이탈해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다.

이날 시위로 오후 9시쯤 지하철 역은 모두 폐쇄됐다. 6일에 이어 7일도 일부 운행이 중단될 예정이다. 다만 홍콩역-국제공항행 고속열차는 7일 오후 1시부로 일부 역을 제외하고 운행이 재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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