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일본은 난처한 상황에 빠진다. 평화헌법상 '집단적 자위권'이 없는 일본은 군사적으로 미국을 도울 수가 없다. 미일 안보조약상 그럴 의무도 없다. 문제는 일본이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중동산 원유와 천연가스의 수송로인 남중국해를 중국이 장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에너지 부족에 따른 국가마비 사태를 막기 위해 일본은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려 중립을 선언한다.
새뮤얼 헌팅턴 하버드대 교수가 유작 '문명의 충돌'에서 제시한 미중 전쟁 시나리오다. 다소 황당하게 들리겠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시나리오의 현실성이 아니다. 석학의 역저에서 묻어나는 미국의 불안감이다.
이미 구매력 기준 GDP(국내총생산)에서 미국을 추월한 중국이 만약 경제력에서 미국을 압도하고 군사적으로도 버금가는 수준까지 올라선다면? 그때도 일본은 여전히 미국의 확고부동한 동맹으로 남아있을까.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언젠간 찾아올 미래다. 트럼프 행정부의 미중 무역전쟁은 그 시기를 조금이라도 늦추기 위한 몸부림에 다름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함께 일본 자위대의 항공모함급 호위함 '카가'에 오른 건 아베의 평화헌법 개정 시도를 지지한다는 메시지에 다름 아니다. 미국만 일방적으로 일본을 돕는 현행 안보조약을 상호방위조약으로 바꾸기 위한 포석이다. 그 전까지 미국은 어떻게든 일본이 중국 쪽으로 기우는 걸 막으려 한다. 미국이 미일동맹을 그토록 중시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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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 중 양자택일해야 할 때 미국의 선택은 명약관화하다. 미국에게 보급기지인 주일미군은 필수지만, 전진기지인 주한미군은 선택이다. '혈맹' 쿠르드족까지 내팽개친 미국이다.
미국에게 한일 지소미아(군사정보보호협정)는 한일간 문제가 아닌 미군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다. 정부는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해 미국에 충분히 설명했다고 하지만, 미 국방부는 끊임없이 지소미아 연장을 공개 촉구하고 있다.
지난 2일 북한의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발사 직후 먼저 정보 공유를 요청한 건 일본이 아닌 우리였다. 일본의 정보가 없었다면 탄착점과 사정거리를 알아내기 쉽지 않았을 거라고 한다. 대일 압박 카드 중 하나인 지소미아 종료가 한미동맹과 미사일 탐지능력을 희생할 정도로 소중할까. 정말 이것 말곤 일본을 움직일 방법이 없을까. 22일 일왕 즉위식을 계기로 양국 총리의 외교적 타결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