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 데프콘3 수준 충격" 美 제조업 금융위기 수준 악화

머니투데이 유희석 기자, 이상배 특파원 2019.10.02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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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M 제조업 PMI 10년만에 최저…연준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 ↑

/사진=블룸버그/사진=블룸버그


미국 경제가 침체 위험에 놓였다. 기술적으로는 이미 침체기로 접어들기 일보 직전이다. 돈을 더 풀어 경기 방어에 나설 여력이 남아 있지만, 무역전쟁이 더 길어지고 격해지면 경제성장률이 1% 초반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나왔다.

◇제조업 경기 금융위기 수준 악화=1일(현지시간) 미 공급관리협회(ISM)의 발표에 따르면 9월 미국의 제조업 PMI(구매관리자지수)는 47.8로, 전월 49.1보다 떨어졌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6월 이후 10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이로써 미국의 제조업 PMI는 두 달 연속 위축 국면을 이어갔다. PMI는 기업의 구매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신규 주문, 생산, 재고 등을 토대로 발표되는 경기동향 지표로 50을 넘으면 경기 확장, 50을 밑돌면 경기 수축을 뜻한다.



제조업 경기가 나빠졌다는 소식에 시장은 출렁였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S&P(스탠다드앤드푸어스)500지수는 전날보다 1.2% 하락했다. 다우존스지수와 나스닥도 각각 1.3%, 1.1% 떨어졌다. 반면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전날 1.74%에서 1.63%로 떨어졌다. 경기침체 우려로 투자자금이 증시에서 탈출해 안전한 국채시장으로 대거 이동하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블룸버그 에디터 마크 곤글로프는 "미국 경제가 '데프콘 1'까지는 아니지만 '데프콘 3' 정도는 된다"고 표현했다. 데프콘은 전투준비태세를 의미하는 군사용어로 1~5단계로 구성된다. 숫자가 높을수록 안전한 상황이며, 1단계는 전쟁 직전을 의미한다. 미국 경제가 침체 직전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위험한 상황이라는 뜻이다.

◇연준 돈 더 풀까=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 제조업 부진의 책임을 씌웠다. 그는 이날 트윗을 통해 "제롬 파월과 연준이 (금리를 높게 유지하며) 다른 모든 통화에 대해 달러화가 상대적으로 강해지게 했다"며 "우리 제조업체들이 악영향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기준금리가 너무 높다"며 "연준은 그들 자신의 최악의 적이다. 한심하다"고 비난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별개로 미 제조업 경기 하락이 연준의 금리인하 압박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진단한다. 경기침체 징후가 보이면 연준이 돈을 더 풀어서라도 경기 부양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연방기금금리 시장에 반영된 연준의 금리인하 가능성을 추적하는 CME 페드와치는 연준이 이달 30일 통화정책회의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05%포인트 낮출 가능성을 63%로 반영했다. 지난달 25일 예상치보다 10%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문제는 미국 경제가 어느 수준까지 버틸 수 있느냐다. 제조업이 부진해도 내수가 받쳐주면 경기침체까지는 가지 않을 수 있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의 칼 리카돈나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4~1.5% 밑으로 떨어진다면 가계 소득이 줄고 내수가 무너질 것"이라고 했다. 경제성장률이 그 이하로 떨어지면 쉽게 헤어날 수 없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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