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가진 재벌家 자녀가 마약에 빠지는 이유 '셋'

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2019.10.0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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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이슈+] 지난달 27일 홍정욱 올가니카 회장 딸 비롯해 CJ·SK·SPC·현대·남양유업 등 재벌가 자제들 잇따른 마약 적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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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홍정욱 개인 페이스북/사진 = 홍정욱 개인 페이스북


재벌가 등 명망가 2,3세들이 잇따른 마약 반입·투약으로 입길에 올랐다. 이번에는 홍정욱 올가니카 회장(49)의 딸 홍모씨(18)다. 홍씨는 해외에서 마약을 밀반입하다가 공항세관에 적발됐다.

지난달 30일 인천지검에 따르면 홍씨는 지난달 27일 마약류인 대마와 LSD 등을 소지(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한 채 인천공항을 통과하려다 세관 검사에서 적발됐다. 홍씨는 당시 대한항공을 타고 하와이 호놀룰루 공항을 출발해 이날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그는 카트리지형 액상 대마, 향정신성의약품인 LSD 외에 암페타민 일종인 애더럴 알약 수 정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재벌가 자제들, 하루 걸러 하루 걸린다?
이전에도 수많은 재벌가 자제들이 마약 반입·투약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 최근 1년간만 해도 SPC, CJ, SK, 현대, 남양유업 등의 자제들이 연루됐다.



지난해 8월 액상대마를 밀반입·흡연한 혐의로 허 모 전 SPC 부사장(40)이 구속됐다. 경찰은 대만 등 해외에서 액상 대마를 밀수해 흡입한 허 부사장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검찰은 모발과 소변 검사 등을 통해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 전 부사장은 SPC그룹 가문의 자녀다. 그는 2007년에 입사해 경영 수업을 받아왔으며, 2016년 미국의 버거브랜드 '쉐이크쉑' 국내 도입을 이끈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사건으로 SPC그룹은 허 전 부사장을 향후 경영에서 영구히 배제하겠다고 발표했다. 법원은 허 전 부사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지난 4월에는 SK그룹 오너 일가 3세 최모씨(32)가 변종 대마초 등 마약류 투약·구매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최씨는 평소 알고 지낸 마약 공급책으로부터 지난해 3월부터 총 17차례 대마 등을 구입해 투약한 혐의를 받았다. 최씨는 체포 후 조사에서 "구입한 대마는 주로 집에서 피웠다"며 혐의를 인정했다. 최씨는 SK그룹 창업주인 고(故) 최종건 회장의 손자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당숙이다. 그의 아버지는 고(故) 최윤원 SK케미칼 회장이다.


같은 달 현대그룹 일가 3세 정모씨(30)도 변종 대마초 흡입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정씨는 지난해 3월부터 대마와 액상 대마 등을 총 11차례 투약한 혐의를 받았는데, SK그룹 오너일가 3세인 최씨와도 함께 대마를 피웠다. 정씨는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손자로 현대 일가 9남매 중 1명의 장남이다.

전주지검에 압수된 대마 키트와 젤리/사진=뉴스1전주지검에 압수된 대마 키트와 젤리/사진=뉴스1
이어 지난달 3일에는 CJ그룹 오너의 장남 이 모씨(29)가 해외에서 다량 구입한 마약을 몰래 들여 오다 공항 세관에 적발됐다. 이씨는 항공화물 속에 액상 대마 카트리지 수십개를 담고 대마 사탕과 대마 젤리 수십여개를 소지한 채 입국, 적발됐다.

이외에도 남양유업 창업주 고(故) 홍두명 명예회장의 외손녀 황하나씨(31)도 필로폰과 향정신성 의약품인 클로나제팜 불법 복용 등의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황씨는 2011년에도 지인들과 대마를 흡연한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재벌가 자제, 마약에 빠지는 이유는…

한국은 마약적발수가 큰 폭으로 늘어나는 등 더이상 '마약청정국'이 아니다. 대검찰청이 발간한 '2018년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류 압수량은 517.2kg으로 전년(258.9kg) 대비 99.8% 증가했다. 마약류 밀수사범도 521명으로 전년(481명) 대비 8.3% 늘어났다.

재벌가 자제들의 마약 연루 사건이 유독 잦은데 이는 재벌가 자제들이 일반인보다 마약에 쉽게 빠질 수 있는 환경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우선 재벌가 자제들은 주변에 사람이 많아 상대적으로 마약 공급책을 만나기가 더 쉽다. 클럽이나 유흥업소에서 마약 공급책과 안면을 튼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거래하는 게 재벌가 자제들에겐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SK그룹 오너 일가 3세 최씨도 휴대전화 메신저인 텔레그램을 사용해 인맥인 마약 공급책과 접촉한 뒤 대마 등을 구입했다.

둘째, 마약은 비싼 가격 때문에 구매장벽이 높지만, 재벌가 자제들은 재력이 있기 때문에 거리낌이 없다. SK그룹 오너 일가 3세 최씨가 총 17차례에 걸쳐 피운 대마 63g은 시가 955만원 상당이고, 현대그룹 일가 3세 정씨가 총 16차례에 걸쳐 피운 대마 약 72g 및 대마오일 카트리지 13개는 총 시가 1445만원 상당이다.

셋째, 재벌가 자제들이 외국 유학생활을 오래하는 것 역시 마약에의 접근성을 높인다. 특히 대마 경우가 그렇다. 대마는 한국에선 마약류로 지정돼 엄격히 금지돼 있지만 세계 각국은 이를 합법화했다.

미국 대부분 지역은 의료용 대마를 합법화하며 오락용 대마까지 합법화한 지역도 워싱턴과 오리곤, 네바다, 캘리포니아, 알래스카, 콜로라도, 메인, 메사추세츠, 미시간, 버몬트, 일리노이 등 11개 주에 달한다. 캐나다 전역도 지난해 10월 대마 합법화가 됐다.

홍정욱 올가니카 회장의 저서 '7막 7장' /사진=교보문고홍정욱 올가니카 회장의 저서 '7막 7장' /사진=교보문고
홍 회장 역시 자신의 미국 유학 시절에 대해 다룬 자서전 '7막 7장'에서 마약 접근이 용이했음을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고교 시절 마약을 권유받았다"며 "마리화나(대마초)를 권유받아 입에 대기는 했으나 한 번도 피운 적은 없다"고 말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이들은 경제적인 능력이 있기 때문에 클럽과 같은 유흥업소에서 마약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 또한 외국은 마약을 비범죄화하는 국가도 많은데 유학생활 도중 이를 접하기도 쉽다"고 설명했다.

공 교수는 근본적인 해법으로 재벌가 내에서 통제교육과 마약 위험성에 대한 인식을 강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마약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에 놓인 이들을 상대로 가정 내에서 철저한 도덕성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며 "이 문제를 간과해서 같은 문제가 계속 발생하면 그룹 차원에서도 치명적인 위기가 될 수 있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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