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스타트업 단계의 기업이 창업한 후 초기 자본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주주들이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리는데 대개 이들은 적은 금액이나 수고만 들이고서 상당 지분을 취득하게 된다. 그런데 VC가 후속 투자를 집행할 때가 되면 주당 훨씬 높은 가액을 주고도 상대적으로 적은 지분만 얻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구주 보유자와 VC 사이의 이견이 생기는 경우가 잦다.
스타트업 기업들에 대한 자문을 주로 담당하는 여의도의 한 변호사는 "VC들이 특정 기업을 눈여겨보고 있다는 소문이 돌면 자기 지분가치가 급등할 것을 기대한 구주 보유자들이 꿈쩍도 않는다"며 "VC들이 자금을 집행하기 전에 이들 브로커들이 등장해 구주 보유자들에게 적당한 가격을 제시하고 지분을 청산하도록 유도한다. 나중 지분관계가 깔끔해지고 난 후에 VC들이 투자를 집행한다"고 말했다.
VC들이 후속 투자를 집행한 후 상장이나 M&A(인수·합병) 등을 성사시킬 수 있다면 훨씬 비싼 값에 엑시트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셈이지만, 증시 입성 자체가 그렇게 말처럼 쉽지만은 않은 만큼 조기에 엑시트할 수 있는 기회를 활용하려 한다는 얘기다.
VC 입장에서도 어지러운 지분관계가 조속히 정리되는 편이 낫다. 국내 한 대형 VC 임원은 "VC든 엔젤투자자든 이들의 투자 목적은 추후 좋은 조건에서 원활하게 엑시트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며 "스타트업 기업을 실사하다보면 지배구조가 지저분하다 싶을 정도로 어지러운 곳이 많은데 이같은 경우가 지속되면 추후 기업이 커지더라도 상장요건 미충족 등 이유로 엑시트 자체가 곤란해질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법인의 자본구조는 마치 주홍글씨와 같아서 한 번 잘못 구성되면 나중에 되돌리기가 극히 어렵다. 창업 초기부터 상장 등 장기 목표를 염두에 두고 지분구조를 만들었다면 좋겠지만 대부분 기업이 그럴 여력이 없다"며 "엔젤투자 이후 시리즈 A, B,C 등의 투자가 원활히 이뤄지려면 투자자들이 원활히 엑시트할 수 있는 구조가 돼 있어야 한다. 이 과정에 전문가들이 개입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분정리 브로커들은 창업열풍이 불면서 벤처기업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과정에서 VC들의 편의성을 높여준다는 점에서도 긍정적 역할을 한다는 평가도 있다.
한 증권사 IB(투자은행) 담당 임원은 "브로커 또는 컨설턴트들이 스타트업 기업의 지분구조를 깔끔하게 만든 후 VC들과 연계해줌으로써 VC들이 투자결정을 내릴 때 편의를 도모해주기도 한다"며 "'브로커'라고 해서 부정적으로만 볼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