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0년 3월 첫 스팩 종목이 상장된 이후 최근까지 국내 증시에 상장된 스팩의 수는 161개에 달했다. 이 중 37개(23.6%)가 합병상장에 실패해 청산됐지만 합병상장에 성공한 종목은 73개(45.3%)로 훨씬 많다. 나머지 50여 종목은 여전히 증시에 상장돼 있거나 합병을 진행하고 있다.
KB증권은 이 회사가 상장시킨 스팩 중 11개가 비상장사와의 합병상장에 성공해 합병 성공률이 61%에 달했다. 전체 스팩의 합병 성공률 평균치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NH투자증권(7개, 50%) 하나금융투자(7개, 53.8%) 등도 스팩상장 건수가 많은 동시에 합병 성공률도 높은 증권사였다. 반면 미래에셋대우는 스팩상장 건수는 많았지만 합병이 성사된 건은 4건으로 33% 대에 그쳤다.
스팩은 증시에 상장된 돈주머니다. 스팩이 비상장사와 합병할 경우 합병 대상 비상장사는 스팩이 가진 현금성 자산을 그대로 경영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스팩 주주들은 기존에 보유한 지분이 일정 부분 희석되지만 실제 영업을 영위하는 기업의 주주로 변모해 기업의 성장과실을 함께 나눌 수 있다. 만약 스팩이 존속기간 3년 내에 합병을 성사시키지 못해 청산되더라도 스팩 주주는 스팩 상장 당시 공모금 원금은 물론이고 3년간 예치된 이자까지 지분율에 비례해 돌려받을 수 있다.
비상장사 입장에서 스팩은 직접 상장을 추진하는 데 비해 상당히 불확실성을 줄여주는 대안이 될 수 있다. 스팩을 통한 합병상장 역시 상장심사를 거쳐야 한다는 점은 직상장과 동일하지만 상장심사 통과 이후 공모가 결정과정의 불확실성을 거치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 이미 상장돼 있는 스팩 종목의 자산규모를 골라서 해당 스팩과 합병하기만 하면 그 스팩이 보유한 현금성자산이 그대로 비상장사에 유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지 비상장사와 스팩의 합병비율이 문제가 될 수는 있지만 공모금액 규모의 불확실성이 줄어든다는 장점이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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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 관계자는 "지금만 보더라도 작게는 40억원에서 크게는 160억원에 이르는 스팩 종목들이 증시에 상장돼 있어 비상장사 입장에서는 어떤 규모의 스팩과 합병할지만 결정하면 된다"며 "상장제도가 다양화됐을 뿐 아니라 상장할 수 있는 수단이 더 있다는 점은 자금조달에 목마른 기업들에게는 유리한 조건이 형성된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