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녹취록 직접 보니…'바이든 조사 외압' 사실이었다

머니투데이 뉴욕=이상배 특파원 2019.09.26 0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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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바이든 관련 우리 법무장관과 뭔가 해주면 좋겠다"…군사원조 빌미 위협 발언은 요약본에 없어

25일(현지시간) 미 법무부가 공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지난 7월 통화 녹취록25일(현지시간) 미 법무부가 공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지난 7월 통화 녹취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자신의 유력 대권 경쟁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그 아들에 대한 조사를 요구했다는 의혹이 통화 녹취록을 통해 사실로 드러났다. 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며 주장한 의혹 가운데 일부가 확인된 셈이다.

미국 법무부는 25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당시 통화 내용을 담은 녹취록 요약본을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녹취록 공개를 승인했다.



요약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바이든이 (우크라이나) 검찰의 기소를 막았다는데, 바이든의 아들에 대한 얘기가 많이 들린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그 부분에 대해 알고 싶어한다. 우리 (윌리엄 바) 법무장관과 함께 무엇이든 해 준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는 바이든 전 부통령이 자신의 아들인 헌터 바이든과 관련된 우크라이나 최대 가스회사를 수사하던 검사를 해임하라고 압박한 사실을 조사해달란 뜻으로 해석된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전 부통령 사건과 관련해 자신의 개인 변호사인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과 통화할 것을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순순히 조사에 나서겠다고 답했다.

CNN은 백악관 고위 관계자를 인용, 법무부가 공개한 녹취록 요약본이 음성인식 소프트웨어를 통해 기록된 것이라고 전했다.


녹취록이 공개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아무 것도 아닌 통화였고 압박도 없었다"면서 자신의 요구가 강압적이지 않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러면서 "이는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마녀사냥"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미 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 분쟁 중인 우크라이나 정부에 대한 군사원조를 미끼삼아 대선 경쟁자에 대한 조사를 요구하는 권한남용을 저질렀다며 탄핵 절차에 착수했다. 통화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약 4억달러 규모의 원조를 보류한 바 있다.

그러나 녹취록 요약본에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원조를 빌미로 젤렌스키 대통령을 위협하는 발언은 담겨 있지 않았다.

민주당이 탄핵을 추진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 탄핵으로 퇴진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미국에서 대통령 등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하원에서 과반수 이상 찬성으로 가결돼야 한다. 이후 상원에서 탄핵 재판을 벌여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탄핵이 확정된다. 이 경우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승계한다.

현재 미 하원은 야당인 민주당이 다수당이지만, 상원은 공화당이 과반을 점하고 있다. 상원에서 3분의 2가 트럼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지금까지 미국에서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사례는 없다. '워터게이트' 사건에 연루된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은 하원의 탄핵 표결을 앞두고 스스로 퇴진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르윈스키 스캔들'로 하원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됐지만, 상원에서 부결되며 가까스로 탄핵 위기를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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