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렬 파펨 대표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파펨은 당돌한 회사다. 최 대표를 포함해 직원은 고작 5명. 브랜드파워가 경쟁력의 거의 전부인 향수산업에 달랑 아이디어 하나 믿고 뛰어들었으니 말이다. 2015년 일이다. 인터뷰 시작부터 최 대표가 물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냄새가 정확히 무엇인지 아느냐”고. 말문이 막혔다. “좋은 냄새”라고 바보 같은 대답을 하려다 말았다.
파펨 홈페이지에 들어가 향수를 추천받으려면 모두 다섯 단계 조사에 응해야 한다. 사용할 계절, 낮 또는 밤, 좋아하는 과일 또는 나무 같은 재료 냄새, 싫어하는 냄새 등을 찍는다. 조사가 끝나면 파펨이 개발한 AI(인공지능) 알고리즘이 3가지 향수를 추천한다. 파펨은 24개 향수 중 3개를 추려 소비자에게 추천한다.
작은 회사라고 파펨의 품질을 우습게 보다간 큰코 다친다. 향수 원액을 100년 역사의 독일 향료회사 드롬으로부터 받아 충분한 정제기간을 거쳐 상품으로 만든다. 최 대표는 “예민한 사람은 향수 냄새만 맡아도 머리가 아프다고 하는 데 비용을 줄이기 위해 숙성과 정제과정 없이 만든 향수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며 “파펨은 유통비용은 아끼고 품질은 높이는 전략을 택했다”고 말했다.
최 대표의 궁극적인 목표는 따로 있다. 향수를 넘어 냄새를 첨단산업화하는 것이다. 브랜드마다 자신들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자신들의 향기를 제품에 입히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믿는다. 일찍이 독일 자동차브랜드 BMW가 취한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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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대표는 “지금까지 ‘냄새’는 데이터화하지 않고 순전히 인지영역으로만 존재했다”며 “소득수준이 높아질수록 냄새에 민감해지는데 냄새 빅데이터를 만들고 이를 활용해 냄새를 상품 내지 재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