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넘어 '브랜드 향기' 덧입혀요"

머니투데이 김지산 기자 2019.10.02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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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UP스토리]최영렬 파펨 대표 "100년 역사 獨 향료 사용...고객 맞춤형 향수로 신시장 개척"

최영렬 파펨 대표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최영렬 파펨 대표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몇 년 전까지 최영렬 파펨(PAFFEM) 대표(42)는 보스턴컨설팅그룹(BCG), 그루폰코리아 마케팅책임자(CMO)로 활동했다. 남부럽지 않은 직장을 다닌 그가 스타트업, 그것도 향수사업에 도전하게 된 건 BCG 시절 경험 때문이다. 다른 사람, 다른 회사 컨설팅만 해주다 자신을 바라본 게 계기가 됐다. “막연히 향수를 좋아했을 뿐이었는데 ‘냄새’가 첨단분야의 미개척 분야라는 걸 알고 됐고 ‘내가 두드려야겠다’는 생각에 도달했다.”

파펨은 당돌한 회사다. 최 대표를 포함해 직원은 고작 5명. 브랜드파워가 경쟁력의 거의 전부인 향수산업에 달랑 아이디어 하나 믿고 뛰어들었으니 말이다. 2015년 일이다. 인터뷰 시작부터 최 대표가 물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냄새가 정확히 무엇인지 아느냐”고. 말문이 막혔다. “좋은 냄새”라고 바보 같은 대답을 하려다 말았다.



최 대표는 “자신이 무슨 냄새를 좋아하는지 콕 찍어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는다. 파펨은 사람들에게 그 냄새를 찾아주고 때와 장소에 맞는 냄새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몇 가지를 물어보더니 향수샘플 3개를 내밀었다. 어디선가 맡아본 산뜻한 냄새, 그런데 말로는 도저히 설명할 자신이 없는 그런 냄새다. 마음에 들었다.

파펨 홈페이지에 들어가 향수를 추천받으려면 모두 다섯 단계 조사에 응해야 한다. 사용할 계절, 낮 또는 밤, 좋아하는 과일 또는 나무 같은 재료 냄새, 싫어하는 냄새 등을 찍는다. 조사가 끝나면 파펨이 개발한 AI(인공지능) 알고리즘이 3가지 향수를 추천한다. 파펨은 24개 향수 중 3개를 추려 소비자에게 추천한다.



최 대표는 “향수는 순전히 광고와 브랜드력 하나로 소비자에게 어필한다”며 “지금까지 향수는 테크(Tech)의 도전을 받지 않은 거의 유일한 산업으로 파펨은 소비자가 브랜드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도 모르는 자신의 냄새를 찾는 길잡이가 돼준다”고 설명했다.

작은 회사라고 파펨의 품질을 우습게 보다간 큰코 다친다. 향수 원액을 100년 역사의 독일 향료회사 드롬으로부터 받아 충분한 정제기간을 거쳐 상품으로 만든다. 최 대표는 “예민한 사람은 향수 냄새만 맡아도 머리가 아프다고 하는 데 비용을 줄이기 위해 숙성과 정제과정 없이 만든 향수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며 “파펨은 유통비용은 아끼고 품질은 높이는 전략을 택했다”고 말했다.

최 대표의 궁극적인 목표는 따로 있다. 향수를 넘어 냄새를 첨단산업화하는 것이다. 브랜드마다 자신들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자신들의 향기를 제품에 입히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믿는다. 일찍이 독일 자동차브랜드 BMW가 취한 전략이다.


최 대표는 “지금까지 ‘냄새’는 데이터화하지 않고 순전히 인지영역으로만 존재했다”며 “소득수준이 높아질수록 냄새에 민감해지는데 냄새 빅데이터를 만들고 이를 활용해 냄새를 상품 내지 재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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