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젠·헬릭스미스… 최종관문 못넘는 K-바이오, 왜?

머니투데이 김근희 기자 2019.09.25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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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 경험·임상 운영 능력 부족 등 원인"

신라젠·헬릭스미스… 최종관문 못넘는 K-바이오, 왜?


신라젠 (4,550원 ▼15 -0.33%), 헬릭스미스 (4,260원 ▼150 -3.40%) 등 국내 바이오 업체들이 연달아 신약개발 최종관문인 임상 3상 고비를 넘지 못하고 있다. 헬릭스미스 임상 3상에서는 '약물 혼용'이라는 이례적인 일이 일어났다.
업계에서는 K-바이오의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임상 설계와 운영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관련 인프라를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최종관문서 번번이 좌절 = 헬릭스미스의 당뇨병성 신경병증(DPN) 유전자치료제 '엔젠시스(개발명 VM202)' 첫 번째 임상 3상은 책임이 누구에게 있든 결과적으로 실패다. 일부 위약(가짜 약) 투여 환자 혈액에서 엔젠시스가 검출되는 등 위약과 엔젠시스가 뒤섞이면서 정확한 약효 확인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바이오 업체가 임상 3상에 실패하거나 문제를 겪기는 올해만 벌써 네 번째다. 코오롱티슈진 (11,330원 ▼210 -1.82%)은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의 경우 주성분이 뒤바뀐 사실이 드러나면서 미국 임상 3상이 중단됐다.

에이치엘비 (110,100원 ▲500 +0.46%)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은 임상 3상에서 전체 생존 기간(OS)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했다. 신라젠 항암 바이러스 '펙사벡'은 간암 환자 대상 임상 3상에서 실패했다.



◇"임상 설계·운영에서 실패" = 바이오 업계는 업체들의 잇단 임상 3상 실패가 K-바이오의 수준이라고 냉정하게 평가한다. 특히 약물 혼용 같은 어처구니 없는 일은 한국 바이오 업체들의 임상 설계와 운영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아프지만 이번 임상 3상 실패는 한국 바이오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제는 단순히 임상에 진입하는 것뿐만 아니라 임상에 성공하기 위한 임상 설계와 운영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임상 3상은 환자를 대상으로 약효와 부작용을 입증하는 단계로, 1000~50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다. 평균적으로 1000억원 이상이 들고, 임상 기간도 가장 길다. 성공률도 58.1%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다국적 제약사들은 약의 장점을 부각할 수 있도록 임상을 설계하고, 임상이 계획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철저하게 통제한다.


이정규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대표는 "약물 자체의 효능도 중요하지만, 임상 설계와 운영에서 문제가 생겨 실패하는 사례도 많다"며 "글로벌 임상은 해외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임상 운영 전문인력이 임상시험수탁기관(CRO)·병원 등과 계속 소통하면서 이를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상 인프라 확충해야"= 국내 바이오 업체들의 주가 띄우기도 이번 사태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업체들이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임상 3상 진입 이후 투자자들에게 과도하게 기대심리를 심어준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바이오 업체 대표는 "임상 3상이 실패할 확률이 분명히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개인 투자자들에게 알려주는 업체는 드물다"며 "이 때문에 임상 3상에 문제가 생기거나 실패했을 때 업계와 시장의 충격이 더 큰 것"이라고 꼬집었다.

바이오 업계에서는 국내 바이오 업체들이 임상 설계와 임상 운영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해외 등에서 관련 인력을 영입하고, 동시에 국내에서도 실력자를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작은 바이오 벤처가 단박에 임상 전문 인력과 인프라를 갖추기는 힘들다"며 "국내 임상 관련 인력을 키우기 정부의 지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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